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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소리로 통했다

판소리 무대는 단출합니다. 소리꾼과 고수(鼓手) 두 명이지요. 소리꾼이 창(唱)을 하면 고수가 북으로 장단을 맞춥니다. 소리의 유장함과 북소리의 맺음, 여기에 고수와 관객의 다양한 추임새가 끼어들며 비로소 하나의 공연이 완성되지요. 그런데 고수와 북소리가 없는 판소리, 보신 적 있나요. 전 보고 들었습니다. 지난달 28일 저녁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과 러시아, 그 소리의 만남’에서였습니다.

푸시킨 탄생 210주년을 기념해 주한 러시아대사관, 뿌쉬낀하우스, 고려대 러시아센터가 주최한 이 무대에 어느 순간 소리꾼 이주은씨가 고운 한복 차림으로 올랐습니다. 이어 붉은 연주복 차림의 빅토르 제미야노프가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저 러시아 사람이 우리 가락을 알까, 장단을 맞출 수 있을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춘향가’ 중 춘향이 그네 뛰는 대목이 시작됐습니다. 피아노도 같이 울렸습니다. 악보가 없는 즉흥연주였습니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소리와 피아노가 주거니 받거니 비와 구름처럼, 파도와 바람처럼 어우러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평상시처럼 말하는 아니리가 흐를 때 피아노는 숨죽여서, 빠르고 구성진 대목에서는 정열적으로 맞받아치더군요. 참으로 희한한 충돌이자 화합이었습니다. 2004년 남원 춘향제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에 빛나는 젊은 소리꾼과 모스크바 그네신 영재음악학교와 차이콥스키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백전노장의 겨루기 한판-.

“신영희 명창의 수제자인 이씨와 라흐마니노프를 연구한 제미야노프였으니까 가능한 무대”라는 것이 연주를 맡은 퓨전 국악 연주단체 베르디아니 권정구 이사의 귀띔이었습니다. 이씨는 “서로의 음악성을 믿고 편하게 하다 보니 마음이 통한 것 같다”고 들려줬습니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새롭게 시도한 무대, 다른 귀명창들은 어떻게 들으셨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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