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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다, 상처 받은 이들의 사랑

핑클 출신 성유리(오른쪽)의 스크린 데뷔작 ‘토끼와 리저드’.
‘입양’은 최근 우리 영화계의 주된 화두처럼 보인다. 대중영화든, 예술영화든 많은 영화가 입양을 소재로 택했다. 혹은 입양아 출신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만든 영화들도 선보였다. 입양이라는 것이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고독·상처·정체성 같은 실존적 문제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입양아 출신인 우니 르꽁트 감독이 입양을 소재로 해 칸영화제 등에서 각광받은 영화 ‘여행자’가 개봉하는가 하면, 산세바스찬영화제에 초청된 전수일 감독의 ‘영도다리’ 또한 자신의 딸을 해외 입양시키는 미혼모 여고생이 주인공이다. ‘국가대표’의 주인공 하정우도 입양아 출신으로, 부모를 찾아 한국에 들어와 얼굴을 알리려 국가대표가 된다는 설정이다. 한국영화계가, 입양을 주요 모티브로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찾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22일 개봉한 주지홍 감독의 ‘토끼와 리저드’ 또한 입양이 소재다. 그러나 입양 그 자체보다 상처받은 이들의 교감에 방점을 찍었다. 자신의 친부모를 찾아 23년 만에 한국에 온 메이(성유리)가 희귀병을 앓으며 매일 죽음을 준비하는 택시기사 은설(장혁)을 만나 교감하고 소통하는 얘기다. 감성적 멜로의 틀 속에서 상처받은 인물들의 소통이라는 주제가 매끄럽게 녹았다.

핑클 출신의 성유리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장혁과의 호흡 속에 차분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프랑스 유학파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주지홍 감독의 국내 데뷔작이다. 이런저런 영화의 ‘양념’을 담백하게 걷어낸 정갈한 작품이다.

제목 ‘토끼와 리저드’는 메이와 은설이 공유하는 과거의 상처를 상징한다. 12세 관람가.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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