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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GDP

1989년 3월 알래스카에서는 유조선 엑손 발데즈호가 좌초돼 원유 4만㎥가 누출됐다. 2000㎞의 해변이 오염됐고 기름 제거를 위해 많은 사람이 앵커리지 인근 프린스 윌리엄 해협으로 몰려들었다. 한적하던 레스토랑·호텔·주유소·상점은 사람들로 북적대면서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게 됐다. 알래스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도 덩달아 올라갔다. GDP가 늘어났다고 수많은 바닷새와 고래가 죽어나간 알래스카가 더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GDP는 생산총량을 시장 가치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지표다. 기본적으로 생산된 모든 것은 그 자체로 당연히 좋은 것이라고 가정한다. 지속 가능한 것과 지속 불가능한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 국민의 생활수준을 실제로 향상시키는 경제활동과 그렇지 않은 경제활동을 구별하지도 못한다. 자원 채굴, 삼림 남벌로 인해 자연의 가치가 줄어도 GDP는 늘어난다. 그래서 GDP는 덧셈만 하고 뺄셈을 하지 못하는 계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GDP는 1930년대 대공황 때 미국 상무부가 만들어 경제 회복을 측정하는 잣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실제 이를 만든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조차 “한 나라의 복지 상태를 국가 소득 합계에서 추정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GDP 개념의 남용을 경계했을 정도다(제러미 리프킨, 『유러피언 드림』).



GDP의 문제점이 대두되자 이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새로 제시되는 지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GPI(Genuine Progress Indicator, 진정한 진보 지표)다. GPI는 자원의 감소, 오염, 장기적인 환경피해, 가사노동처럼 GDP가 제외한 요소들까지 측정한다. 지속 가능한 경제복지지수(ISEW)라는 것도 있다. 무급 가사노동을 더하고 범죄·오염·사고 등으로 인한 손실을 빼는 식이다. 우리 통계청에서도 환경비용을 감안한 녹색GDP를 개발 중이다.



27~30일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서도 ‘새로운 사회 발전 지표의 개발’이라는 주제를 핵심 의제로 다루고 있다. GDP 같은 단편적인 경제수치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국가 발전지표를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자원은 무한하고 끝없는 성장은 가능하다’는 생각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진정한 사회발전을 나타내는 지표는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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