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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의 컬처코드 (28) 손수건 없이 볼 수 없군 올 영화판은 눈물바다

#스크린이 비탄에 빠졌다.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관객의 누선을 자극하며 메가톤급 흥행작이 되더니, 추석시즌을 넘어서까지 ‘눈물바다’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이번 추석 영화들은 ‘누가 누가 더 울리나’를 승부수로 삼았다 할 정도였다. 죽음을 앞두고 화해하는 모녀 ‘애자’에, 불치병 환자와 병상을 지키는 아내의 ‘내사랑 내곁에’가 가세했다. 팩션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명성황후가 연인인 호위무사의 품에서 최후를 맞는 비극적 로맨스에 방점을 찍었다. 15일 개봉한 ‘부산’은 조폭들의 목숨 건 아들 사랑 얘기다. 부산이 배경이지만 제목이 ‘釜山’아닌 ‘父山’이다.

#이들 슬픈 영화들의 공통점은 가족멜로다. ‘애자’ ‘내사랑 내곁에’ ‘부산’은 죽음과 가족애를 결합시켰다.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을 앞세운 재난 블럭버스터 ‘해운대’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진짜 감동코드는 쓰나미 앞에 내동댕이쳐진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죄없는 자신들을 덮쳐오는 재난 앞에서, 갈등하던 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해운대’는 1000만영화의 공통점이 사회적 비애감이라는 것도 재확인시켰다. 슬픔을 안기는 요소야 각각 한국전쟁(‘태극기 휘날리며’), 국민을 도구화하거나 비자주적인 정부와 국가(‘실미도’ ‘괴물’), 쓰나미(‘해운대’) 등으로 다르지만, 결국은 저항할 수 없는 불행에 당하고 마는 대중의 피해의식· 자괴감·자기연민이 초대박작의 탄생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스포츠영화 ‘국가대표’에서도 가족멜로 코드는 두드러진다. 최근 유행하는 ‘루저’ 정서의 영화다. 극중 하정우는 해외입양아로 친엄마를 찾기위해 얼굴을 알리려 국가대표팀에 들어간다. 소년 가장 김지석은 가족 때문에 군복무를 면제받으려 필사적으로 운동에 매달린다.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은 “스포츠영화에 가족코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돌아보면 슬픈 영화 붐은 올 한해 극장가의 주된 특징이다. 올 초 ‘워낭소리’는 소로 상징되는 늙은 아버지 세대에 바치는 송가로 관객들을 울리며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시골 여학교 역도선수들이 주인공인 ‘킹콩을 들다’도 누선을 건드렸다. 여기서 끝내 죽음을 맞는 코치와 선수들의 관계는 일종의 유사가족 관계다.

이처럼 스크린에 넘쳐나는 눈물과 이들 영화의 흥행은, 어쩌면 영화를 빌려서라도 펑펑 울고 싶은 대중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하나같이 가족멜로다. 한때 급격한 가족해체나 혈연을 넘어선 대안가족을 모색하던 스크린은, 핏줄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이라는 본질적 가족주의로 급선회한 느낌마저 준다. 물론 이 때 가족은 별다른 사회적 보호망이 가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불안한 사회현실을 돌파하는 최후의 안전망, 보루 같은 존재다. 문단에서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100만을 넘어섰고, 공연계에서도 ‘친정엄마와 2박3일’ 등 엄마연극이 인기다. 엄마와 가족의 품에 기대어 울고 싶은게, 스크린만은 아닌 모양이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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