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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창호, 반집 차 역전승 … 혼자 살았다

이창호 9단(오른쪽)과 중국 신예 저우루이양 5단이 7시간이 넘는 격전을 끝내고 계가를 하고 있다. 흑 31집, 백 24집. 덤을 제하고 이창호의 반 집 승. 시종 불리했으나 마지막 골인지점에서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전멸을 면했다. [한국기원 제공]
바둑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오금을 저린 적은 없었다. 이창호 9단의 패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전멸, 중국 4강 독식’의 비극적 시나리오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오후 3시를 넘기면서 중국의 쿵제 9단과 맞붙은 박영훈 9단이 가장 먼저 돌을 던졌다. 잘못 짜인 판을 뒤집고자 고된 추격전을 펼쳤으나 쿵제의 탄탄한 방어막을 도저히 뚫을 수 없었다. 포석에서 절대 우세했고 오후 들어서도 추쥔 8단을 시종 압도했던 허영호 7단은 너무 조심하다가 세계 4강을 눈앞에 두고 분루를 삼켰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이창호, 중국의 신예 저우루이양 5단과 대결하는 이창호 역시 미세하게 뒤진 가운데 끝내기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14일 유성에서 열린 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 중국랭킹 1, 2위가 격돌한 구리 9단 대 천야오예 9단의 바둑은 구리의 승리로 끝났다. 구리·쿵제·추쥔까지 중국 기사 3명이 4강행을 확정지었다.

이창호마저 떨어지면 전멸이었다. 한데 막판에 기적이 일어났다. 저우루이양이 너무 긴장했던지 공배 비슷한 대완착을 두었다. 검토실에서 환호성이 터지고 인터넷 중계실에서도 역전이란 외침이 터져나왔다. 사실은 이것으로 눈터지게 미세한 승부가 됐다. 박영훈 9단이 패배의 쓰라림을 딛고 검토에 가세하면서 계산은 더욱 정밀성을 띠게 되었다. ‘반 집 승’이 점쳐지다가 이창호 쪽에서도 실수가 나오며 다시 전망은 ‘반 집 패’로 기울었다.

그러나 천우신조인 듯 맨 마지막에 터져 나온 저우루이양의 수순 착오로 바둑은 결국 이창호의 반 집 승으로 끝났다. 이창호 9단은 “공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혼자 남았지만 결승까지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준결승전은 추첨 결과 이창호 대 추쥔, 구리 대 쿵제의 대진으로 짜였다. 11월 2~5일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3번기로 열린다.

◆대진 운은 아직 한국에=이세돌 9단이 없는 지금 세계 최강은 구리로 꼽히고 구리를 수시로 꺾는 천야오예도 강자로 떠올랐다. 16강전이 끝난 뒤 한국 관계자들은 8강전에서 구리와 천야오예가 맞붙기를 고대했는데 추첨 결과가 원하던 대로 되자 쾌재를 불렀다. 동시에 “우리가 왜 이런 신세가 됐느냐”며 쓴웃음.

8강전 돌 가리기에서도 한국은 전원 흑을 잡았고 4강 추첨도 한국이 가장 원하던 대로 됐다. 구리와 쿵제가 맞붙고 이창호가 4강에 오른 중국 기사 3명중 최약체로 꼽히던 추쥔과 대결하게 되면서 우승 가능성이 높아진 것. 연이어 중국 기사를 만나고 있는 구리는 “중국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의미, 기쁜 일이다”고 촌평.

박치문 전문기자



이창호-저우루이양전 하이라이트

<1도=실전진행> 백1이 패착, 흑 반집 승


막판 끝내기에서 수순을 바꿔도 반집 차는 변치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반 패가 남아있을 때는 달라질 때가 있는데 이 판이 그랬다. 10수 언저리 남겨두고 승부가 바뀐 것이다. 저우루이양은 눈에 띄는 두 집짜리인 백1에 두었는데 이 수가 최후의 패착이었다(얼마 전 백△라는 대완착을 둔 것이 마음에 걸렸을까. 백은 흑▲ 5점을 모두 놓고 따내야 하기 때문에 백△는 결과적으로 공배가 됐다). 이후 부동의 수순에 의해 16에 종국해 계가하니 이창호(흑)의 반집 승.


<2도=백 반집 승>=이 그림처럼 백1로 먼저 들어갔으면 백이 반집 이겼다. 흑은 2에 막지 않을 수 없다(손을 뺐다가 백에게 2를 당하면 나중에 A의 가일수가 필요하다. 이건 한 집 반을 진다). 이후 3에 두고 수순에 따라 진행하면 흑이 8로 마지막 끝내기를 하게 되어 1도와 집 차이는 똑같다. 그러나 1도와 달리 백은 13으로 패를 하게 되고 이 패는 흑이 이길 수 없다. 반집을 지는 것이다. 오금 저리던 순간이었고 탄식이 오가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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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