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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도 사람도 변하는 거야 새로운 뭔가를 만나면 …

올라퍼 엘리아슨, 당신의 공유 공간(Your shared space), 6개의 조명, 거울, 2009. [PKM트리니티 갤러리 제공]

설치미술 분야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42)의 두 번째 한국 개인전이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덴마크 출신의 엘리아슨은 2003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의 터빈홀에 설치한 초대형 ‘인공 태양’ 작품이 200만명 관람객을 불러모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빛과 그림자가 빚어낸 오묘한 세계=그의 작품은 언뜻 보면 거대한 암호 덩어리 같다. 그의 설치작품에는 조명 기구가 반복해 등장한다. 조명은 빛의 대용물이다. 조명기구에서 뿜어나오는 빛은 물체에 부딪치면서 여러 갈래로 분화한다. 여러 개의 조명기구 앞에 빨강·파랑·노랑 등 일곱 빛깔 무지개 색판을 씌워 거울을 향해 빛을 발사하면 어떻게 될까. 색판을 통과한 빛들은 거울에 반사되면서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오묘한 색의 세계를 펼쳐낸다.

오묘함의 바탕엔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도 한 몫 한다. 그림자는 단일한 어두운 색이 아니다. 아주 짙은 것부터 옅은 것까지 다양하다. 빛과 그림자, 만남과 반사, 관계와 변화는 그의 작품을 해독하는 키워드로 보인다.

올라퍼 엘리아슨, 색채 실험(Colour experiment),캔버스에 유채, 2009. [PKM트리니티 갤러리 제공]
이번에 전시되는 엘리아슨의 다른 작품을 보면, 프리즘을 통과한 조명 빛이 물에 반사되면서 색상의 파장을 만들어내고 다시 그 파장들이 하얀 스크린에 기묘한 무늬를 펼쳐낸다. 여기에 관객이 직접 참여해 파장의 크기를 조율할 수도 있다. 또 갤러리 내 별도의 한 방에 들어가면 자욱한 안개가 관객을 맞는다. 인공 안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방의 양쪽 끝에선 붉은색과 녹색의 조명이 서로를 향해 빛을 발사하고 있다. 짙은 안개 속에서 두 빛이 충돌하는 중앙에 서면 현기증이 일어난다. 하지만 점차 상황에 익숙해지고 주변의 사물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예술과 과학의 협동작업=이처럼 다소 복잡해 보이는 설치작업을 위해 그는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그의 스튜디오에 초빙되는 과학자는 화학자, 색체학자 등이다. 일종의 과학-예술 공동 작업인 셈이다.

그의 작품은 과학적이면서 또 철학적이기도 하다. 과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조명 빛은 때론 자연의 태양을 연상시키고, 때론 인간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인식의 잣대를 떠오르게 한다. 빛이 물체를 만나 반사되고 변형되듯이, 우리 인식의 잣대가 대상을 만나 변화하는 상황에 작가는 몰두하는 듯하다.

이번 한국 전시작은 대부분 지난 2년동안 구상해 2009년 완성한 신작들이다. ‘색채 실험’이란 팻말의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원형의 캔버스에 360가지 다른 색을 1㎝씩 칠해 색상표처럼 꾸며 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360개의 색상 가운데 바로 옆에 위치한 색들은 우리 육안으로 식별해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비슷한 것은 같은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10㎝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야 차이가 감지된다. 이 또한 인간 인식능력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빛의 반사 작업과 같은 맥락에서 감상해볼 수 있겠다.

엘리아슨은 지난해 미국 뉴욕에 초대형 ‘인공 폭포’를 설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11월 30일까지. 02-734-9467.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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