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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못한 ‘18세 교수’ … 이벤트성 영입 안 된다 교훈

건국대가 ‘역사상 최연소 교수’라며 영입했던 ‘천재 소녀’ 알리아 사버(20·미국)가 올 초 고향인 미국 뉴욕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사버는 지난해 4월 건국대 공과대학 신기술융합학과의 외국인 전임교원으로 임용됐었다. 계약기간은 1년이었지만 9개월 만에 한국을 떠난 것이다.

건국대 선우영 국제처장은 22일 “올 2월 계약이 만료됐으나 연장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건국대 관계자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했고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결국 한국에 적응을 못해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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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욕심이 부른 실패=건국대는 사버를 임용할 당시 “사버가 만 18세로 교수에 임용됨에 따라 1717년 영국 메리셜대 수학과 코린 매크롤린의 만 19세 교수 임용의 300년 묵은 기록을 깨고 『기네스북』에 세계 최연소 교수로 이름을 올렸다”며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에게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사버는 10세 때 미국 뉴욕 스토니브룩주립대에 들어가 응용수학을 전공한 뒤 필라델피아 드렉슬대에서 나노 재료를 소재로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버가 한 학기 강의만 하고 돌아가자 학생과 교직원 모두 허탈해하고 있다. 일부에선 “학교 측이 홍보 효과만 노리고 영입했다”며 비판한다. 사버는 지난해 6월 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건국대는 “(미국의 나이 환산 방식에 따라 사버의 19번째 생일인 지난해 2월 22일 직전인) 2월 19일부터 계약이 유효하다”며 “최연소 교수 신기록”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기네스북』 기록을 위해 편법으로 계약시점을 앞당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버는 지난해 2학기 건국대 대학원 신기술융합과의 ‘응용소재공학’ 1개 과목을 맡았다. 수강생은 3~5명 정도였다. 연구 실적은 없다. 같은 과 이만종 교수는 “실적을 내기엔 사버의 체류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이제 막 성년이 된 사버가 다른 나라에서 교수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교 측의 과욕에 학교와 사버 모두 흠집이 났다”고 말했다.

◆유명세만 노리다 좌절=이번 해프닝은 외국인 인재 영입을 ‘간판용’으로만 취급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사례는 예전부터 반복돼 왔다. 2004년 7월 임기 4년의 KAIST 총장에 취임한 로버트 러플린(59)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199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러플린은 “KAIST를 세계 정상급 연구중심 대학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개혁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취임했다. 하지만 교수진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2년 만에 총장직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러플린은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KAIST 총장은 다분히 정치적인 자리더라”며 “내가 그걸 알면 총장직 제의를 거부할까봐 한국 정부(당시 과학기술부)가 의도적으로 숨겼고 당초 기대와 달리 총장의 권한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플린 영입 작업을 주도했던 석성호 전 KAIST 이사는“러플린이 KAIST의 특수성을 너무 몰라 교수들과 마찰을 일으키다 실패한 것”이라며 “정부로부터 따오는 예산 규모로 총장 능력을 검증 받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입 전 러플린에게 KAIST의 특수성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않은 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덧붙였다.

동부하이텍 송재인 상무는 “사버와 러플린의 사례는 외국인 엘리트들을 인재 수혈 차원이 아니라 유명세만 노리고 영입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외국인 인재 입장에서도 한국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보상만 따지는 경우 한국 사회에 안착하기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한국 사회의 폐쇄성 때문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2007년 금융감독원 특별고문으로 영입됐던 윌리엄 라이백 전 홍콩 통화감독청 부청장은 부임 6개월 만에 짐을 쌌다. 라이백 영입을 주도했던 이승희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원래는 6개월 일한 뒤 라이백을 금감원의 의사결정기구 안으로 편입시킬 계획이었다”며 “조직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부원장 임명이 좌절됐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공무원 조직의 발전을 위해 이방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성과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엘리트 주요 설문 응답자

재계 ▶삼성전자 요란 스튜어 맘(Goran Sture Malm) 사외이사, 데이비드 스틸(David Steel) 상무 ▶LG전자 더모트 보든(Dermot Boden) 부사장 ▶동부하이텍 바디 엘 카레(Badih El-Kareh) 전문위원, 펠리시아 제임스(Felicia James) 전문위원 금융계 ▶외환은행 래리 클레인(Larry A Klane) 행장 ▶현대캐피탈 라비 아비네니(Ravi Abbineni) 이사, 산딥 지로트라(Sandeep Girotra) 이사 ▶전 도이치증권 스티븐 마빈(Stephen Marvin) 리서치센터장 ▶ING생명 릭 다이싱어(Rick Dysinger) 수석 컨설턴트

법조계(변호사) ▶김앤장 케빈 리 토드(Kevin Lee Todd) ▶화우 타이종난(太忠男) ▶율촌 네이선 맥머리(Nathan McMurray) ▶지평지성 켄트 웡(Kent Wong) ▶바른 토머스 피낸스키(Thomas P Pinansky) 정부기관 ▶기상청 케네스 크로퍼드(Kenneth Crawford) 기상사업선진화단장 ▶한국투자공사(KIC) 스콧 칼브(Scott E Kalb) 최고투자책임자(CIO) 학계 ▶고려대 마틴 헤머트(Martin Hemmert) 교수 ▶POSTECH 자코부스 쿨렌(Jacobus H Koolen) 교수 기타 ▶유럽상공회의소(EUCCK) 장 자크 그로아르(Jean-Jacques Grauhar) 소장 ▶서울글로벌센터 앨런 팀블릭(Alan Timblick) 센터장 ▶마이클 브린(Michael Breen) 전 더 타임스 기자 ▶앤드루 새먼(Andrew Salmon) 워싱턴 타임스 기자 ▶매키니 컨설팅 스티브 매키니(Steve Mckinney) 대표 ▶IRC컨설팅 피터 언더우드(Peter Underwood) 공동대표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은 본인은 한국인이라며 ‘외국인 설문’ 응답은 거부하고 인터뷰에만 응함.


특별취재팀=안혜리·이종찬·최선욱·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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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