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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비료 없는 고성 ‘생명환경 농법’ 주목하라

경남 고성군은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약을 치지 않는 생명환경 농법을 도입해 녹색성장 모델로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생명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벼를 수확하는 장면. [고성군 제공]
“농약·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니 농사짓기 정말 편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4만㎡(1만2000여 평)에서 생명환경 농법으로 벼 농사를 지은 허태호(39·고성군 거류면 송산리)씨의 자랑이다. 허씨는 “올해도 병충해·도복 피해 없이 다수확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경남 고성군의 생명환경 농법이 주목받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해 땅을 살리고 농약·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농업 분야의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모델’로 꼽힌다.

8월 28일 고성을 방문한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는 “한국 농업의 새 패러다임”이라며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에게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7월 31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고성군 송천 참다래 마을을 방문해 관계자를 격려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잇따른 방문은 내년부터 생명환경 농법을 전국으로 보급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도 잇따르고 있다.

이 농법의 핵심은 토착미생물. 토착미생물은 나무상자에 고두밥을 3분의 2 정도 넣고 한지로 덮어 주택·농지 인근 부엽토 위에 7~10일 두면 채취할 수 있다. 이 고두밥을 흑설탕·쌀겨 등과 섞어 7~8일 배양한 뒤 다시 황토·톱밥 등과 섞어 농지와 축사에 뿌려주면 된다. 논에는 1000㎡당 토착미생물 150㎏을 뿌리면 된다.

활발한 미생물 활동으로 토양이 살아나면서 논 바닥의 사람 발자국은 금세 없어진다. 농약을 치지 않아 벼 포기 사이에 거미줄이 많이 생기는 등 천적 활동이 활발해진다. 논에 우렁이·오리를 풀어놓거나 막걸리에 쑥·미나리 등을 섞어 만든 천혜녹즙을 넣은 유인 살충액으로 병충해를 방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성에서는 비료 대신에 한방 영양제를 준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만 준다”는 게 이 농법의 원칙. 당귀·마늘·생강 등 한방재료에 미생물을 배양해 녹즙과 희석해 수시로 벼와 채소 등에 뿌려주면 된다. 올해 388㏊에서 재배된 생명환경 벼는 풍년을 예고하고 있다. 포기당 이삭수에서 기존 농법으로 재배한 벼(남평벼·동진1호)의 18개보다 많은 22~25개로 조사됐다.

고성군 이문찬 담당은 “생명환경 벼는 기존 농법의 3.3㎡당 75~80포기와 달리 45~50포기만 심어 튼튼하게 자라게 하는 것도 비결”이라고 말했다.

고성군은 14일 올해 벼의 첫 수확식을 대대적으로 갖고 이 농법의 성공을 대외에 알릴 예정이다. 이 농법은 과수·채소·축산 등 모든 분야에 확대 가능한 것도 장점.

지난해 생명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벼를 이학렬 고성군수(왼쪽에서 넷째)와 농민들이 수확해 들어보이고 있다.
고성군은 단감 재배면적 350㏊ 가운데 올해 6농가 11.7㏊에 이 농법을 적용해 최근 무농약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껍질을 깎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단감이 탄생한 것이다. 단감단지 천덕의(55) 회장은 “단감의 무농약 인증은 드문 사례”라며 “올해가 처음이어서 회원들이 걱정을 많이 했으나 무농약 인증을 받은데다 과실도 크고 튼튼해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고성군이 지난 8개월간 돼지·소·닭의 축사에도 이 방법을 도입한 결과 분뇨 냄새와 축산 폐수를 없앨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생물에 의해 생분뇨는 물론 퇴적분뇨가 빨리 분해되면서 악취와 축산폐수가 사라진 것이다. 소·돼지·닭에게 미생물 발효 사료를 먹여 소화율을 높여주면 효과는 더 좋아진다. 이 농법은 충북 괴산군의 자연농업연구소 조한규 소장의 연구가 바탕이 됐다.

김상진 기자

독학으로 ‘자연농법’ 전문가 “한국 농업의 혁명 이룰 것”

이학렬 고성군수
고성군 생명환경농업의 선봉에는 이학렬(57·사진) 군수가 있다.

독학으로 ‘자연농법’ 전문가가 된 그는 지난해 고성지역 벼·채소·과일에 이 농법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축산에 확대하고 있다. 틈만 나면 농민을 만나 생명환경 농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현장에 적용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그는 “생명환경 농업은 한국 농업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생명환경 농업의 핵심은.

“미생물로 땅을 살리는 것이다. 땅을 살리면 깊이 갈고 비료를 많이 줄 필요가 없다. 생명환경 논은 땅이 살아 있어 발자국이 5~6시간 지나면 없어진다. 뿌리가 밑으로 깊게 내려가 작물도 튼튼하게 자란다. 1년이 지나도 발자국이 남는, 농약 치고 비료 주는 논과 다르다.”

-생명환경 농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농약을 치지 않아 강을 살릴 수 있다. 4대 강 살리기를 하려면 생명환경 농업을 도입하면 된다. 전국적으로 사용되는 비료 57만t 생산에는 벙커C유 242만L가 소비된다. 비료를 안 쓰면 그만큼 에너지도 절약된다. 우리나라 전체 논 100만㏊를 생명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면 생산비 1조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 농법이 녹색성장의 주춧돌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반대는 없었나.

“처음에 농촌지도직 20명이 ‘학문적으로 검증이 안 됐다’며 반발했다. 농약 치고 비료를 주도록 교육해온 관습을 버리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컵의 물을 버려야 새 물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나보다 더 적극적인 공무원이 많다.”

-도입한 뒤 성과는.

“벼의 경우 농약·비료를 안 쳐 경영비가 40~60% 절약됐다. 반면 벼 수확량은 6~10% 많아졌다. 무농약 재배로 인기를 끌면서 쌀값은 1.3~1.5배 더 받았다. 이보다 더 나은 장사가 어디 있나. 태풍이 오면 생명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벼의 우수성이 쉽게 입증될 텐데 올해는 태풍이 없어서 아쉽다.(웃음)”

-올해는 얼마나 확대하나.

“벼 재배면적을 지난해 153㏊에서 올해 30개 단지 338㏊로 늘렸다. 또 원예 9개 단지 29㏊, 과수 2개 단지 25㏊, 축산 3농가 등으로 확대했다. 해당 농가에는 미생물 배양교육과 공급, 시설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민 동참이 늘어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생명환경 농법을 전국으로, 세계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 차원의 연구소 건립과 법률적 뒷받침을 기대한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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