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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님들 11시40분 되면 서운하시겠어요

지난 7일 열린 MBC 라디오 다큐 드라마 ‘격동 50년’의 마지막 제작 현장 모습. 왼쪽부터 성우 김용식·황일청·최상기·김강산씨. [김성룡 기자]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MBC 라디오 스튜디오. 자못 비장감이 맴돌았다. 드라마 ‘격동 50년’ 마지막 녹음 현장이다. 20여 년간 전파를 탔던 프로그램을 이제 보내야만 하는 성우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첫 방송 때부터 참여해온 성우 황일청(박태준·이기붕 역)씨는 “장례식장에 온 것처럼 착잡하다”고 했다. 성우 이상훈(박정희·김영삼·노무현 역)씨는 “21년간 애지중지 키웠던 아이를 내보내는 기분”이라며 씁쓸해했다. 라디오 드라마 ‘격동 50년’이 17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제작진은 “제작비는 치솟는 데 반해 라디오 드라마에 대한 청취자 관심은 점점 줄고 있어 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라디오 드라마의 몰락=‘격동 50년’(95.9㎒·월∼토요일 오전 11시40분)은 1988년 4월 첫 전파를 탔다. 당시로서는 기획 의도가 신선했다. 80년대 후반 민주화 바람 속에서 본격 정치 드라마를 표방했다. 예전 엄혹했던 시국에선 시도하기 어려웠던 내용이었다. 사회 전체의 민주화 열기 속에서 대놓고 ‘정치 이야기’를 하겠다고 나섰다.

‘격동 50년’은 일반인이 쉽게 다가설 수 없는 현대 한국 정치의 구석구석을 조명해왔다.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TV 정치극과 달리 청취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라디오의 매력을 십분 살렸다. 21년간 5% 이상의 꾸준한 청취율을 기록해왔다.

‘격동 50년’이 폐지되면서 국내 라디오 드라마의 ‘수명’도 다하는 모양새다. ‘격동 50년’은 사실상 국내 유일의 라디오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인터넷 생방송, 스튜디오 공개(열린 라디오) 등 ‘라디오의 버전 업’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소리로 듣는 드라마’는 이제 한계에 도달한 셈이다.

◆현대 정치사 밝힌 다큐 드라마=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정치환경도 ‘격동 50년’의 종방에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드라마는 그간 4·19 혁명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치사의 주요 장면을 추적해왔다. 특히 이승만·박정희·김영삼(YS)·김대중(DJ)·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들의 목소리와 화법 등을 똑같이 흉내 낸 성우들의 목소리로 청취자의 관심을 낚아챘다.

‘격동 50년’의 최대 장점은 살아있는 정치 현장을 생생한 성우들의 목소리로 전달한 데 있다. 96년 7월 방송된 ‘그 해 5월의 광주’ 편은 국내 최초로 ‘광주 민주화 항쟁’을 정면에서 다루기도 했다. 올 6월부터 두 달간 방송된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일 첫 녹음을 시작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일에 방송을 마친 진기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정치 드라마인 만큼 논란에 휩싸일 때도 있었다. 7년 2개월간 이 드라마를 연출한 오성수 PD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다룰 땐 가끔 송사에 휘말린 적도 있었다”며 “사소한 시비라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 다시듣기 서비스도 없앴다”고 말했다. 물론 매 편마다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과거엔 “사실 관계가 틀렸다”며 직접 제작진에 항의하는 유력 정치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화 이후 21년을 함께 살아온 이 드라마는 다음 같은 내레이션으로 막을 내린다. “허둥지둥 살더라도 가끔은 안부를 물어볼 일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하시냐고.”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 증폭된 요즘 우리 사회에 대한 인삿말이다.

정강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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