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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가 남긴 숙제 ‘빈약한 아시아 신작’

오늘 폐막하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상파로 생중계된 개막식 레드카펫부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스타들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정치영화 ‘Z’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도 부산을 찾았다. 디지털 시대의 영화가 나아갈 길에 대해 노거장도 생각이 많음을 보여준 인상적인 방문이었다.

14회 만에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한 그 역동성과 성취는 눈부시지만 부산영화제라고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영화제 본연의 정체성과 대규모 행사로서 갖춰야할 대중성. 두 요소의 황금비율을 찾는 데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은 올해 여러 곳에서 두드러졌다.

부산영화제는 ‘새로운 아시아 영화의 발굴’을 전략으로 내세워 성공했다. 올해는 대중성에 더 신경썼다. 대표적 예가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이다. 2006년 이후 영화 출연이 없던 한류스타 장동건. 그를 보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일본 아줌마 부대의 열성은 축제 분위기를 연일 돋궜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할리우드 스타 조쉬 하트넷과 기무라 다쿠야, 이병헌도 한 자리에 모였다. 아쉽게도 이 두 영화의 요란함에 묻혀 ‘아시아 신작의 발견’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스타를 앞세우면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아시아 특화’로 성공한 영화제에서 ‘아시아의 발견’이 묻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세계적인 영화제라고 보기에는 행사 진행도 미숙한 점이 많다. 개막작 기자회견은 아직도 사회자 없이 진행된다. 중복된 질문, 수준 이하의 질문이 나와도 통역이 중요한 질문을 빠뜨려도 정리해주는 사람이 없다. 개막일인 8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온 기자들 사이에서 ‘ID카드 찾기 전쟁’이 벌어진 것도 영화제 측의 책임이 크다. 올해 ID를 발급받은 국내 언론매체 종사자는 1300명이 넘는다. 매체를 가리지 않고 신청하면 거의 다 발급된 탓이다. 칸 영화제는 ID 신청을 받을 때 전년도 칸영화제와 관련해 작성한 기사를 첨부할 것을 요청한다. 내년에는 매끄러운 진행과 더불어 정체성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 등 진정한 ‘명품영화제’의 면모를 좀더 느낄 수 있을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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