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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약속, 대통령 양심보다 중요”

22일 한국선진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학계 전문가들이 세종시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기(경북대)·육동일(충남대)·조명래(단국대)·이승훈(서울대·사회자)·류동길(숭실대)·김영봉(중앙대)·남영우(고려대)·신도철(숙명여대) 교수. [김태성 기자]
정운찬 국무총리가 불을 댕긴 세종시 수정 논란이 정치권을 거쳐 학계로 옮겨 붙었다. 22일 중앙일보 후원으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 전 국무총리) 월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세종시 원안 추진과 전면 수정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행정도시 타당한가=숭실대 류동길(경제학) 명예교수는 “그간 수도권 규제로 가장 혜택을 본 곳이 인근의 충청권”이라며 “행정도시 건설은 수도·충청권이 합쳐진 ‘수충권’을 만들어 다른 지역과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단국대 조명래(도시계획부동산학) 교수는 “세종시 건설을 통해 계획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수도·충청권이 한 덩어리로 뭉쳐지는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정효율에 대한 입장도 달랐다. 중앙대 김영봉(경제학) 명예교수는 “행정도시를 만들어 수도를 둘로 쪼개면 수도 이전보다 비효율이 되레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남대 육동일(자치행정학) 교수는 “공무원들이 국회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국정감사 답변을 작성하는 현재의 비효율을 세종시 건설을 통해 미래 행정에 맞게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맞받았다.

고려대 남영우(지리교육학) 교수는 “산업화 시대에 평등·분산이 중요했다면 정보화 시대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라며 “세계는 지금 수도 몸집 불리기 경쟁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북대 김형기(경제통상학) 교수는 “국정 비효율을 없애려면 일단 원안대로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건설하면서, 개헌을 통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 필요한가=류동길 교수는 “행정부처 이전으로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며 교육·기업·과학도시를 한데 묶어 추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충남도청을 세종시로 옮기거나 공영방송 이전, 의료·관광단지 조성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명래 교수는 “세종시는 서울에 집중된 국가 권력기관의 일부를 들어내 새로운 국토 거점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 행정기능도 안 간다면 허허벌판에 국제과학도시 조성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육동일 교수는 “국가 운영에는 대통령의 ‘양심’보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국정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원안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봉 교수는 “(자족성이 떨어지는) 현재의 세종시 계획은 충청권에 선물이 아닌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며 수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김선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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