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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보다 더 재미있는 케이블

케이블TV 업계에서 마의 벽으로 불렸던 시청률 ‘1%’. 요즘엔 ‘기삿거리’도 안 된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Mnet 신인 가수 발굴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최고 시청률 8.2%(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tvN의 최근 화제작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는 3%대에서 자체 시청률을 경신 중이다. 다큐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tvN)는 지상파에도 흔치 않은 시즌제로 6시즌째 들어간다. 올 초 화제작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온스타일)도 내년 시즌 2가 예정돼 있다.

케이블 업계 자체 제작물이 달라지고 있다. 오후 11시 이후 심야시간대에서 2~3% 히트작이 잇따라 터진다. 요즘 세대가 원하는 트렌드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시청자 참여를 적극 넓혀 온 결과다. 예전처럼 선정적·자극적 소재가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도 눈에 띈다.

◆‘경쟁 코드’ 적극 수용=“단짝끼리 경쟁해 박세미가 합격하고 정슬기가 떨어졌는데 다음 날 슬기가 응원 왔더라고요.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친구를 밀어 줄 차례라면서요.” Mnet ‘슈퍼스타K’를 기획한 홍수현 제작국장은 “경쟁에 열려 있는 요즘 세대가 ‘슈퍼스타K’의 성공 배경”이라고 꼽았다. 이 악물고 경쟁하다가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온미디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와 QTV의 화제작 ‘열혈기자’도 경쟁 끝에 최후의 1인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런 ‘오디션 리얼리티’는 케이블 초창기부터 시도됐지만 뚜렷한 히트작이 없었다. ‘경쟁 문화’가 녹아들지 않은 데다 프로그램 토착화도 서툴렀다.

하지만 진학·취업에서 무한경쟁에 내몰린 ‘88만원 세대’는 승자 생존의 원칙을 정확히 이해했다. ‘슈퍼스타K’에 72만 명이 몰릴 정도로 TV 출연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적극적이다. 지지하는 출연자가 우승하도록 실시간 투표에 나서는 시청자 참여 문화도 케이블TV가 정착시킨 결과다.

◆저예산이 만든 ‘리얼리티’=케이블TV 프로그램의 편당 제작비는 2000만원 안팎. 지상파 프로그램 특급 스타 1명의 출연료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케이블TV는 초창기부터 일반인을 활용하는 기획물로 승부했다. 현재 ‘세바퀴’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스토리온), ‘우리 결혼했어요’의 일반인 버전인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코미디 TV), 별난 일반인의 속내를 듣는 ‘화성인 바이러스’(tvN)가 대표적이다. 일반인이 주인공인 이들 프로그램은 진솔한 접근으로 시청자와 거리감을 좁히고 현실감을 살렸다. 연예인의 학력 콤플렉스를 가감 없이 그린 ‘서인영의 카이스트’(Mnet) 등 ‘스타 리얼리티’도 돋보였다.

Mnet은 ‘음악’, 온스타일은 ‘패션’, 스토리온은 ‘기혼여성’ 등 채널 특성을 확실히 살린 것도 고정 시청층을 뿌리내리게 한 요인이다. 온스타일 김제현 사업부장은 “전문 정보는 여기서 나온다는 믿음을 주고 트렌드를 이끌어 간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스토리온 이충효 사업부장은 “케이블 채널이 예전엔 자극적인 ‘19금’ 소재로 눈길을 끌었지만 이젠 알뜰 로드숍 등 일상과 밀접한 정보로 승부하면서 품질로 평가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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