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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낙태

1966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태아는 사회 전체의 재산”이라며 낙태를 금지했다. 피임법과 성교육을 금지했고, 임신에 거듭 실패한 여성에게는 ‘금욕세(禁慾稅)’까지 부과했다. 출산은 급증했으나 낙태 금지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학교 성적이 떨어졌고 범죄에 빠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70년 미국 댈러스에 살던 제인 로(본명은 노마 매코비)는 세 번째로 임신을 하자 정부를 상대로 낙태를 합법화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지방검사 헨리 웨이드가 피고가 됐다. 로 대(對) 웨이드 소송이다. 연방대법원이 로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전국적으로 낙태가 합법화됐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80년대 이후 미국의 범죄율이 뚝 떨어지게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스티븐 레빗 등, 『괴짜 경제학』).

하지만 낙태는 태아의 생명을 해친다는 점에서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미국에서는 낙태 시술을 한 의사가 살해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 추진이 낙태 문제와 얽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정부의 지원금이 낙태에 쓰여서는 안 된다며 낙태 반대론자들이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구트마흐연구소는 13일 매년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낙태시술의 절반인 1970만 건이 위험 시술이라고 밝혔다. 자가시술이나 미숙련자의 시술, 비위생적인 상태의 시술로 매년 7만 명의 산모가 숨지고 800만 명이 후유증을 앓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연간 120만 건, 중국에서는 1300만 건, 인도에서는 1100만 건의 낙태가 이뤄진다. 국내에서도 불법 낙태가 연간 50만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올 6월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28주 이내에서 24주 이내로 축소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내년 1월 의사가 태아의 성별을 가족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개정된 의료법이 시행되면 낙태는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와 상담한 후 실제 낙태 시술까지 일정 기간 숙고하도록 의무화하거나 미혼모 등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진 산모가 신분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입원·출산·입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희망출산제’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유엔 미래보고서는 한국이 낮은 출산율로 300년 뒤 인구 5만 명의 초미니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어나는 아이들보다 낙태를 더 많이 한다면 그런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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