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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회의 도시락값 각자 내세요” 일본 후생노동상 관료개혁 행보

“오늘 점심 값은 여러분께서 각자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일 낮 12시 도쿄의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霞ヶ關)의 후생노동상 집무실.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49·사진) 후생노동상은 국장급 이상 간부들과 오찬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점심 값 500엔(약 6500원)은 각자 내도록 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더치 페이(개별 부담)’가 일반화돼 있지만 고위 관료들의 공식 간부회의에서 점심 값을 개별 부담한 것은 이례적이다. 점심은 근처 가게에서 주문한 도시락으로 녹차 음료가 포함됐다. 점심 값은 40분 만에 오찬이 끝났을 때 현장에서 바로 징수됐고 영수증도 배포됐다. 참석자들은 “정권 교체와 새 대신(장관)의 스타일을 피부로 실감했다”고 주변에 털어놨다고 한다.

◆한 달여 만에 장관과 첫 오찬=이날 회의는 나가쓰마 후생상이 지난달 16일 민주당 정권 출범과 함께 취임한 뒤 처음으로 소집한 자리였다. 관료 의존 탈피를 내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의 방침에 따라 업무보고 외에 관료들과의 회동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첫 간부회의가 한 달여 만에 마련된 것이다. 이는 “관료들을 잘 다스려야 민주당 연립정권이 장수할 수 있다”는 하토야마 총리 등 민주당 지도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나가쓰마는 이런 방침을 가장 철저하게 실천하는 장관이다. 그는 관료들을 철저히 업무 관계로만 상대하고 있다. 이날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할 때 일부 국장은 친근감의 표시로 자신의 취미를 밝히기도 했지만 나가쓰마는 냉정한 자세를 흩뜨리지 않았다. 그는 도시락을 먹기 전 인사말에서 “간부 여러분의 지도 편달을 잘 부탁드립니다”며 업무 관련 당부만 했다.

◆공무원 떨게 만드는 ‘관료 킬러’=나가쓰마는 관청가에서 ‘미스터 연금’ 등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5000만 명분의 국민연금 기록을 잃어버렸다는 걸 밝혀냈기 때문이다. 2006년 처음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후생노동성 관료와 자민당은 철저하게 사실을 숨겼다. 그러나 나가쓰마가 집요한 추적 끝에 진상을 밝혀내면서 후생노동성은 ‘국민의 공적’이 됐다. 이 사건은 2007년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 압승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 국민을 분노시킨 ‘이자카야(선술집) 택시’의 존재를 밝혀낸 것도 그의 작품이다. 관료들이 공금으로 지불하는 심야 택시비를 실제 요금보다 많이 내고 택시 안에서 술과 안주 접대를 받는 행위를 적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1400여 관료가 근신 등 처벌을 받았다. 그 앞에서 관료들이 절절 매고 있는 이유다.

와세다(早稻田)대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 교수는 “자민당 시절 관료주의가 정착되면서 부패도 싹텄다”며 “민주당 연립정권의 관료 개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나가쓰마 아키라 장관은

게이오(慶應)대를 졸업하고 NEC(일본전기) 영업사원과 닛케이비즈니스 기자를 거쳐 2000년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하토야마 내각에 두 명뿐인 40대 장관의 한 명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핵심 요직인 후생노동상으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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