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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쌀 남는데도 의무 수입 계속, 관세화 앞당겨야"

지난 10월 15일 농어업선진화위원회 워크숍에서 호주를 다녀온 농민단체 관계자가 호주의 쌀 시장을 보고 영감이 떠올랐다고 한다. 호주는 8년 동안 가뭄으로 쌀 생산량이 160만t에서 지난해 20만t으로 급감했고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더 높아졌다. 그 관계자는 "우리 쌀을 호주에 수출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쌀을 못 들어오게 하려고 쌀 관세화 유예 협상을 벌이던 2004년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특별 기고

쌀은 유일하게 관세화가 유예된 품목이다. 우리 쌀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10년간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았다. 이어서 2004년 재협상을 해서 관세화가 다시 2014년까지 유예됐다. 그 대가로 쌀 수출국으로부터 매년 일정량을 수입해야 한다. 2005년엔 수입량이 22만6000t이었지만 매년 약 2만t씩 늘어나 지금은 30만7000t이다. 2014년에는 40만9000t에 이르게 된다.

쌀 소비량 감소와 의무 수입물량 확대 등으로 매년 약 16만t의 쌀이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쌀이 남아도는데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그것도 의무적으로 들여와야 할 쌀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일본과 대만은 1999, 2003년에 각각 쌀을 관세화했다. 대신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인정받는 방식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막대한 의무 수입량을 계속 늘리는 것보다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관세를 부과한 수입쌀 가격이 국내산보다 1.5~1.6배가 높아 상업적 수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관세화가 이뤄진 후 양국 쌀 산업은 큰 타격이 없었다는 얘기다.

농가에서는 관세화를 하게 되면 당장 수입산 쌀이 밀려들어올 것으로 오해를 한다. 일본과 대만처럼 우리도 높은 수준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 더구나 국제 쌀값이 높아지면서 국산 쌀값은 수입산의 4~5배에서 2배도 안 되게 가격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수입산 쌀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밥맛 좋고 안전한 우리 쌀이 있는데 누가 더 비싸고 맛 없는 수입쌀을 먹겠는가.

혹자는 국제 쌀값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국제기구와 학자들은 대부분 곡물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인구 증가, 육류 섭취 증가, 바이오연료 생산 확대로 곡물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곡물 생산의 변동성도 더 커진다. 그만큼 식량 부족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인류를 먹여 살리기 위해 현재보다 70% 이상 식량을 늘려야 한다’면서 ‘향후 식량 가격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쌀 관세화를 앞당길수록 이득이란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쌀 관세화를 하더라도 농민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농가의 생계와 직접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농가 수입 중 쌀이 약 40%를 차지하고 경지 면적의 약 60%가 논이며 농민 중 3분의 2가 쌀농사를 짓고 있다. 정부는 쌀 농가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다는 입장이다.

농업계가 스스로 논의해 결정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논의의 장으로 농어업선진화위원회에 특별분과위원회를 설치했다. 연구 결과와 분석자료 등 상세한 정보도 충분히 제공했다. 지역 농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설명회도 지원했다. 그러나 이해가 다른 농민단체의 정치적 반대로 공론화도 막혀 있는 실정이다. 또 수확기에 접어들어 국내 쌀값 하락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세화는 논의마저 중단되었다. 내년부터 관세화를 할 수 있길 기대했지만 무산된 것이다.

관세화가 1년 늦춰지면 춘천 시민(25만8000명)이 1년 동안 먹을 양의 쌀을 더 수입해야 한다. 2014년까지 이대로 가면 주식의 12%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이것은 후대에 영원히 물려줘야 할 짐이 될 것이다. 농민단체는 쌀 농업의 미래와 농가의 실익을 생각해 쌀 조기 관세화에 대한 결론을 조속히 내려 주길 바란다. 내후년이라도 관세화할 수 있도록 사심 없이 논의해 주길 바란다. 하루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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