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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fashion] 한복 입은 손예진, 백두산에 내려앉다

여성중앙
“백두산 천지가 눈앞에 나타난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벅찬 느낌이 들었어요. 스태프 중 누가 울었다면 저도 따라 울었을 거예요. 올라오기 전에는 그저 특별한 경험 정도로 여겼는데 천지를 보는 순간 ‘아, 진짜 좋은 그림을 만들어야겠구나’ 다짐이 됐어요.”

백두산 천지를 처음 본 순간을 떠올린 손예진의 말이다.

‘천지는 삼대가 공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화창하게 드러난 전경을 웬만해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열 번쯤 올라오면 한두 번 이런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누가 쌓은 공덕이냐”며 우스갯소리가 오갔다.

천지 건너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는 북한의 장군봉이다. 천지를 둘러싼 13개의 봉우리 가운데 우리가 서 있는 천문봉을 포함해 6개의 봉우리가 중국 땅, 7개의 봉우리는 북한 땅이다.

대자연과 어우러진 한복의 멋

“한 폭의 그림처럼 대자연과 융화된 우리 한복의 멋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통한복 김영석’ 시작 10주년을 기념해 함께 백두산에 올랐던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의 말이다.

“사진작가 조세현 선생과는 한라산에서도 한복 화보를 촬영했었습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한복과 어울린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이렇게 실현되고 보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사진작가 조세현씨에게도 이번 촬영은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98년에 배우 이영애와 함께 금강산에서 최초로 한복 화보를 촬영했었다. 지금의 손예진처럼 당시 이영애의 나이도 꼭 스물여덟이었다. 두 여배우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의미 있는 모습’을 조씨의 사진과 함께 한 셈이다. 조세현씨는 “한라산·금강산, 백두산 등 민족의 영산을 배경으로 한복 화보를 찍을 수 있었던 건 사진가로서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스물 여덟, 그녀의 새로운 시작

영화 ‘취화선’ 이후 한복 화보는 두 번째라는 손예진은 이번 촬영을 통해 한복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취화선’을 하면서 가채 때문에 머리에 못이 박힌 것처럼 고통스러웠어요. 그래서 사극은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드라마 ‘대망’은 남장 여자여서 편했던 거죠.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한복을 입어보니 소재와 디자인이 너무 멋있어요. 백두산에서 서양의 명품 옷을 입었다면 이런 감동은 없었겠죠. 한복 때문에 사극에 대한 욕심이 다시 생겼어요. 하하”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고지대에서 손예진은 누구보다 다부졌다. 서리 앉은 가파른 능선을 따라 걷고 오를 때도 도중에 쉬는 법 없이 단숨에 일등으로 도착했다. 비결은 “매일 거르지 않는 운동 덕분”이라고 한다.

중국 연길 공항에서 용정을 거쳐 버스로 네 시간 넘게 달리고 다시 백두산에 오르기까지, 손예진은 중국 남자들의 열렬한 시선을 받았다. 그가 한국에서 온 배우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특유의 반달 눈웃음에 매료된 중국인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다.

스물여덟 살의 배우 손예진은 지금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내가 직접 끌고 가고 싶을 만큼 의지가 생겼던” 영화 ‘백야행’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원작인 동명의 책을 읽으면서 완벽한 추리소설이구나 생각했고, 두 시간의 시나리오로는 벅찰 만큼 밀도 깊은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글=안지선 여성중앙 기자, 사진=조세현 icon studio
촬영 협조= 전통한복 김영석(의상), 제니하우스 본점(헤어&메이크업)

자세한 내용은 ‘여성중앙’ 11월호를 참고하세요.


1 조선 중기 때의 디자인으로 몸통과 소매가 몸에 꼭 끼고 저고리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저고리 밑으로 드러난 흰색 ‘치마말기’는 흔히 기녀들의 옷차림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가슴을 최대한 여며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복의 평면적인 재단을 커버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많은 여인이 즐겨 입었다고 한다. 치마는 가지보라색 생고사와 노란색 명주 두 겹을 겹쳐 입었다.

2 무늬가 없는 얇은 생고사 소재의 저고리 두 개를 겹쳐 입었다. 예부터 여름이라도 아침저녁으로 서늘할 때면 이렇게 덧저고리를 입기도 했다. 잠자리 날개처럼 얇은 소재라서 대부분 동일 계열의 색상을 많이 겹친다고 한다. 고름 대신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 브로치를 꽂았다. 간결하고 실용적인 장점이 있다. 치마는 목단과 나비 문양이 들어간 숙고사 소재를 사용했다.

예전에는 치마저고리의 색은 달라도 문양은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요즘은 상하의 어느 한쪽에만 문양을 주거나, 각각 다른 문양을 넣는 것을 선호한다. 문양의 일부 색을 뽑아 치마와 저고리 중 한쪽을 민무늬로 사용하기도 한다.

3 양털을 속에 넣은 덧저고리를 입었다. 이렇게 저고리를 겹쳐 입을 때의 요령은 두 가지다. 첫째, 검정 양장 오버코트의 살짝 드러난 안감이 보라색이나 빨강일 때 멋있어 보이는 것처럼, 안팎 저고리의 색감을 획기적으로 매치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색을 사용하는 것이다.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는 “어떤 색이든 하나를 보고 있으면 그리워지는 색이 있게 마련”이라며 “초록색 나무를 보고 있으면 빨간 열매가 생각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4 장옷 스타일의 벨벳 두루마기에 머리쓰개인 ‘아얌’과 팔 토시를 매치했다. 검정 두루마기 위에서 빛나는 문양은 크리스털을 붙여 만든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웨딩 쇼에서 크리스털라이즈드 스와로브스키 엘리멘츠와 협업했던 옷이다. 김씨는 “전통이 깨져야 진화가 이루어지고 또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전통 방식대로 금박이나 수를 놓는 것과는 또 다르게 가치 있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토끼털이 붙은 팔 토시는 겨울철에 요긴하다. 한복 저고리는 소매통이 넓어서 바람을 막는 일이 중요하다. 김씨는 “거추장스럽게 늘어지는 소매 겉으로 팔 토시를 끼우면 일하기에도 편리하다”고 조언했다.

글=서정민 기자, 도움말 김영석 한복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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