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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 시리즈 [2] 천안지역 산

가을 산은 보약이다. 가을 산에 오르는 것은 보약 3재를 먹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등산로를 따라 10분만 걸어도 심신의 피로가 풀리고 스트레스도 사라진다. 산이 1년 중 가장 화사한 옷으로 갈아 입는 가을. 주말에 가족·친구·연인과 산에 올라보자. 올 가을 가 볼만한 산을 소개한다.

태조산-성거산 산행 3시간 30분
각원사 시내버스 주차장에서 만나 성거산을 오르기로 한 약속이 조금은 생소했다. 성거산은 성거읍 천호저수지 옆 등산로로 오르는 줄만 알았다.

“아마 많은 시민들은 각원사 주차장에서 태조산을 올라 성거산까지 이어지는 등산 루트는 잘 모를 거예요.”

지난 16일 오전 9시, 전날 저녁 번개·천둥과 함께 비가 쏟아져 이튿날 산행이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일어나 보니 말끔히 개었다. 등산 가이드는 배수철(67·천안 쌍용동) 천안토요뫼산악회장. 등산 경력 40년으로 3곳의 등산회장을 더 맡고 있다. 배씨와 자주 등반하는 오세구(52·천안 불당동)씨도 산행에 끼었다. 그래서 이날 일행은 사진기자까지 모두 4명.

“등산로 입구가 어디에 있죠?” 주차장에 차를 대고 주위를 둘러봐도 등산로 입구를 찾을 수 없어 배씨에게 물었다. 그가 가리킨 곳은 주차된 시내버스 뒤편의 조그만 오솔길. 옆에 배추밭이 있어 밭 매러 갈 때 사용하는 길인 줄 알았는데….

“왜, 등산로 표시가 안 돼 있지요?” “글쎄요….”

왕자산 가는길
오늘의 등산코스는 각원사 주차장→왕자산(봉)→숙의 하씨 묘→계성군 묘→성거산 정상. 소요시간은 3시간30분.(사진 촬영 및 묘 관찰 등에 30여 분이 더 소요됐음) 엄격히 말해 계성군 묘까지는 태조산으로 분류된다.

태조산과 성거산은 모두 고려 태조 왕건과 연관된 산이다. 930년 태조는 천안에 천안도독부를 차리고 이곳을 후백제 공략의 교두보로 삼는다. 그때 천안 태조산에 올라 천안의 지세를 관찰했다고 한다. 주위에서 “이곳은 다섯 용이 여의주를 두고 다투는 형국으로 후삼국 통일의 대업을 이루는 터전이 될 것”이라고 간언했다. 등산에 웬 역사 타령이냐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등산 묘미를 더할 것 같아 간단히 덧붙이겠다.

고려 말 자료에 그때 왕건이 오른 산이 왕자산(王字山)으로 돼 있다. 태조산과 왕자산은 한 산을 지칭한듯 하다. 그러면 태조가 올랐다는 그 왕자산(봉)은 어디일까. 이번 산행 코스 초입에 최근 왕자산으로 지목된 지점이 있다. 지난해 직산산악회가 그곳에 대리석 푯말을 세웠다.

각원사 주차장을 떠나 산에 오른지 20여 분. 숨이 차오를 만큼 가파른 곳은 없었다. “태조가 오른 왕자산과 태조산이 다른 산인지 알았는데 아니군요. 태조가 오른 산을 태조산이라고 부르면 됐지, 왜 또 왕자산이라고 달리 불렀을까요?”

배회장에게 물었다. “역사학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며 웃는다. 그는 “왕자봉(산이라기 보다 봉우리로 부르는 게 맞겠다)에 오르면 천안 시내뿐 아니라 성거산 정상도 잘 보이고. 동서남북으로 탁 트인 걸로 보건대 태조 왕건이 이곳에서 천안 입지를 살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회장이 갑자기 주 등산길을 놔두고 옆길로 벗어나 좁은 오르막 길을 탔다. 이정표는 물론이고 그 흔한 등산 리본 표시도 없는 길이다. 그 길로 200여m 오르자 푯말이 보이면서 사방이 탁 트였다. 해발 341m. 서쪽으로 백석대·천호지, 멀리 천안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뒤로 돌아서자 성거산 정상의 공군 레이다 기지가 보였다.

