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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습곡’도 연주회를 한다?

‘이걸 연습한다고 정말 피아노를 잘 칠까.’
‘유행’ 따라 피아노 학원을 다닌 사람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생각입니다. 끝나지 않을 듯 반복되는 소절과 징그럽게 똑같은 리듬으로 이뤄진 그 음악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야속한 피아노 선생님은 하루에 수십 번씩 연습을 강요해 우리를 질리게 했죠.
제목은 ‘하농’이었습니다. 아무리 좋게 들어도 음악적이지 않고, 무의미한 손가락 놀림인 한두 페이지짜리 음악 60곡이 들어있는 작품집입니다.

본래 제목은 ‘60가지의 연습으로 만드는 기교파 피아니스트(The Virtuoso Pianist In 60 Exercises)’. 프랑스 작곡가인 샤를르-루이 하농이 1873년 작곡ㆍ출판했습니다. 손 전체의 힘을 기르고 손가락 근육을 강하게 하는 목적이었습니다. 피아니스트가 이 연습곡을 무대에서 연주한다면? 참 우스꽝스러울 겁니다. 객석에 앉아 60곡을 듣고 있는 청중은 더욱 상상하기 힘드네요.

그런데 똑같이 ‘연습’이라는 이름이 붙고도 버젓이 콘서트홀을 휘젓는 작품이 있습니다. 쇼팽ㆍ드뷔시·스크랴빈 등이 ‘에튀드(습작ㆍ연습곡)’로 만든 곡들은 피아노 독주회의 단골 레퍼토리죠.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19세기의 ‘얼리 어댑터’ 쇼팽은 1822년 세바스티안 에라르가 제작한 피아노에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쇼팽이 남긴 230여 곡 중 200곡이 피아노 독주곡입니다. 그만큼 피아노에 애착을 보인 그는 이전 시대의 악기보다 부드러운 표현과 큰 소리가 가능해진 이 피아노를 사랑하게 되죠. 새로운 피아노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려는 생각에서 나온 작품이 ‘에튀드’ 27곡입니다.

각각 Op.10과 Op.25로 묶인 12곡과, 작품 번호가 없는 세 곡으로 1829~1836년 발표했죠. 각각 3~5분 길이인 27곡은 저마다 하나씩의 목적을 가집니다. 옥타브, 3도 화음, 또는 상행 선율을 반복 훈련시키죠. 시작부터 끝까지 똑같은 손 모양으로 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 작품들, 지겹지 않고 아름답습니다. Op.10 중 5번은 흔히 ‘흑건’으로 불리는데, 검은 건반을 이용한 셋잇단음 연습입니다. 듣기에 어찌나 경쾌하고 깜찍한지요. 손목을 부드럽게 해주는 Op.25 No.9는 ‘나비’라는 별명이 붙도록 우아합니다.
하농과 달리 창의성을 발휘한 쇼팽 덕분입니다. 근육을 훈련하면서 감정까지 건드릴 수 있도록 작곡했죠. 유명한 ‘이별의 노래’도 Op.10 작품집에 세 번째로 들어있는 ‘연습곡’이랍니다. 음악을 즐기다 보면 저절로 연습이 되는 셈입니다.

쇼팽이 처음 보여준 ‘연주회용 연습곡’은 후배들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쇼팽과 동년배인 슈만은 ‘교향적 연습곡’을 내놔 30분 넘는 연습곡 연주가 가능하도록 했고, 리스트는 ‘초절기교 연습곡’, 라흐마니노프는 ‘회화적 연습곡’ 등으로 선배의 아이디어를 확장해 나갑니다. 이처럼 하농이 ‘주입식 연습’을 할 때 쇼팽은 ‘아름다운 연습’을 창조했습니다. 덕분에 ‘준비 과정’뿐이었던 연습은 예술이 됐죠.

A 쇼팽, 아름다운 연습 창조해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클래식을 담당하는 김호정 기자의 e-메일로 궁금한 것을 보내주세요.



중앙일보 문화부의 클래식·국악 담당 기자. 사흘에 한 번꼴로 공연장을 다니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모든 질문이 무식하거나 창피하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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