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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높은 지지율 속의 청와대 사람들에게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고공행진 중입니다. 지난해 촛불시위 이후 처음으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질렀다는 최근 보도도 있었습니다.

청와대에서 일하는 한 지인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대통령이 지난달 초 남대문을 찾았을 때를 회고하면서 그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그가 현장에 간 건 아니었습니다. 신문에 게재된 사진을 봤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모여든 수백 명의 얼굴이 담긴 거랍니다. 그는 “얼굴 하나하나 일일이 짚어가면서 다 봤다. 싫은 내색이 전혀 없더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지난해 광화문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를 알아볼 리 없건만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때의 적의와 지금의 호의 사이에서 격세지감을 느꼈답니다.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그가 한 말은 “정말 지지율이 중요하더라”는 거였습니다.

대통령이 근래 지지율 상승에 반색, 참모들과 함께 소주 폭탄주를 마셨다지요. 얼마나 마음을 졸였겠습니까. 공개적으론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말입니다.

실제 지지율은 중요합니다. 미소금융정책을 도입하고 싶어한 건 지난해부터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때엔 꿈쩍 안 했던 기업들이 지지율 40%를 넘나들자 수조원을 내놓기로 했다고 하지요. 법인세 감면 조치를 유예해야 한다고 시끄럽던 여당이 근래에 조용해진 일도 있습니다. 선거제 국가에서 높은 지지율은 곧 힘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지율 자체가 목표여선 안 된다는 겁니다. 하고 싶은 일, 설령 당장 국민이 냉소적이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을 얼마나 용이하게 할 수 있느냐는 동력의 문제여야 합니다.

대통령은 지난해 엄동설한에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아 대한민국이 승승장구하는 기초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는 하고 싶어도 못했습니다. 대통령이 손을 대면 금도 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국가적인 난제에 부딪힐 힘이 생겼습니다. 세종시 문제가, 노사 문제가 그렇습니다. “충청 사람들에게 예산을 다 줄 테니 마음껏 세종시 대안을 만들어 보라고 하고 싶다”고 토로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국가 지도자로서 그런 고심과 각오가 느슨해지지 않았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우려 또한 큰 게 사실입니다. 과거 시장 시절에 노숙자를 지원할 때 자활 의지를 따졌던 대통령입니다. 요즘도 그럴까 궁금해지곤 합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한 예입니다. 분명 좋은 정책이지만 등록금으로 연명하는 대학을 정리하는 등 조치가 동반되지 않고선 결국 다음 정부에 ‘대못’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한 자릿수대 지지율 시절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오만과 독선의 낙인이 쓰라렸던 시기 말입니다. 민심은 언제든 다시 돌아설 수 있습니다. 그것도 매몰차게. 그래야 지금의 지지율에 취해 ‘완장’을 차고 싶은 욕구도 줄어들 테고 말입니다. 대통령이 홀로 청와대 뒷산에 올라 끝도 없이 이어진 촛불을 마주한 게 불과 17개월 전의 일입니다.

고정애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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