정말 이곳에 태조가 올라 오색 구름이 감싸고 있는 성거산을 가리키며 신선이 사는 산 같다고 했을까. 이곳까지 오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음을 볼때 당시 50대 중반의 태조도 산행에 큰 무리를 없을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왕자봉 오르는 길을 등산객이 찾을 수 있을까요” “쉽진 않을 것.”(배 회장)

성거산 정상. 등산가이드 배수철(오른쪽)씨가 동행자 오세구씨에게 산세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성거산 정상 푯말 및 단풍이 들기 시작한 태조산 능선 등산로 모습. [사진=조영회 기자]

계성군 묘 가는길
계성군 묘까지 왕자봉에서 40분이 걸렸다. 왕자봉에서 내려와 다시 주 등산로로 진입했다. 5분 정도 가자 등산로 옆에 넓은 묏자리가 나타났다. 1, 2층으로 여섯 기의 분묘가 보기좋게 자리잡고 있었다. “가족묘인듯한데 여기까지 성묘 오려면 힘들겠어요?” “태조산이 명산인지 곳곳에 분묘가 많아요.” 배 회장 말대로 산행 코스 곳곳에서 무덤을 만났다.

‘여섯 무덤’을 지나자 하늘로 쭉쭉 시원하게 뻗은 리기다소나무숲이 나왔다. 코 끝으로 진한 솔 냄새가 다가와 상큼했다. 태조 왕건이 머물렀던다는 ‘유왕(留王)골’이 멀리 보였다. 10분 후 숙의 하씨 묘가 오른쪽에 보였다. 숙의는 왕의 후궁을 말한다. 후궁 서열 4위다.(정1품 빈, 종1품 귀인, 정2품 소의, 종2품 숙의, 정3품 소용….) 숙의 하씨는 조선 성종의 후궁이었다. 여기서 10분 거리에 묘가 있는 계성군의 친어머니다. 알다시피 연산군은 생모 윤비 죽음과 관련 성종의 후궁 두 명을 처참히 살육한다. 하씨는 윤비 죽음과는 관련이 없는 인물인듯하다.



숙의 하씨묘를 지나자 이정표가 나왔다. 연수원(국민은행), 삼뱅이(메일골, 목천읍 소재) 그리고 성거산 방향을 알리는 만일사와 계성군 묘가 쓰여 있었다. 여기서 5분 거리에 계성군 묘가 ‘숨어’ 있었다. 연산군의 이복동생으로 서자로선 장자였다. 연산군이 두 살 아래인 그를 무척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26세 젊은 나이로 죽었다. 부인과의 합장묘로 10여 년 전 모친 묘와 함께 경기도에서 이곳으로 이장됐다.

계성군묘 도 왕자봉처럼 찾기 어렵다. 등산로로부터 가까운 데 있으나 아무런 표시가 없어 지나치기 쉽다. “바로 전 이정표에는 표시됐던데. 정작 코 앞에선 알리는 표지가 없네.” 처음 찾아오는 사람은 헤맬수 밖에 없다.

성거산 등반
성거산은 성거읍 천흥저수지를 따라 만일사로 올라오는 코스가 잘 알려졌다. 태조산과 성거산은 별개로 떨어져 있는 산이 아니다. 성거산은 동북쪽으로 위례산, 남쪽으로 취암산에 잇대 있다. 배 회장이 “이것이 안성의 칠장산으로부터 이어지는 금북정맥(금강 북쪽의 정맥)”이라고 설명했다. 트래킹하는 기분으로 올라왔는데 이제 땀이 흘렀다. ‘성거산(정상) 0.7㎞’ 이정표를 뒤로하고 올랐다. 성거산은 천안의 성거읍 천흥리, 목천읍 송전리, 북면 납안리 경계에 있는 산이다. 정상(579m)에 오르자 거봉포도의 주산지인 입장·성거가 내려다 보였다. 바로 옆에 공군 군사시설이 있어 서쪽으로 더 나아갈 순 없었다.

