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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스포츠] “국궁 덕에 경영 타이밍도 명중”

김영훈 회장이 황학정에서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안성식 기자]
서울 사직동 사직공원 바로 뒤에 황학정(黃鶴亭)이라는 활터가 있다. 발사대에서 과녁까지는 145m. 활에 살을 매겨 뒤로 팽팽하게 당긴 뒤 손을 놓으면 화살은 경쾌하게 꼬리를 흔들며 날아가 과녁에 명중한다.

대성그룹 김영훈(57) 회장은 ‘국궁 애호가’다. 그는 틈날 때마다 황학정에 들러 활을 쏜다. 그것만으로 모자라 회장 집무실과 회의실을 터 한구석에 미니 사대를 만들었다. 그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전동 승마기에 올라타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린다.

“서울 한복판에서 말을 타고 활을 쏠 수 있다니 이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죠.”

김 회장이 국궁을 접한 것은 40대 후반, 갑자기 찾아온 오십견 때문이었다. 좀처럼 낫지 않아 고생하던 중 지인이 “활을 한번 쏴 보라”며 황학정으로 인도했다. 처음엔 오히려 어깨에 무리가 오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그래도 1년만 해보자는 심정으로 열심히 다녔는데 5개월 째 되던 어느 날 오십견이 그야말로 씻은 듯 사라졌다고 한다. 김 회장은 그 때부터 국궁 전도사가 됐다.

김 회장은 국궁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상체운동’이라고 했다. 팽팽한 시위를 당기고 과녁을 조준하면서 상체 근력이 강해지고, 상체를 받쳐주는 하체도 자연스럽게 힘이 붙는다고 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과녁을 맞히는 재미도 있다.

“우리 민족에게는 활 쏘기의 DNA가 있어요. 동양 삼국의 무기체계를 보면 일본은 칼, 중국은 창, 우리는 활입니다. 조선시대만 해도 전국에 수천 개 활터가 있었고, 활 쏘기가 ‘생활체육’이었는데 일제가 상무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없앤 거죠”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긴 뒤 놓을 때까지 과정을 ‘만작(滿酌)’이라고 한다. 김 회장은 ‘만작의 원리’를 자신의 삶과 경영 현장에 성공적으로 접목했다.

“화살을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시위를 최대한 뒤로 당겨야 합니다. 물러서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죠. 이순신 장군도 기고만장한 왜군을 맞아 물러설 수 있을 때까지 물러선 뒤 적이 방심한 틈을 타 대반격을 해 한산대첩을 거뒀습니다”

김 회장은 신규 사업 진출 때 ‘만작의 원리’로 성공한 일화를 들려줬다. 97년 일산 지역 케이블 채널 사업권을 따냈는데 통신망을 깔아주기로 한 회사가 도중에 철수했다. 엄청난 돈을 빌려 망을 깔았지만 초기에 시청자는 별로 없고, 이자 부담만 커져 갔다. 김 회장은 만작의 시점까지 기다리고 기다렸다. 케이블 사업이 마침내 궤도에 오르면서 이 회사를 팔아 큰 수익을 남겼다고 한다.

김 회장은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목회를 한 독특한 경력이 있다. 그는 “성경에도 사도 바울이 우리 삶을 달리기에 비유한 내용이 나온다. 똑바로 달리고, 끝까지 달리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목사님처럼 말했다. 요즘 김 회장은 이런 정신을 담은 육상 종목에 관심이 많아졌고, 활 쏘기와 원리가 비슷한 창던지기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정영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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