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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열두 살 범죄’ 버릇 된다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하는 만 12세. 최근 범죄학에선 아동의 비행 성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 시기’로 판단한다. 13세 이상의 나이에 범죄를 시작한 청소년들과 비교해 ‘평생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 이미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하면서 범죄의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조숙해진 아이들의 비행을 막기 위해 좀 더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춘기 빨라져 ‘다 컸다’ 착각 충동 비행 많아
13세 이전에 첫 범죄 땐 상습범죄율 수직 상승

열두 살 소년 A군은 지금 소년원에 있다. 지난 3월 주차된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을 떼어 팔고 현금 등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차량털이’ 횟수가 밝혀진 것만 총 29회. 액수는 4000여만원에 이른다.



A군은 여덟 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와 둘이서 살아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동네 형들과 어울려 오토바이를 타고 가출을 반복했다. 담배에 손을 대고 술도 마셨다. 그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소년원 담임교사 송철진씨는 “집에 혼자 있는 엄마를 걱정하는 등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다”며 “너무 어린 나이에 죄책감 없이 비행을 저지른 뒤 범죄를 반복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A군처럼 만 12세 이전에 비행을 했다면 그 이후 저지른 경우보다 범죄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법무부 보고서가 나왔다. 18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소년분류심사원 및 전국 위탁대행소년원에서 분류심사를 받은 보호소년 104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만 11~12세 사이에 첫 비행을 저지른 보호소년들은 13세 이상의 나이에 첫 비행을 저지른 경우와 비교해 재범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첫 비행 시점이 11~12세인 소년범들은 비행이 적발돼 4회 이상 소년원 수용, 보호관찰 등의 처분을 받은 비율이 8.6%에 달했다. 4회를 기준으로 잡은 것은 그 이상 범행을 저질렀을 때 만성적인 범죄 성향을 띠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비행 시점이 13~14세인 경우는 2.5%로 급격히 떨어졌다. 15~16세일 때도 2.1%로 그쳤다. 12세를 전후해 첫 비행 시기가 한두 살만 빨라도 재범 가능성이 껑충 뛰는 것이다. 한영선 법무부 소년보호과장은 “범죄자의 6%는 평생 범죄자가 된다는 ‘6% 법칙’이 있는데 만 12세 이하에 첫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의 경우 이 6%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왜 12세가 운명을 가르는 기준점이 되는 것일까. 법무부는 10~12세 때 첫 비행을 저지른 아동들에게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분석해 봤다. 연구 주책임자인 안산청소년비행예방센터 김성곤(교육학 박사) 연구개발팀장은 “첫 비행 시기가 12세 이하인 경우 보호자와의 관계나 성장 배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었다”며 “친구보다는 가정 환경에 좌우되기 쉽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13세 이하가 혼자 비행을 범하는 비율은 전체 비행 중 49%로 14세 이상(31.4%)보다 훨씬 높았다.



12세 이하 비행 청소년들은 자신감과 순응성·자아존중감 등이 낮은 반면 공격성과 충동성은 높았다. 한 과장은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인 11~12세도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또 ‘중학교 입학’이란 환경 변화를 앞두고 있어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 역시 공부 스트레스로 일탈을 꿈꾸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여가생활 개선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하고 부모의 경우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제시했다. 건국대 오성삼(교육학) 교수는 “미국의 ‘커뮤니티센터’처럼 방과후 또래 집단과 어울려 운동 등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한 자녀 가정, 맞벌이 부부 등 예전과 달라진 가정 환경을 고려해 또래 집단 내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지역 사회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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