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주총 특별결의 … 요건 까다로워 실효성 의문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포이즌 필(Poison Pill)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 등으로부터 M&A 공격을 받을 때 마땅한 방어수단이 없다는 점을 감안했다.

포이즌 필이 시행되면 기존 주주들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을 거쳐 시가보다 싸게 신주를 살 수 있게 된다. 기존 주주들이 적은 돈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경영권을 노리는 쪽은 자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법무부가 마련한 상법 개정시안에는 포이즌 필 발동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했다. 기업 입장에선 포이즌 필이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은 이미 도입=외환위기 전만 해도 국내에서 적대적 M&A는 사실상 봉쇄됐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M&A를 막는 규정을 대부분 폐지했다. 특히 외국인에게 적대적 M&A 길을 열어준 게 국내 기업에 부담이 됐다. 2003년 소버린이 SK를 공격한 데 이어 2004년 헤르메스, 2006년 칼 아이칸이 각각 삼성물산과 KT&G를 상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했다.

미국은 1988년 ‘엑손-플로리오법’을 제정해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의 M&A를 정부 직권으로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 500대 기업의 94% 정도는 포이즌 필과 같은 각종 경영권 방어장치를 갖고 있다. 일본에서도 포이즌 필이 도입됐으며 유럽 국가는 황금주·복수의결권 등의 방어장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사주 매입이나 우호 기업과의 지분 맞교환 외에는 마땅한 방어장치가 없 다. 포이즌 필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은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선거공약 사안이다.

포이즌 필을 도입하면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내에 쌓아 두었던 유보 자금을 설비투자·연구개발(R&D)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M&A 시장이 위축되고, 경영진의 사적 이익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까다로운 발동 요건=법부무가 마련한 포이즌 필의 발동요건이 미국·일본에 비해 너무 까다로워 유명무실한 장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정시안에 따르면 회사 정관에 포이즌 필을 넣은 경우에만 발동할 수 있고, 이를 도입하려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했다. 특별결의는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기업들이 도입하기에 쉽지 않은 조건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보유지분은 47%에 달하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 지분은 15%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현대차도 외국인 지분은 34%인 반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20% 정도다.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 두 회사가 주총을 열어 포이즌 필 도입에 필요한 찬성표를 얻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경영권 방어장치가 필요한 것은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법무부의 안대로라면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