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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습격 사건'

갑자기 뛰어든 관중이 1위로 달리던 리마에게 달려들어 밀어붙이고 있다(上). 길가로 떠밀고 가 넘어뜨리려 하자 한 관중이 나서서 제지하고 있다(中). 기자에게서 태극부채를 선물받고 웃는 리마. [AP=연합, 정영재 기자]

잘 나가던 아테네올림픽이 마지막 날 삐끗했다. 마라톤 경기 관중 습격 사건. 초유의 일이라 어떻게 수습될지가 관심거리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어쩌면 복잡하게 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라톤사와 올림픽사에 남을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1위 독주하다 봉변당한 브라질 리마 선수
"6초 손해 봤지만 3위도 영광"

전말은 이렇다. 29일 오후 6시(현지시간) 시작된 마라톤 레이스 37㎞ 지점. 선두인 브라질의 반데를레이 데 리마가 달려오자 한 남자가 연도에서 뛰쳐나왔다. 자주색 치마에 녹색 반스타킹, 녹색 조끼에 베레모, 흰 셔츠의 괴상한 차림새. 등에는 '이스라엘 예언의 구현(ISRAEL FULFILLMENT of PROPHECY)'이라고 써붙였다. 그는 리마를 인도 쪽으로 떠밀고 가 관중 앞에 넘어뜨렸다. 곧 경찰에 붙잡힌 그는 아일랜드 출신의 종말론 신봉자 코넬리우스 호런(57)으로 밝혀졌다. '심판의 날'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레이스 방해 계획을 짰다는 것. 지난해엔 잉글랜드 그랑프리 자동차경주도 방해한 적이 있다고 한다.



2위에 300m쯤 앞서가다 봉변을 당한 리마는 다시 일어나 뛰었다. 하지만 그 사이 10초 가까운 시간을 손해 봤고, 페이스는 완전히 망가졌다. 결국 38~39㎞ 지점에서 스테파노 발디니(이탈리아), 메브라톰 케플레지기(미국)에게 연속 추월당해 3위를 하고 말았다.



브라질 선수단은 즉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하고 금메달 공동 수여를 요구했지만 거부됐다. 대신 IOC는 리마에게 동메달과 별도로 '쿠베르탱 메달'을 줬다. 쿠베르탱 메달은 귀감이 될 만한 페어플레이를 한 선수에게 특별히 주는 명예의 메달이다. 하지만 브라질 선수단은 발끈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금메달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작 리마는 의연했다. "사고가 없었다 해도 내가 우승할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나는 3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했고, 영광스러운 동메달을 받았다"고 했다.



폐막식이 끝난 뒤 그를 기자회견장에 불러 물었다.



-당시 상황은.



"갑자기 생긴 일이라 깜짝 놀랐다. 나를 방어할 수 없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리듬을 잃어버렸다."



-페이스를 되찾았나.



"6초 정도 시간을 손해 본 것 같다. 마라톤을 해본 사람은 중간에 중단했다가 다시 뛰는 게 육체적.심리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그 일이 없었으면 우승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어쨌든 레이스를 마치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중요한 건 내가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 자신을 극복하고 조국 브라질에 메달을 바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마라톤 대회에서 이런 일이 또 생길 수 있을 텐데.



"어려운 질문이다. 어쨌든 사람들은 마라톤 레이스를 가까이서 지켜봐야 하고, 그 상황에서 관중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번 일로 누가 비난을 받아야 하나.



"누구도 안 된다. 올림픽은 훌륭하게 치러졌다. 이런 일은 어디서나 생길 수 있다. 다만 나 같은 선수가 또 나오지 않도록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리마는 '올림픽 정신' 같은 뭔가를 보여줬다.



올림픽에서의 '마라톤 습격 사건'은 1972년(뮌헨)에도 있었다. 선두 주자가 스타디움에 도착하기 직전 한 사내가 몰래 트랙에 내려가 한 바퀴를 달리다가 붙잡힌 소동이다. 하지만 그땐 선수에게 피해는 없었다. 한편 아테네 법원은 30일 호런에게 3000유로(약42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아테네=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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