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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리, 세계 음악인 1500명 심장을 두드리다

국악 퍼포먼스 그룹 ‘들소리’가 3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워멕스’ 쇼케이스에서 공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현진(가야금), 이중원(꽹과리·보컬), 정주영(대금), 하택후(꽹과리). [사진작가 권영일 제공]


거세게 휘젓던 북소리가 멈추자, 많은 관객이 일어나 “브라보!”를 외치며 환호했다. 무대 1, 2층을 가득 메운 청중 1500여 명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댔다. 방금 전의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지난달 30일 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워멕스(WOMEX)’ 공식 쇼케이스 현장. 한국 뮤지션 최초로 공식 쇼케이스 공연팀으로 선정된 국악 퍼포먼스 그룹 ‘들소리’가 월드뮤직의 심장부에서 한국음악을 떨쳤다.

월드뮤직의 세계 최대 마켓 ‘워멕스’ <상> 국악 퍼포먼스 그룹 ‘들소리’ 첫 쇼케이스



지구촌 음악계는 지금 월드뮤직의 각축장이다. 각국의 고유한 리듬과 음색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브라질의 보사노바, 자메이카의 레게 음악 등도 예전에는 ‘변방의 음악’이었다. 세계 최대의 월드뮤직 마켓인 워멕스에서 확인한 한국형 월드뮤직의 미래와 각국의 치열한 경쟁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월드뮤직 심장부에 선 들소리=올해 워멕스에는 세계 90여 개 국, 3000여 음악 관계자가 참여했다.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닷새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렸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아프리카의 소울 등 널리 알려진 음악은 물론, 중국·일본, 바스크·퀘벡 등 다양한 국가·지역의 월드 뮤지션이 자신들의 음악을 들고 왔다.



워멕스의 하이라이트인 공식 쇼케이스에는 엄격한 심사를 거친 40여개 팀만이 오를 수 있다. ‘냉정한 관객’ ‘깐깐한 평가’로 이름이 높다. 주로 월드뮤직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로 채워진다. 음악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자리를 떠나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들소리의 관객 대부분은 공연이 펼쳐진 45분 내내 자리를 지켰다.



◆현대 감각으로 살아난 전통=1984년 출범한 들소리는 2000년대 초부터 미국·유럽 등을 돌며 41개국에서 한국을 알려왔다. 이날 선보인 작품은 대고(큰북)와 소고(작은북), 징, 가야금 등 국악기와 창·마당놀이 등 한국의 전통공연이 결합된 ‘월드 비트 비나리’. 연주는 역동적이고 빠른 비트의 북 연주로 시작됐다. 불경과 랩을 결합한 ‘사바하’, 관객들이 동참하는 ‘뱃노래’ 등으로 이어졌다. 긴장과 이완의 묘미를 살린 구성이었다. 청중들은 무대에서 흘러나온 ‘아리랑’을 조용히 흥얼거리다 마지막 ‘뱃노래’에서는 “어기야”를 함께 내지르며 온몸으로 공연을 즐겼다.



워멕스는 세계로 진출하는 통로다. 각국 음반 제작자 및 공연 담당자와 직접적인 계약으로 이어진다. 이날에도 공연 직후 세계 공연·음반 관계자들이 들소리와 면담을 요청했다. 브라질 아티스트이자 월드뮤직 기획자 마그다 푸치씨는 “큰북의 울림이 심장을 쿵쿵 두드렸다”며 “브라질에서 공연할 계획은 없느냐”라며 물어왔다. 문갑현 들소리 대표는 “세계에 통할 수 있는 현대적 감각을 앞세우되 우리 전통음악의 역동성과 섬세함, 삶에 밀착된 정신을 살리려고 했다”며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을 서구인들이 새롭게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진출의 가능성=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 열린 박람회에서도 한국 음악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올해에는 들소리와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이 단독부스를 마련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동부스에는 키네킥 국악그룹 ‘옌’과 퓨전민요밴드 ‘아나야’가 참가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송기철씨는 “한국의 월드뮤직은 80년대 후반 김덕수 사물놀이패, 대금연주자 김영동씨 등으로부터 싹을 틔웠으나 이후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음악의 위상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우리 전통의 잠재력과 세계성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을 뚫을 열쇠는 결국 우리 안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제안이다.



코펜하겐(덴마크)=이영희 기자



◆워멕스(WOMEX·THE WORLD MUSIC EXPO)=1994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월드뮤직 박람회.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과 재즈, 포크 등을 주로 소개한다. 세계 각종 페스티벌과 이벤트 기획자, 음반사· 배급사·매니지먼트사 관계자들이 방문해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고, 현장에서 공연을 구매한다. ‘공식 쇼케이스’는 음악 관계자 앞에서 음악을 선보이는 ‘워멕스’의 가장 큰 행사. 올해에는 37팀이 선정됐다.




한국만의 색깔 분명해야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

‘워멕스’ 심사위원 조 프로스트




‘워멕스’의 공식 쇼케이스 참가팀을 결정하는 심사위원 7명은 ‘7인의 사무라이’로 불린다. 해마다 지원하는 700~800여 팀 중 40여 팀을 골라내려면, 날 선 감각과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데서 나온 별명이다. 올해 ‘7인의 사무라이’로 활약한 영국 월드뮤직 잡지 ‘송 라인즈(Song Lines)’의 조 프로스트(사진) 편집장을 만났다. 그는 “세계에서 통하는 음악은 반드시 중심에 그 나라만의 색깔을 품고 있다”며 “한국적인 것에 자부심을 가져라”고 말했다.



-‘송 라인즈’에 한국 뮤지션을 소개했는데.



“지난해 10월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들소리’ ‘노름마치’ ‘이스터 녹스’ 등 한국의 다양한 음악을 접했다. 너무 새로운 음악이었다. 올 3월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씨를 특집으로 다뤘는데, 반응이 좋았다.”



-올해 ‘들소리’가 선정된 이유는.



“공연이 스펙터클하고 다이내믹하다. 비주얼도 훌륭하다. 공연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깊은 인상을 받는다. 들소리가 유럽에서 많은 공연을 연 것도 중요했다. 심사위원 7명 중 3명이 그들을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선 전통음악이 인기 없는데.



“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퓨전 음악이 젊은층에게 다가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퓨전도 일반화하면 비슷한 음악이 남발된다. 어떤 장르와 결합하더라도 한국 전통의 색깔을 놓치면 안 된다.”



이영희 기자, 사진=사진작가 권영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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