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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행복

“집의 크기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집 옆에 궁전이 들어서면 그 집이 오두막으로 변해 버리는 게 문제일 뿐.”



일찍이 행복의 상대성을 갈파했던 카를 마르크스의 말이다. 주변의 부자들이 내게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에 비해 훨씬 잘살게 된 인류가 왜 그만큼 더 행복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바로 여기 있다. 행복은 절대적인 부가 아니라 상대적인 부의 크기에 좌우된다는 거다.



영국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는 돈을 많이 벌어 남들의 시기심을 일으키는 건 사회적 공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니 공해 유발 기업에 벌금을 물리듯 다른 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부자들에게도 징벌성 세금을 매기자고 우겼다. “다 같이 못살자는 거냐”는 비판도 받았지만 아주 터무니없는 소린 아닌 모양이다. 덴마크·스위스·핀란드 등 부유층에 세금 많이 물리는 나라의 행복도 순위가 죄다 높은 걸 보면 말이다.



현대인들이 별로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운동기구 트레드밀에 빗대 설명하기도 한다. 트레드밀 위에서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결국 제자리인 것처럼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더 행복해지진 않는다는 거다. 이 이론을 주창한 심리학자 필립 브릭먼이 복권 당첨자들의 사례를 조사해 보니 당첨 직후 급증했던 행복감은 얼마 안 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돈이 주는 쾌락엔 금세 무덤덤해지고 예전에 느꼈던 소소한 즐거움만 잃어버린 탓이다.



요즘 미국에선 ‘현대 미국 여성들이 1970년대 여성보다 덜 행복하다고 여긴다’는 와튼 스쿨의 연구 결과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여권 운동 덕에 집안을 벗어나 맘껏 사회에 진출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하지만 행복의 상대성과 트레드밀 이론을 고려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바깥일 자체가 더 이상 만족감을 주지 않을뿐더러 이제 여자들이 주위 남자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남녀 평등 성적이 134개국 중 115위라는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가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의회·장관직 여성 비율 등에서 점수가 워낙 저조해 인도(114위)보다도 순위가 밀렸다. “ 남성 인권을 보장해 달라”는 개그까지 나왔지만 한국 여성의 정치·경제적 위상은 여전히 한국 남성은 물론 다른 나라 여성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여자들이 썩 행복하지 않다고 한대도 배부른 투정으로만 치부하기 힘든 이유다.



신예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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