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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cover story] 모니카 벨루치, 매력 또는 마력

스타일 아이콘 파리에서 만난 모니카 벨루치
그녀만을 위한 표현 ‘순수한 섹스 심벌’


모니카 벨루치. ‘섹스 심벌’로 기억되는 그에게 ‘소녀 같은 순수함’이 느껴졌다면 억지일까?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여전히 순수함을 간직한 그만의 스타일에 대해 알아봤다.


작은 생일 선물을 바라보는 그의 입가에 밝은 미소가 번졌다. 어떤 남성이든 단번에 무장해제시켜 버릴 만한 순진하고 해맑은 미소였다. 그와 만난 지난달 30일은 그의 마흔 다섯 번째 생일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호텔 플라자 아테네에서 만난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긴 생머리를 풀어헤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한국 전통 매듭으로 만든 책갈피”라고 생일 선물을 내밀자 그는 “애정이 듬뿍 담긴 선물”이라며 웃어 보였다. 연기인지 실제 감정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 든 아이마냥 순수해 보였다.

화려하고 당당한 이미지의 모니카 벨루치. [뉴라인 시네마 제공]
사실 영화나 사진 속 벨루치는 짙은 눈 화장, 육감적인 붉은 입술로 고혹적인 자태를 드러내는 ‘섹시 여배우’ 이미지에 가깝다. 영화 ‘돌이킬 수 없는’ ‘말레나’ 등에서 보여준 치명적인 캐릭터, 남성 잡지 ‘맥심’이나 ‘에스콰이어’ ‘지큐’에 가슴을 노출한 채 등장했던 ‘섹스 심벌’의 모습 등이 그랬다. 하지만 마주 앉은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인 듯 보였다. 연한 볼 터치로 얼굴 윤곽을 조금 더 살리고, 눈매를 강조하느라 그린 아이라이너와 붉은 기가 연하게 도는 립스틱이 화장의 전부였다.

“피부가 굉장히 얇은 편이에요. 그래서 언제나 피부가 숨을 쉴 수 있는 가벼운 질감의 화장품을 씁니다. ‘누드 파운데이션’은 투명해서 좋아요. (화장 전에 쓰는) 수분 크림도 우유처럼 묽고 가벼운 걸 쓰는 편이죠.”

그의 말처럼 화장을 최대한 가볍게 했는데도 잡티 하나 보이지 않는 맑은 피부가 돋보였다. 결점을 찾아내 보려 실례를 무릅쓰고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약간 묻어나는 정도의 주름 몇 개를 빼곤 별다른 흠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 그도 화장으로 감추고 싶은 게 있을까.

“당연하죠! 파운데이션은 작은 결점을 감추고 피곤할 때면 생기는 눈 밑 검은 그림자를 감춰 주잖아요. 그래도 역시 자연스럽고 생생해 보이는 게 좋아요. 평상시 화장은 피부 자체가 깔끔하게 느껴지도록 가볍게 하는 편이에요.”

사랑해 마지않는다는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과 영화나 사진 속 강렬한 모습이 어딘지 모순처럼 느껴졌다. 그를 언급할 때마다 등장하는 영어 표현 ‘글래머(glamour)’는 육감적인 분위기를 상징한다. 여기에 남성을 유혹하는 듯한 붉은 입술까지 더해지면 벨루치의 이미지는 자연스러운 화장법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법대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려던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알려진 벨루치.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뿐 아니라 영어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의 이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배경을 뒤로 하고 ‘섹스 심벌’로 굳어진 이미지가 부담스러워 반대로 자연스러운 화장법을 강조하는 걸까.

“사진 속에선 육감적이면서 성적 매력을 자랑하는 여성으로 표현되곤 하죠. 하지만 그런 환상적인 꿈속의 여인은 사진을 통해 만들어진 것일 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헝클어져 있고 피곤할 땐 다크 서클도 생기고…. 현실의 삶과 다른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꿈의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는 게 저예요.”

모니카 벨루치가 표지 모델로 등장한 해외 유명 잡지들
평소 화장법에 대해 말하면서 그는 몇몇 제품의 이름을 정확하게 언급했다. 그가 7년째 모델로 활동하는 디올 화장품에 대해서였다. 그는 인터뷰 당일에도 디올의 ‘이프노틱 프와종’ 향수를 뿌렸다며 수줍게 웃었다. “제가 이 제품 모델이어서가 아니라 향 자체를 좋아해요. 연기 냄새가 나는 듯하면서도 달콤하거든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향이 공존하죠. 금발인 사람이나 저처럼 아주 짙은 갈색 머리의 여인 할 것 없이 잘 어울릴 만한 향이죠.” 광고 모델로 인터뷰에 임한 그였기에 예상한 답이었지만 설득력 있는 설명이었다. 언뜻 보면 검은 머리로도 보이는 짙은 갈색 머리엔 왠지 스모키 향이 더 어울릴 것 같고, 여성적인 면을 강조하기엔 달콤한 향이 제격이란 생각도 들었다.

화장을 제외한 그의 스타일로 화제를 돌렸다. 연한 보랏빛 실크로 만든 민소매 드레스 차림.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그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옷을 고를 땐 여느 스타들처럼 의상을 권해주는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자신이 의견을 낼 경우는 전문가의 선택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정도라고. 하지만 화장법처럼 스타일에 관한 주관은 뚜렷했다.

“미니 스커트는 절대 입지 않아요. 언젠가부터 미니 스커트가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됐거든요. 여성답게 옷을 입을 줄 아는 여자가 진짜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치마 길이야 어떻든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하단 얘기로 들렸다. 스타일 취향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언제나 매우 단순한 라인의 옷을 골라요. 어제 기자 회견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볼륨 있는 몸매라 옷의 실루엣은 최대한 단순한 게 좋거든요. 볼륨 있는 몸매에 화려한 색상과 요란한 재단이 더해지는 게 싫어요.”

