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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선진국보다 빠를 수 있다”

이성태(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출구전략(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시기는 선진국보다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15일 한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다. 이 총재는 또 “앞으로 경기가 좋아진다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폭이 전처럼 완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올리는 시기가 빨라지고, 종전에 0.25%포인트씩 하던 금리 인상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금리를 올리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유력하다.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까지 출구전략을 시행해선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출구전략을 쓰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금리 변경 시기를 미리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고 (정부와) 합의할 성질도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 살리기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정부 입장에 대해 금리 인상은 한은 고유의 권한이라는 점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총재가 내년 3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것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시기는 내년 2분기보다는 1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물론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시기는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경기가 좋아지다가 다시 하강하는 ‘더블 딥’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0%, 내년에는 3~4% 정도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4분기 이후 성장세는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세계 경기 회복에는 불확실성이 많다고 했다. 금리를 언제 올린다고 정해 놓을 수는 없지만 경기가 살아나는 게 확인된다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는 시기를 마냥 늦출 수는 없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을 진행하는 과정에 대한 입장도 처음으로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폭을 묻는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과 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질문에 “금융위기 이후 워낙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종전의 조정 방식과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1999년 5월 통화정책의 목표를 콜금리(현재 기준금리)로 삼은 이후 금리를 올릴 때는 언제나 0.25%포인트씩 조정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한은이 연 2%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릴 것으로 봐 왔다.

하지만 이 총재의 생각은 달랐다. 출구전략을 쓴다고 판단한다면 금리를 올리는 폭 역시 너무 작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너무 급하게 올리면 시장에 충격을 주고 폭이 너무 작으면 (금리 수준을 정상화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경기 상황에 따라 0.5%포인트 이상 올릴 수도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 수준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정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 총재가 금리 조정 폭을 크게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경기 회복이 확실한 상태에서 금리를 천천히 올릴 경우 물가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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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