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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한국어 강사

한국외국어대 한국어문화교육원 한윤정 강사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의 문화를 이해시켜야 한다” 고 말한다. [김상선 기자]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동남아·중국은 물론 중동과 동유럽 국가에서도 한국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 강국으로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한국 연예인을 좋아하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불던 한국어 학습붐이 이제는 청장년층으로도 번져가는 추세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는 우리나라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가나다’만 가르치나요, 한국 이미지도 함께 알리죠

이수기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14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본관 7층의 한 강의실.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외국인 10여 명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서툰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폴란드인 아샤(21·여)는 교실 정면 모니터 속 남자의 모습을 보며 “그는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샤의 말이 끝나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외국인 학생들도 앞다퉈 한국어로 말을 한다.



강의실 중앙에 서 있던 한국어 강사 한윤정(32·여)씨는 ‘기쁘다’ ‘재미있다’ 등의 형용사가 적힌 한글 낱말 카드를 들고 상황에 맞는 사용법을 설명 중이다. 수업은 100% 한국어로만 이뤄진다. 강의실에는 폴란드·중국·인도·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있지만 한국어 이외의 다른 언어로 부연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영어 같은 다른 외국어를 사용하면 자칫 한국어를 배우려는 동기를 줄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시간여의 수업이 끝난 뒤 쉬는 시간. 외국인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업 시간에 배운 한국말을 서로에게 연습 중이다. 일부는 다음 수업을 준비 중인 한씨에게 모여든다. 외국인답게 거리낌 없이 자유분방한 모습이다.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던 한씨는 “학생들 대부분 한국말을 처음 접하지만 성인인 만큼 어린이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것과는 분명 다르게 접근한다”며 “한국어는 물론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까지 심어준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은 아직 불안, 자유로운 시간은 장점



한국어 강사의 최대 장점은 일과가 자유롭다는 점이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자신의 수업 시간과 이를 준비하는 시간 외에는 개인 일정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대학 정식 교원인 한씨는 오전 8시쯤 출근해 하루를 시작한다. 수업 시작은 오전 9시. 30분쯤 그날 가르칠 교재들을 살펴본 후 학생들을 가르친다. 수업은 보통 하루 4시간을 기본으로 한다. 수업 중 말하기와 쓰기의 비율이 7대3가량 된다.



오후 1시쯤 모든 수업이 끝난 다음에는 관련 업무 처리와 학생 개인 상담 등을 한다.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전후. 한씨 같은 정식 교원이 아닌 한국어 강사들은 자신의 수업이 끝난 오후 1시 이후의 시간을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다.



급여는 수업 시간 수에 따라 결정된다. 방학도 있다. 대학에서 운영되는 한국어 교실은 보통 한 해 4학기제로 운영된다. 학기는 10주, 방학은 2주씩이다. 최근에는 국내외 다문화 가정 출신자나 해외 2·3세 동포가 늘어나면서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을 받으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외국인을 만나 이들의 지식과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씨는 “교실에는 19세짜리 학생부터 72세 노인도 계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조심해야 할 일도 많다. 외국인 학생들과 저녁 시간을 활용해 친교를 나눌 기회가 많지만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다. 향수병을 토로하거나 종종 한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는 외국인 학생을 달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한국어 교육 전공자의 진로가 다양화하고 있다. 석사 학위 소지자 중 일부는 외국 현지에 교수로 임용되기도 한다. 학사 학위 소지자들도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 등에 한국어 교사로 파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국내 어학학원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외국인 학생의 비자 문제 때문이다. 한씨는 “한국어 강사가 되기 위해선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이 필수”라며 “여기에 반복해서 수업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인내심을 갖추면 더 좋다”고 말했다. 근무 여건은 자유롭지만 대부분의 한국어 강사들은 아직 계약직 신분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고용의 불안정성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어 강사가 되려면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을 원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학부나 대학원에 한국어 교육과를 설치하는 대학도 전국 30여 곳으로 늘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고 졸업한 이에게는 별도의 시험 없이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이 주어진다. 비전공자는 대학에서 운영 중인 ‘한국어교원 양성과정’(보통 120~130시간 수업)을 수료하고 ‘한국어 교육능력 인증시험’에 합격하면 한국어 교원 3급 자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외대 같은 대학 어학당에서는 석사 출신의 한국어 강사를 선호한다. 대학 어학당 외에 사설학원이나 구청, 시청, 각종 봉사단체나 지원단체 등에서 한국어 강사를 뽑기도 한다. 관련 대학원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경희대 등에 설치돼 있다.



[선배 한마디] 김재욱 외대 교수

다른 나라 문화에 마음 열고 나가라




한국외국어대 한국어문화교육원 원장인 김재욱(44·사진) 교수는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기’를 활성화시킨 주역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1993년부터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시작해 국내외 제자만 7000여 명을 헤아린다. 김 교수는 성균관대·경희대·고려대 한국어 강사 등을 거쳐 2005년부터 한국외대 한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어 교육의 역사는.



“개항 이후 알음알음 개인 단위로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이뤄졌다. 제도화된 교육은 50년 정도 됐다.”



-필요한 자질은.



“한국어 전문지식은 기본이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상대하는 만큼 다양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교원으로서 기본적인 인성은 물론 갖춰야 한다. 또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도 필요하다.”



-진로는.



“미처 생각 못했던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국내에 머무는 외국 기업의 주재원들이 늘고,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커지고 있다. 외국 대학의 요청으로 현지에서 한국어 교수로 취업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학교 출신으로 지난해 10월에는 싱가포르국립대학에 교수로 임용된 이도 있다. 중앙아시아와 이집트·인도·동유럽 등에서도 한국어 강사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온다. 단순히 한국어를 구사한다고 해서 한국어 강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교육하는 전문가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들의 감정까지 잘 이해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국내에 와 있는 외국인들의 경우 향수병이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까지 다독여야 하기 때문이다.”



-단점은.



“상대적으로 처우는 아직 미약한 편이다. 여성 강사가 남성보다 더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처음보다 계속 나아지고 있다.”



-전망은.



“예전에는 단순히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소극적인 역할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한국 기업과 함께 해외 시장을 열어갈 정도로 적극성이 더해졌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는 데다, 해외 거주 한국인 2·3세에 대한 교육 수요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늘고 있어 전망이 밝다. 최근에는 조기유학 등으로 우리말이 서툰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문의도 꾸준하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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