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the 빵집 ① 대전 성심당

빵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린 건 100년 남짓 됐을까? 아직 주식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빵은 웬만한 사람들이 하루에 한 조각 정도는 먹는 ‘국민 간식’이다. 시장도 커졌다. 이젠 어느 동네에서나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뭔지 섭섭하다. 이런 규격화된 빵 말고 이야기와 역사가 있는 빵은 없을까. 그래서 찾아다녔다. 수십 년간 같은 상호로 그 자리를 지키는 그 빵집들을. 거기에 가면 왠지 빵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성심당의 주방에서 팥빵을 만드는 직원들. 원래 찐빵집으로 출발한 이곳은 여전히 팥소 제품이 강하다.
지난해 봄 대전 출장 때다. 취재가 끝나고 한 후배가 “어디 좀 들렀다 가자”며 잡아 끌었다. 빵집이라고 했다.

도착한 곳은 4층짜리 현대식 건물이었다. 문을 열자 마자 “어서 오세요. 성심당입니다”라는 인사가 우렁차게 퍼졌다. 이어 합창이라도 하듯 “미녀와 야수 시식 중입니다. 토요빵 시식 중입니다”라는 외침이 뒤따랐다.

50평 남짓한 매장 가운데 놓인 시식 코너엔 100여 종의 빵이 가득했다. 사람들이 뷔페 식당에서처럼 주위를 돌며 빵을 맛보고 있었다.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그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은 싫은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시식 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릇을 다시 채웠다. 토요일에 첫 선을 보였다고 ‘토요빵’이라 이름 붙인 적고구마 브레드, 호박 맛이 나는 ‘먹어야 아는 호박’ 등 빵 이름도 재미있다. 바로 바로 구워내는 향과 맛이 좋았다.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집 앞까지 파고든 요즘, 수십 년째 자기 상호를 내걸고 성업 중인 윈도 베이커리(개인 빵집)라면 분명 ‘비밀 병기’가 있을 게다. ‘그 빵집’의 첫 회로 성심당을 택한 건 바로 그 ‘비기’가 ‘나눔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 찐빵집으로 시작했다. 함북 함주에서 과수원을 했던 창업주 고 임길순 전 회장은 1·4 후퇴 때 월남했다. 피난 오던 배 안에서 그는 “무사히 도착해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면 앞으로 인생을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바치겠다”고 기도했다. 기도는 통했고 약속은 실천됐다. 가톨릭 정신이 담긴 상호에 걸맞게 성심당은 매일 걸인들에게 찐빵을 나눠줬다. 60년대 현 위치(은행동)로 옮긴 이후 지금까지도 당일 판매 후 남는 빵은 복지단체나 어려운 이웃에게 보낸다. 하루 종일 아낌없이 시식 행사를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김미진 홍보이사는 “우리의 장점은 너그러움과 풍요로움”이라며 “세련된 빵집이 아닌 누구나 마음 편하게 들어와 즐기고 맛보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성심당의 나눔은 53년째 이어지고 있다.

성심당 본점엔 전국 단일 매장으로는 최다인 60여 명의 파티셰가 일하고 있다. 오전 8시~오후 10시 하루 400여 종의 식빵·단과자·케이크류들이 이들의 손을 거쳐 나온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연 80여억원. 이쯤 되면 분점 개설 요청이 쏟아질 법하다. 적당한 액수에 상호를 빌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성심당은 한 개 매장만을 고집한다. 김 이사는 “제과점은 생산·판매·디자인·서비스 마인드가 모두 포함된 업종이죠. 그래서 쉽게 지점을 내줄 수가 없어요. 만약 분점을 낸다면 직영점이 될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찐빵집으로 시작한 만큼 성심당의 팥 제품은 유명하다. 매일 국내산 통팥을 직접 구입해 본점에서 찌고 간다. 출시된 지 30년이 된 롱런 상품 ‘튀김소보로’는 빵 안에 듬뿍 든 팥소의 맛이 기억에 남는다. 튀김소보로는 소보로와 도넛, 앙금빵 등 3대 맛이 하나에 녹아든 ‘퓨전’ 빵이다. 처음 나왔을 땐 100m씩 줄을 서서 사곤 했단다. 여름철 팥빙수도 인기다. 2대 경영주인 임영진 사장은 국내 최초로 포장 빙수를 개발한 당사자다.

매장의 3대 베스트셀러는 토요빵, 월넛 브레드, 야채 고로케. 보통 하루 500개 정도가 나간다. 요즘 들어선 건강빵이 인기다. 유기농 밀가루를 저온에서 18시간 이상 자연발효시킨 ‘레이즌의 미학’은 국제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성심당 제품을 대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전 시내뿐 아니라 인터넷으로 주문할 경우 2만원 이상이면 전국으로 무료 배송해준다. 대전 중구 은행동 145번지, 042-256-4114, 070-7734-4114, www.sungsimdang.co.kr.

글=이가영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