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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수렁’서 빠져나와 나를 찾는 게 불륜?

사랑은 없다
로라 키프니스 지음, 김성 옮김
지식의 날개, 280쪽, 1만2000원


빛나던 사랑의 맹세를 헌신짝처럼 내던진 채 욕망에 충실해 제도와 관습을 짓밟고 불 같은 사랑에 빠져든 이들. 그들의 관계를 우리는 불륜이라 부른다. 그 속내야 어떻든 결혼이라는 제도를 뒤흔드는 불륜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랑’이라는 말로 불륜을 합리화 해봐도 뭔가 찜찜한 것이 남는다.

그런데 이 책, 조금 부풀려 말하면 우리에게 불륜을 저지르라고 충동질하는 듯 보인다.

저자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함몰된 개인이 인습을 뛰어 넘어 자신을 다시 찾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이 불륜이라고 말한다. 이 도발적인 주장에 황당해 하기도 잠시, 소곤소곤 대화체로 풀어간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을 불륜의 충동으로 내모는 결혼의 발가벗은 모습과 만나게 된다. 그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에 당혹스러우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은이는 결혼을 근대 산업사회가 만들어 낸 인습으로 간주한다. 개인을 국가와 사회에 쉽게 적응시켜 복종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 결혼이며, 결혼 생활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희생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까닭에 저자는 불륜이 개인을 억압하고 빈 껍데기만 남은 일부일처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인 동시에 욕망과 인습 사이에서 생긴 사회적 모순과 균열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강제 수용소’로 비유한 가정을 걷어차고, 사랑을 찾아 욕망을 따르라고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숨겨진 혹은 얽혀 있는 정치·경제·사회학적 의미를 우리 앞에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막장 드라마에나 어울리는 ‘불륜’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오히려 책은 상당히 지적이다. 마르크스와 프로이트, 니체와 마르쿠제·푸코 등 현대 사상가의 이론이 지은이가 구사하는 절묘한 비유와 어우러지며 나름의 읽는 맛을 선사한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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