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도움 못받는 워킹맘은 불안, 아기는 정서장애

여행사 직원인 최유진(38)씨가 14일 오후 쌍둥이 아들 현준·예준(1)과 함께 집 앞 놀이터를 찾았다. 회사의 배려로 2년간 육아휴직을 받은 최씨는 매일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형수 기자]
생후 4년4개월 된 성우(가명)는 언제부턴가 말문을 닫아버렸다. 2년 전만 해도 "엄마, 물” 정도의 말은 했다. 이제 성우는 엄마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손가락만 입에 물고 있을 뿐이다.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다. 성우는 생후 30개월쯤 정신과 병원에서 ‘반응성 애착장애(RAD)’ 판정을 받았다. 자폐증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선천적 질환은 아니다. 보통 생후 3~6개월 정도에 양육자와 충분한 애착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경우 찾아올 수 있는 장애다.

엄마 김정숙(가명·39)씨는 둘째인 성우를 임신한 뒤 줄곧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 김씨는 첫애(6세)를 낳으며 10년간 일하던 건설회사를 그만뒀다. 애를 낳은 후 복직할 계획이었다. 회사에서 유능하다고 인정받던 직원이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보장하겠다던 시어머니는 출산 후 김씨에게 “아이를 직접 키우라”고 했다. 2006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기혼 직장여성 50%가 첫아이 출산과 함께 직장을 그만뒀다.

활동적이었던 김씨에게 ‘일을 잃었다’는 박탈감이 찾아왔다. 남편은 가사를 돕지 않았다. “집안이 개판”이라고 다그치기만 했다. 이웃에 사는 시어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와 집안일을 참견했다. 그렇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우울증이 심해진 엄마는 물건을 부수고, 우는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아이는 세상과 벽을 쌓았다.

직장과 양육을 홀로 짊어진 엄마의 불안한 정신 상태가 아이의 정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세대 의대 신의진(소아정신과) 교수팀은 본지의 의뢰로 서울 시내 3군데 유치원에 다니는 만 3~6세 영·유아 중 워킹맘(직장이 있는 엄마)의 자녀 148명의 정서·행동상태를 조사했다.

평소 아이들과 생활하는 보육교사들에게 ▶친구가 한 명 이상 있는지 ▶분노나 발작을 보이는지 등을 묻는 25문항의 질문지를 작성케 했다. 그 결과 31.2%가 지속적인 관찰·주의를 필요(고위험군)로 했다. 상담·치료를 필요로 하는 아이도 10명 중 1명꼴(8.9%)이었다. 신 교수는 “외국에선 10~15% 정도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게 보통”이라며 “외국의 두 배가 넘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워킹맘들에겐 ▶일에 집중하기가 힘든지 ▶잠을 설치는지 등 20개 문항을 묻는 우울 검사(CES-D)를 실시했다. 그 결과 23.1%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의 우울 성향을 보였다. 통상 모집단의 10~15% 정도로 측정되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이상을 보인 아이들과 그 보호자를 면접 조사한 황유정 연구원은 “우울 성향을 보인 엄마 상당수는 자녀를 제대로 기르지 못하고 있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홍강의(소아정신과) 교수는 “맞벌이 등으로 엄마가 아이를 전적으로 돌볼 수 없는 시대가 됐지만 육아의 책임은 여전히 가정, 특히 엄마에게 전가되는 한국의 현실”을 원인으로 분석한다.


이른바 ‘비디오 증후군’도 엄마의 과도한 양육 부담이 어떻게 아이에게 악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준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최경희(가명·33)씨는 생후 6개월부터 딸 윤희(가명·생후 3년4개월)에게 영어비디오를 틀어줬다. 퇴근 후면 녹초가 돼 윤희와 놀아주는 게 버거웠고, 영어 학습효과도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그러나 윤희에게 이상 증상이 생겼다. 또래보다 말이 늦었다. 엄마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윤희는 병원에서 장시간 TV 노출로 인한 발달장애, 즉 비디오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영·유아 정신질환의 증가에 대해 한신대 이경숙(재활학과) 교수는 “사회가 엄마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지도, 적절한 보육 길잡이를 제공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울한 엄마, 불안한 아이’ 탈출 위한 10계명

1. 아이에게 미안함 표현. 단 죄책감은 버린다

2. 수퍼우먼 강박증 탈출. 육아·일의 목표치를 낮추자

3. 남편과 구체적인 육아 분담. 목욕은 엄마, 재우기는 아빠 등

4. “내 아이는 왜 이렇게 늦지?” 조급증 버리기. 성장·발달은 개인차 크다

5. 가족·친지 내 ‘SOS 인맥’ 관리하기. 돌발야근 등에 요긴한 도움

6. 직장 내 워킹맘과 유대 형성. 육아·업무협력의 든든한 원군

7. 양육 위탁모를 배려하기. 엄마와 위탁모 신뢰가 아이·위탁모 관계 좌우

8. 애와 보내는 시간은 ‘양보다 질’. 함께 있을 때 한 번 더 안아주자

9. 육아의 즐거움 발견하기. 나들이 갈 때도 애뿐 아니라 부모가 좋아하는 곳으로

10. 해법 안 보일 땐 육아·상담 전문가 활용. 혼자 끙끙 앓다간 병 키워

※ 도움말 : 신원철 아동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영숙 숙명여대 가정아동복지학부 교수
성명숙 인크루트 수석컨설턴트


◆특별취재팀=이충형·김진경·정선언·김기환·김효은·이승호·임현욱·허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