인터뷰 전날 있었던 디올의 새 마스카라 ‘엑스타즈’ 발표장에 그는 검정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었다.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길이의 검정 드레스는 어깨 부분만 속이 비치는 소재로 디자인 됐을 뿐 몸매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단순한 라인의 옷이었다. 기자회견 때는 아무런 장신구도 착용하지 않았지만 인터뷰 장소에는 작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긴 목걸이를 걸고 나왔다. 본래 액세서리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일까. 아니면 본인이 보석보다 빛난다고 생각해서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 것일까.

“(옷을 고르는 원칙과 마찬가지로) 몸매에 볼륨감이 있으니 장신구도 단순한 걸 즐기는 편이죠. 물론 파티 때나 영화제 같은 곳에 갈 땐 더 강렬한 인상의 장신구를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목걸이는 남편(영화배우 뱅상 카셀)이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선물한 거랍니다.”

인터뷰 중간 중간 간혹 어깨를 살짝 들면서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는 모습, 입술을 오므리며 나직하게 프랑스어로 답하는 그의 모습에선 흐트러짐이 없었다. 한 시간이 넘는 기자회견장에서나, 30분을 넘겨 진행된 인터뷰 중에나 등받이에 몸을 기대지 않고 꼿꼿하게 앉은 모습을 볼 땐 단아함도 느껴졌다.

“어린아이 같은 면이 섹시하게 보이는 사람도 있어요. 여성에게서 표현되는 ‘여성성’이란 사람 자체의 성향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모든 여성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있는 거죠.”

50을 바라보는 나이. ‘아름다움의 상징’과도 같은 여배우로서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전혀 그 나이로 보기 어렵다”는 기자의 말에 그가 답한 것은 역시나 그의 화장법과 궤를 같이 하는 ‘자연스러움’이었다.

“금주·금연하면서 균형 잡힌 삶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운동을 챙겨서 하는 편은 아니고요.” 아주 잠깐 머뭇거리던 벨루치가 말을 이었다.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건 아니에요. 하하. 단 취할 때까지 마시지는 않죠. 가끔씩 담배 한 대 피우는 즐거움도 누리는 편이에요. 무엇 하나에도 중독되지 않고 모든 것을 균형 잡힌 상태로 즐기는 것, 그게 나이 들지 않는 비결인가 봐요.”

평범하지만 현명한 대답이다. 무엇이 그를 아름답게 빛나게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파리=강승민 기자

모니카 벨루치

1964년 이탈리아 중부 지역인 움브리아주에서 태어났다.
16살 때 밀라노에서 패션 모델로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88년 유명 모델 에이전시인 ‘엘리트’와 계약한 이듬해부터
뉴욕·파리·밀라노 등 주요 패션 도시에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90년대 초 영화계에 데뷔했다.
99년 두살 연하의 프랑스 영화배우
뱅상 카셀과 결혼해 5살 된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주요 출연작

와일드 블러드(2008), 거침없이 쏴라!(2007),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2006),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매트릭스2·3(2003), 돌이킬 수 없는(2003), 말레나(2001),
언더 서스피션(2000), 라빠르망(1997)

크리스찬 디올 아트 디렉터가 말하는 모니카 벨루치
“우수 젖은 표정, 슬픔 깃든 눈 … 여성 그 자체죠”


“그는 완벽한 여성의 상징이다.” 크리스찬 디올의 화장품 부문 아트 디렉터인 티엔은 모니카 벨루치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베트남 출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티엔은 디올 화장품의 모든 광고ㆍ화보 등의 예술감독으로 색조 등 디올 화장품의 개발 등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모델로서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를 거치는 유명 여배우들 사이에서 벨루치처럼 하나의 브랜드와 오랜 기간 인연을 맺는 일은 흔치 않다. 티엔은 2003년에 처음 벨루치를 디올 화장품의 ‘뮤즈’로 정했다. 디올 화장품과 관련한 모든 창조적 활동에서 이상적인 여인상을 모니카 벨루치로 정한 것이다. 7년째 꾸준히 그를 곁에서 지켜 본 티엔은 벨루치의 눈빛을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우수와 슬픔이 깃든 눈빛이 매력”이라고 말한 티엔은 “(연기자로서 표현해 내는 슬픔과 동시에) 그의 행복한 삶이 나와 함께 작업한 사진에서 잘 드러난다”고 평했다.

“디올은 창립자인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부터 ‘여성적인 우아함’을 상징으로 내세웠다. 현재의 여배우들 중 모니카가 그런 우아함을 가장 잘 표현해 내는 인물이다. 우수에 젖은 표정이지만 그 속에는 미소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이런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너무 가식적이고 인위적으로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과는 작업하기 어렵다. 찍히는 모델 자체가 상업적인 생각으로 미소짓기 때문에 때로는 그 과한 미소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만큼 힘들다. 오히려 그럴 땐 조금 슬픈 음악을 틀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 촬영을 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사진을 얻기도 한다. 그런데 모니카 벨루치는 그런 모델들과는 다르다.”

그는 벨루치의 이런 매력을 통해 “세 가지 ‘에스(S)’를 표현할 수 있다”고도 했다. 감성적인 것(sensitive), 침착하고 평온한 것(serene), 상징적인 것(symbolic)이 그것이다. 복합적인 감정을 감성적으로 잘 풀어내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하고, 하나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관철시키는 상징성까지 겸비한 모델이 벨루치라는 것이다. 파리=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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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