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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작 ④] ‘아들과 딸’이 괴롭힌 경쟁작들

'아들과 딸'은 첫방송부터 32.5%의 시청률로 단번에 시간대를 장악했다. 7개월 여 방송하는 동안 경쟁 드라마들에게 우세를 양보하지 않았다. 그나마 KBS 2TV '숲속의 바람'이 종영을 앞두고 뒷심을 발휘해 대등하게 경쟁했을 뿐 나머지 경쟁작들은 저조한 시청률에 한숨을 쉬어야 했다.

'숲속의 바람'은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을 연출한 사극의 대가 김재형 PD가 메가폰을 잡은 멜로 드라마다. 호스티스 출신의 여성이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민수가 성적 매력을 이용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 여성 단체의 비판을 받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후속작인 '사랑을 위하여'는 방영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강문영·옥소리·송영창·강석우 등 스타급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다소 구태의연한 내용 때문에 그다지 주목 받진 못했다. 자매가 한 남자와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는 등 멜로 드라마의 통속적인 공식이 식상함을 안겨줬다. 사랑을 나누는 커플이 친남매로 밝혀지는 등 막장 코드까지 등장했다. 90년대 초반에도 자극적인 소재와 전개로 눈길을 모으려는 막장 코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작품인 셈. 그러나 위력은 정통파 드라마에 비해 약했던 게 시대상의 차이점이다.

뒤이은 '연인'은 참담했다. '아들과 딸'이 종영하기까지 한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아들과 딸'의 마지막회가 방영된 1993년 5월 9일에는 3.6%라는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신애라·전혜진·김주승·이효정이 출연했고 015B의 정석원이 OST를 담당하는 등 화려한 캐스팅을 내세웠지만 '아들과 딸'의 막판 기세 앞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한편 당시 개국 초기였던 SBS는 '아들과 딸'의 방영시간대인 8시를 피해 9시에 드라마를 포진하는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최재성·고현정 주연의 '두려움 없는 사랑'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감동적으로 보여부며 40%대 시청률의 인기를 누렸다. 이덕화·황신혜 주연의 '모래위의 욕망' 역시 평균 30%대를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시절 국민의 절반 가량이 주말 채널을 옮겨가며 오후 8시~10시 드라마에 푹 빠져 지냈다는 이야기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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