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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세계의 보이지 않는 신비, 색유리 통해 전합니다

서울 등촌1동 성당에 있는 자신의 작품 앞에서 마르크 수사는 “이곳은 평소에 바쁘게 오가는 계단이다. 그러나 스테인드글라스로 인해 묵상의 공간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20일 서울 등촌1동 성당에서 마르크(78) 수사를 만났다. 그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달인’으로 통한다. 프랑스 떼제에 본부를 둔 초교파 수도공동체인 떼제공동체에 속해 있는 그는 1987년에 한국에 왔다. 그리고 20년 넘게 이 땅에 살면서 무려 45개의 성당과 교회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빚었다. 서울 등촌1동 성당, 분당 요한성당, 광림교회 등에 큼직큼직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새겨놓았다. 몽골 울란바토르 대성당을 비롯해 스위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해외의 성당도 그의 손길을 거쳤다.

스테인드글라스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알록달록한 색채의 미학 뿐만 아니다. 거기에는 빛과 어둠을 나누는 영적인 아름다움이 번득인다. 12세기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창문 전체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했던 생 드니 대성당의 쉬제 수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경이로운 색유리창(스테인드글라스)은 우리를 물질계에서 비물질계로, 즉 보이지 않는 영원한 세계로 나아가도록 인도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우리가 성당과 교회에서 종종 마주치는 스테인드글라스, 거기에 숨겨진 아름다움의 뿌리는 대체 뭘까. 마르크 수사는 옛 이야기를 하나 꺼냈다. “그리스 조각가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옆에서 그걸 보고 있었다. 나중에 사자상이 빚어지니까 아이가 말했다. ‘이 돌 안에 사자가 있는 줄 몰랐어요.’ 스테인드글라스도 마찬가지다. 작업이 끝나면 ‘아! 빛이, 이 안에 빛이 있는 줄 몰랐어요. 이런 메시지가 있는 줄 몰랐어요’하는 거다.”

- 그 빛은 어떤 역할을 하나.

몽골 울란바토르 대성당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암사슴이 시냇물을 마시는 모습(시편 42장2절)이다. 하느님을 향한 목마름을 표현했다.
“천상에 있는 빛의 존재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그로 인해 하느님의 신비가 마치 손에 닿을 듯이 가까이 다가온다. 중세에도 사람들은 스테인드글라스에서 그런 걸 느꼈다.”

- 그럼 벽에 거는 일반 그림과는 무엇이 다른가.

“스테인드글라스에는 빛이 통과한다. 그 빛은 늘 변한다. 그래서 작품도 시시각각 변한다. 가령 빛이 없는 밤을 보라. 밤에는 스테인드글라스도 죽는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살아난다.”

- 그러고 보니 빛과 어둠, 그 사이에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빛과 어둠은 가장 기본적인 현실(Basic reality)이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그건 삶과 죽음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인에겐 중요한 상징이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빛과 어둠,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논리적으로나 이성적으로가 아니라 느낌을 통해서, 직감을 통해서 전달한다.”

- 그런 직감을 통해 사람들은 뭘 느끼나.

“‘이 빛이 좋다. 이 침묵이 좋다’고 말한다.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소리가 없다. 침묵 안에 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그 침묵 안으로 들어가는 거다. 그래서 침묵의 공간(Silent space)을 더욱 의미심장(meaningful)하게 만든다. 그건 빌딩의 사무실이나 컴퓨터에서 나오는 강한 불빛과는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옛날에 쓰던 등잔불이나 촛불을 보라. 거기에는 ‘빛이 꾸려내는 분위기(Light atmosphere)’가 있다. 인간은 빛에 대해 반응하는 존재다. 그런 빛은 우리 자신을 열게 한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도 우리의 내면을 열게 한다.”

- 그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보고자 하는, 가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마름은 뭔가.

“‘창조되지 않은 빛’이라 부르는 또 다른 실재에 대한 갈망이다. 다시 말해 하늘나라의 신비, 그 보이지 않는 신비에 대한 목마름이다.” 이 말 끝에 마르크 수사는 시편의 한 구절을 끄집어냈다. “주여, 생명의 샘이 당신께 있사오니, 당신의 빛으로 저희는 빛을 봅니다.”(시편 36장9절)

백성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마르크 수사=스위스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판화·디자인)을 전공했다. 23세 때 프랑스에 본부를 둔 떼제공동체에 들어가 수사가 됐다. 이후 수도생활과 예술활동을 병행하며 스테인드글라스 작가가 됐다.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구리·철 등 금속산화물이나 안료를 녹여서 붙인 채색 유리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는 독일의 아우구스부르크 대성당에 있는 11세기 작품이다. 12세기 이후 작은 창문의 로마네스크, 큰 창문의 고딕 양식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샤갈, 마티스 등도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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