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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작 ①] ‘아들과 딸’ 남아선호사상 통렬하게 풍자하다


'아들과 딸'은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했던 70~80년대 사회상을 통렬하게 풍자했다. 작품이 방영되던 1992년에도 남아 선호는 여전했기에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 속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후남이 쌍둥이 남매인 귀남의 뒷바라지를 위해 꿈을 포기했을 때, 중·장년 여성 시청자들은 후남에게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렸다. 후남이 뒤늦게 되찾은 꿈을 차근차근 이뤄갈 때 시청자들은 응원을 보냈다. 석호라는 동반자를 만나 마침내 꿈을 이룬 순간 마치 자신의 일인양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아들과 딸'은 후남의 성공에 비례해 시청률 또한 상승했다. 초반 후남의 시련기에 30~40%대 시청률을 기록했고, 후남이 독립해서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50%대로 치솟았다. 후남이 석호를 만나 연인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60%를 넘나들었고 61.1%로 정점을 찍었다. 역대 드라마 시청률 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아들과 딸'은 당초 50부작으로 기획됐지만 인기에 힘입어 64부작으로 연장됐다. 연장 이후 스토리의 긴장감이 조금 떨어지며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남이 소설가로 성공하고 가족들과 화해하는 감동적인 결말에 이르러서는 다시 60%대로 올라섰다. 원치 않던 결혼으로 생활에 찌든 가장이 됐던 귀남이 다시금 법관에 도전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꿈을 잃은 그 시대 가장들에게 새로운 의욕과 용기를 북돋워준 대목으로 평가됐다.

'아들과 딸'은 후남의 시련에서 성공까지 여성 캐릭터가 중심으로 다뤄진 점에서 페미니즘의 성격을 강하게 띈 드라마로 분류되기도 한다. 작품에서 그려진 남아선호사상과 남존여비사상은 대학 석사 및 박사 논문의 주제로도 많이 활용됐다. 실제로 '모래시계'와 함께 논문의 주제로 가장 많이 활용된 드라마로 꼽힌다.

연출자 장수봉 PD는 이처럼 '아들과 딸'이 사회적 아젠다로 부각된 점에 대해 "꿈보다 해몽이 좋았을 뿐"이라고 그다지 큰 의미를 두려하지 않았다. 장 PD는 "기획 단계에서 남아선호사상을 꼬집거나 비판할 의도를 지녔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우리네 삶을 진솔하게 그리려고 했을 뿐이다. 작품이 인기를 모으다 보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뜻하지 않은 거창한 해석들이 나오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장수봉 PD가 의도했던 '아들과 딸'은 성공 스토리였다. 후남이 시련을 딛고 성공해 가는 과정에서 진솔한 감동을 추구했다. 장 PD는 "남존여비사상은 후남의 시련을 극대화하는 중요 장치였다. 곱게만 키운 귀한 사내아이는 자생력이 없을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았다"면서 "결과적으로 페미니즘을 드러내는 요소가 됐지만 극적 긴장감과 갈등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 PD는 '욕쟁이 연출자'로 유명하다. 거친 입담 때문에 연기자들이 무서워하는 '호랑이 PD'로 통한다. 물론 정을 담은 욕이기에 한번 맺은 인연을 오랫동안 유지하기도 한다. '아들과 딸'의 고두심·김희애·채시라·오연수·정혜선 등은 장 PD와 드라마로 맺은 인연을 이어간 사례였다.

'아들과 딸' 촬영장에서도 장 PD의 욕설이 쉴새없이 울려퍼졌다. 욕설에 대한 출연자와 촬영 스태프의 반응은 웃음이었다. 장 PD는 "신바람이 나야 욕도 잘 할 수 있다. '아들과 딸'은 너무 즐겁게 촬영한 작품이었다. 촬영장에서 누구 하나 얼굴 찌푸린 사람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도 신명나게 욕을 했다"고 웃으며 그 시절을 돌아봤다.

'아들과 딸' 줄거리

70년대 농촌 마을의 한량 이만복(백일섭)은 종숙(권재희) 귀남(최수종) 후남(김희애) 종말(곽진영) 1남3녀의 아버지다. 만복과 아내(정혜선)는 심한 남아선호사상을 지녔다. 어렵게 얻은 아들 귀남만을 끔찍하게 아끼고 딸들은 뒷전이다. 큰딸 종숙은 변변치 않은 남편(김성찬·작고)과 친정에 얹혀 눈치밥을 먹고 산다.

귀남은 부모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귀하게 자란다. 만복 부부는 귀남이 법관이 되길 바란다. 후남은 공부도 잘하고 문학적인 재능도 뛰어나 학교의 기대를 모은다. 소설가가 되고 싶어 국문과 진학을 꿈꾸지만 귀남의 학비를 대기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취직을 한다.

귀남은 팬팔로 서울 친구 미연(채시라)과 사귄다. 미연은 부유한 어머니(고두심)과 함께 부족함 없이 자유분방하게 성장했다. 후남은 그런 미연을 동경한다. 미연은 후남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려 한다. 그러나 후남은 귀남의 뒷바라지를 위해 꿈을 접는다.

귀남은 부모의 기대대로 법대에 진학하고 같은 대학에 입학한 미연과 연인이 된다. 그러나 고향 이웃집의 성자(오연수)의 집요한 구애에 사고(?)를 치게 돼 아이를 갖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결혼한다. 몇차례 사법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귀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법관을 포기하고 은행에 취직한다.

귀남이 가정을 꾸미고 정착하면서 후남은 뒤늦게 잃었던 소설가의 꿈을 되찾으려고 한다. 독학으로 야간 대학에 진학한 뒤 귀남의 법대 동창인 석호(한석규)와 사랑을 나누게 되고 결혼에까지 이른다. 후남은 석호의 도움으로 소설가의 꿈을 이룬다. 후남은 그토록 자신을 모질게 대했던 어머니와도 화해한다.

이동현 기자 [kulkuri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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