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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격 없는 ‘신아시아 외교’ 구상은 공염불

이명박 대통령이 20~25일 베트남·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 3국을 순방한다. ‘신(新)아시아 외교’의 중심축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과의 실질협력 증진을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월남전과 관련해 최근 베트남과 빚은 외교 마찰을 지켜보면서 신아시아 외교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본지에 보도된 대로 정부는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에 제출했다. 그동안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됐던 월남전 참전자들을 유공자로 인정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세계평화 유지에 공헌한 월남전쟁 유공자’라는 문구를 굳이 삽입함으로써 불필요한 마찰을 자초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베트남 국민에게 월남전은 미국의 침략전쟁에 맞선 민족해방전쟁이다. 베트남과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는 우리가 ‘세계평화 유지에 공헌한 전쟁’이라고 성격 규정을 함으로써 거센 반발을 초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역사인식의 문제를 떠나 상대를 배려하는 외교적 센스가 조금만 있었더라도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결국 이것이 외교 문제로 비화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계획 자체가 차질을 빚을 상황이 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법안에서 ‘월남전쟁’이란 표현 자체를 삭제하고, 외교장관을 현지로 급파하는 등 법석을 피운 끝에 급한 불을 껐다. 깊은 생각 없이 문구를 만든 국가보훈처도 문제지만 진작 이를 회람하고도 손 놓고 있다가 발등의 불로 떨어져서야 소방외교에 나선 외교부의 무신경과 무감각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신아시아 외교는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에 외교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이 지역의 새로운 리더 국가로 떠오른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이는 정상외교를 강화하고, 돈을 쏟아 붓는다고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진정으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그들의 마음과 가슴을 얻을 때 가능하다. 한마디로 ‘국격(國格) 있는 외교’가 우선인 것이다. 신아시아 외교에 성공하려면 국가의 격부터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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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