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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아프간 얘기는 안 꺼냈지만 … 결국 파병 요청?

정운찬 국무총리(왼쪽)가 방한 중인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오른쪽)과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만나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격적이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21일 서울 용산기지에서 미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연설은 과거 미 국방장관의 연설 스타일과는 사뭇 달랐다. 그의 연설은 고향에서 멀리 떠나 근무하는 주한미군 장병을 위로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한국군의 역할 확대에 대한 주문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게이츠 장관은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간접적이었지만 강한 표현을 썼다. 이라크와 베트남에 대한 파병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국제적인 군사적 공헌이 한국의 안보와 사활적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미 동맹이나 미국을 위한 게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글로벌 코리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 그만한 기여를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하다.

게이츠 장관의 어법은 과거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03년 한국에 이라크 파병을 요청했지만 한국은 2년 후에야 자이툰 부대를 보낼 수 있었다. 당시 파병을 둘러싼 한·미 동맹 기여론은 국내에서 역풍을 맞았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그가 한국군의 지역적·글로벌 차원의 역할을 언급한 것도 주목거리다. 그는 “한국의 새롭고도 전문화된 평화유지(PKO) 부대 발표는 환영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적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함께 던진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방위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이 또한 이례적이다.

대신 게이츠 장관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확고한 억제력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북한은 핵 확보와 핵 기술 및 탄도미사일 확산을 추구하고 있다”며 “한반도는 물론 환태평양과 나아가 세계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 대처 방안으로 핵우산과 통상적인 타격력, 미사일 방어능력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게이츠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2012년 전환 문제에 대해선 예정대로 이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이) 보다 더 책임을 맡는 쪽으로 가는 변화의 결정판”이라며 “이런 변화는 미국의 역할이 한국의 보호자에서 완전한 파트너로 발전되는 것의 반영”이라고 잘라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한·미가 앞으로 협조할 안보 분야로 ▶비확산 ▶탄도미사일 방어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안보협력 등을 꼽았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평화유지(PKO) 상비부대=국방부는 지난 6월 발표한 국방개혁 2020 기본계획에서 한국의 국가 위상을 고려해 3000명 규모의 해외 파병 상비부대를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상비부대는 특전사령부 예하에 1000여 명 규모, 교대 및 추가용 예비부대 1000명, 공병과 의무 및 항공과 같은 다양한 임무를 위한 지원부대 1000여 명 등으로 구성된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유엔의 요청이 있으면 신속하게 파병할 수 있도록 관련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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