■ 태조산 등산로
① 태조산공원 주차장(유량동)-오룡정-갈림길(직진)-능선 갈림길(오른쪽)-정상(1.9㎞, 1시간 소요)
② 신부동 청송사(1번국도 변 태조산육교)-약수터-팔각정-구름다리-전망바위-성거산 갈림길(오른쪽)-능선 갈림길(직진)-정상(5.9㎞, 2시간)
③ 각원사 주차장(안서동)-유왕골 갈림길(오른쪽)-성불사 갈림길(직진)-태조산공원 갈림길(직진)-정상 (3.5㎞, 1시간 30분)
④ 구성동 약수터(고래울)-취암산 갈림길(왼쪽)-유량고개(직진)-아홉싸리고개-정상(4.5㎞, 1시간 40분)

■ 성거산 등산로
① 성거 천흥리-천흥저수지-만일사 계곡-만일사-만일고개(왼쪽)-정상(3.8㎞, 1시간 40분)
② 입장 호당리-성거산 약수터-우물목고개(오른쪽)-성거산 성지-산불감시카메라-정상(일부통제, 5.2㎞, 1시간 30분)
③ 납안리(도촌)-우물목고개(왼쪽)-성거산성지-산불감시카메라-정상(3.2㎞, 1시간 20분)

■ 가볼만 한 곳
◆각원사=남북통일 염원사찰로 깨달을 각(覺), 원할 원(願)자로 이름을 지었다. 1977년 5월 건립.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만든 동양 최대의 청동대좌불이 있다.
◆천흥사터=천흥저수지 인근의 고려시대 사찰 터. 균형감을 자랑하는 5층석탑(보물)이 있고, 조금 떨어진 마을 안에 당간지주(보물)가 남아있다. 국보 천흥사 동종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다.
◆각원사 인근 맛집=두부 집들이 유명하다. ‘시골엄마손두부’(558-8833)의 두부정식(1인 7000원) 및 각원사 바로 아래 ‘호박마을’(552-6427)의 연잎영양밥(1인 7000원)을 권한다.

①‘왕자산’에서 바라본 천안시 전경. 가까이는 백석대, 멀리 최근 완공된 천호대교가 보인다.② 지난해 세워진 왕자산 푯말. ③ 계성군 묘. [사진=조영회 기자]




천안의 다른 산들
광덕산(699m)
천안을 대표하는 명산. 주 등산로는 두 길. 천안(광덕면)과 아산(송악면 강당골)쪽에서 올라갈 수 있다. 북동쪽으로 망경산(600m)과 연결된 산행이 가능하다. 정상에 오르면 날씨가 좋으면 서쪽으로 홍성 오서산, 북으로 가야산이 보인다. 남쪽 계속에는 신라 자장율사가 창간한 광덕사가 있고, 사찰 입구엔 천안에서 호두과자를 처음 재배됐음을 알리는 천연기념물 호두나무가 있다. 수백년된 나무지만 아직 호두가 열린다. 천안 광덕면은 호두 주산지로 년 66t이 수확된다.

① 광덕 주차장-광덕사-헬기장 갈림길(왼쪽 으로)-정자쉼터-헬기장-정상(2.2㎞, 1시간 20분 소요)
② 광덕 주차장-광덕사-헬기장 갈림길(직진)안산마을-장군바위(왼쪽)-정상(3㎞, 1시간40분)
③ 광덕 주차장-김부용 묘소-망경산 갈림길(왼쪽)-장군바위-정상(3.5㎞, 2시간)
④ 광덕 주차장-헬기장-광덕사(오른쪽)-장군바위(직진)-강당골 갈림길(직진)-망경산-넓티고개(8.2㎞, 3시간40분)

태학산(455m)
일명 태화산으로 천안 풍세·광덕면, 아산 배방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남서쪽으로 망경산·광덕산과 이어진다. 북쪽 능선에 고려 후기 만들어진 삼태리마애불(보물 407호)이 있다. 2001년 태학산자연휴양림이 조성됐다. 아까시나무,비목, 소나무 등을 많이 볼 수 있다.

① 휴양림 입구-매표소(왼쪽으로)-능선 갈림길(오른쪽)-산불감시카메라-정상(1.9㎞, 60분)
② 휴양림 입구-매표소(오른쪽)-관리사무소앞-태학사-마애불상-능선갈림길(왼쪽)-쉼터바위-정상(1.8㎞,50분)
③ 광덕면 넓티고개-중금곡 갈림길(직진)-정상(2.5㎞, 1시간10분)

흑성산(519m)
독립기념관 뒤에 있는 산으로 검은성·상왕산으로도 불린다. 북으로 태조산·성거산과 이어지고 정상에 산성 터가 일부 남아있다. 정상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이 있다.

① 목천 교촌1리 입구-교촌리-흑성산 약수터-정상(3.2㎞, 1시간 20분)
② 목천 교천리 터널앞 분기점-초막골-대광사앞-묘지앞(오른쪽)-갈림길(왼쪽)-정상(1.8㎞, 1시간) 문의 공원관리팀(041)521-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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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