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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design] 갤러리에 흐르는 명품의 기품

1 노재운의 총 8개의 작업으로 이루어진 ‘태평양 PACIFIC’ 가운데 한 작품 2 남화연의 영상프로젝션 ‘오퍼레이셔널 플레이 2009 서울’3 박윤영의 ‘검은 날개’ 시리즈 중 한 작품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후보 작가 3인전

브랜드 마케팅의 최우선은 홍보다. 그 때문에 일단은 소리부터 요란한 경우가 많다. 눈곱만 한 가치를 산처럼 부풀려서 결국은 제품 판매로 직결시키는 얄팍한 이벤트도 허다하다. 반면 우리 예술문화의 발전을 위해 소리 없이 조용한 후원을 아끼지 않는 명품 브랜드의 명품 마케팅은 반갑고 아름답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젊은 현대미술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2000년 시작한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에르메스 코리아 전형선(50) 대표는 96년 에르메스 코리아를 설립하고 대표를 맡으면서 “에르메스가 추구해야 할 주제가 뭘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예술이었다.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진 예술을 대중에게 한발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만드는 일. 이후 에르메스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일반 관객들은 갤러리를 돌아보면서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앞에 마련된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3층 ‘아뜰리에 에르메스’에는 11월 15일까지 올해의 후보작가 3명(남화연, 노재운, 박윤영)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지금은 당당히 국제영화제로 인정받고 있는 부산영화제에서도 에르메스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9년째 ‘한국 영화 회고전의 밤’을 열어 온 후원자가 바로 에르메스다. 매년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그 노고에 감사하며 장루이 뒤마 에르메스 전 회장의 부인인 고(故) 르나 뒤마 여사가 직접 디자인한 디렉터스 체어를 전달하는 행사다. 올해는 ‘바보들의 행진’을 만든 하길종(1941~79) 감독이 주인공으로, 의자는 하 감독의 아들 지현씨에게 전달됐다. 부산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여러 종류의 이벤트가 치러진다. 그중 ‘한국 영화 회고전의 밤’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초대로 세계 영화인들이 특히 관심과 신뢰를 갖고 참가하는 행사다. 홍보 마케팅 차원에서 부산영화제가 국제적인 지위를 갖는 데 에르메스가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백미(白美)’ 주제 설화문화전

1 손대현 나전칠장의 ‘빙렬문 이층장’ 2 심현석 금속공예가의 ‘camerAg23’ 3 유국일 작가의 ‘BEORC’ 4 김춘식 소반장의 ‘흐름’5 최종관 채화칠장의‘채화칠기 백매화문 관복함’6 조용원 목공예가의‘Wave-Moonlight’ ‘Wave-Sunset’
1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치동 복합문화공간 ‘크링’ 2층에서는 ‘설화문화전’이 열린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예술이 어우러지는 만남의 장으로서 한국의 명품 뷰티 브랜드 설화수가 마련한 자리다.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대표는 “이번 설화문화전을 통해 국내외에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행사 기간인 12일 동안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공예작가 8인과 현대작가 16인이 ‘백미(白美)’를 주제로 6개월간 작업한 작품이 전시된다.

제1호 나전칠기 명장으로 지정된 손대현 나전칠장은 ‘빙렬문 이층장’을 내놓았다. 자연 그대로인 목재로 틀을 짜고 그 위로 옻이 내는 백색 선과 영롱한 빛깔의 나전 선이 자유롭게 뻗은 작품이다. 이재만 화각장은 나무 중에 으뜸인 홍송에 오방색(한국의 전통색상으로 황·청·백·적·흑의 다섯 가지 색을 말한다)으로 한 쌍의 원앙을 새겨 환한 색채미술을 보여주었다. 전북 무형문화재 19호 조석진 소목장은 ‘사단 서랍장’을 만들었다. 까만 덩어리의 서랍장에는 하얀 반짝임이 무수히 새겨져 있다. 작가는 “진정한 순흑과 순백은 서로의 일부로서 서로를 완성시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종관 채화칠장의 ‘채화칠기 백매화문 관복함’은 수줍은 듯 기품 있게 웃는 한국 여인의 아름다움을 닮았다. 나무함에 생옻칠을 한 후 삼베를 바르고 다시 한지를 바르고 그 위에 하얀 백매화, 붉은 모란, 푸른 포도나무를 그려 완성시킨 모습이 고요하면서도 화사하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8호인 김영희 옥장이 제작한 두 개의 작품 ‘백옥매조문 향갑노리개’와 ‘투각 매조문 옥합’은 한국 전통미인의 하얀 피부를 연상케 한다.

이처럼 전통공예 작가들이 표현한 ‘백미’는 고고한 절개와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네를 떠올리게 한다. 반면 현대예술 작가들의 표현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다. 스피커를 통해 왜곡되지 않은 음을 추구해 온 금속공예가 유국일은 “순수한 백미란 ‘최고의 소리’다”라고 말한다. 역시 금속공예가인 심현석은 작은 수제 카메라를 제작했는데 그는 그 이유를 “시작하기 위해 비어 있는 하얀 가능성, 그 무한한 순간의 정지를 담고 싶었다”며 “카메라 렌즈를 통해 원초적인 백미의 순간이 저장될 것을 바란다”고 설명했다.

설화문화전은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되며 전시 공간 크링은 02-557-8898, 전시 내용 문의는 ㈜아모레퍼시픽 02-709-6097이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에르메스, 설화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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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