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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들여 500억 대박 … 부산영화제 비결은 ‘역발상’

14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관객과 배우, 관객과 감독이 함께하는 ‘고객 중심’형 문화 행사로 성가를 높여 가고 있다. 해운대 특설무대에도 연일 영화 팬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티켓 현장 판매를 시작하기 이틀 전부터 일본 아줌마 부대가 임시매표소 앞에 돗자리를 펴기 시작하더군요. 밤을 새워서라도 표를 사고야 말겠다는 거죠.”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PIFF)를 지켜본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말이다.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영화도시 부산’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주연 배우 장동건과 예매 개시 38초 만에 매진된 화제작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출연한 이병헌. 두 한류 스타가 묵는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로비에서도 이날 일본 여성 팬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찜질방에서 숙식하며 영화를 릴레이 관람하는 젊은 관객들의 모습도 연일 눈에 띄었다.

개막 닷새째인 12일. 상영작 355편 중 70%가 넘는 261편의 티켓이 모두 팔려나갔다(온라인 판매 기준). 이번 영화제는 규모 등 여러 면에서 가위 ‘역대 최고’다. 예산이 지난해보다 10억원가량 늘었다. 상영작 수도 가장 많다.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작품을 뜻하는 ‘월드 프리미어’는 영화제 수준을 알 수 있는 가늠자다. 이번 부산영화제에 온 월드 프리미어는 98편. 역대 최다다. 제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작품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까지 합치면 144편이나 된다. 개막식을 포함한 스타 배우들의 행사 참석률도 매우 높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배우들 사이에는 수주일 전부터 개막식 레드카펫에 서기 위한 ‘드레스 구하기 전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2006년 부산발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부산영화제의 총생산유발액은 약 407억원(아시안필름마켓 65억원 포함). 그해 예산이 74억원이니, 쉽게 말해 예산의 다섯 배가 넘는 효과를 낸 셈이다. 올해 예산은 이보다 훨씬 늘어난 99억5000만원. 500억원 가까운 ‘대박’이 예상된다. 1996년 1회를 치렀으니 이제 겨우 14년째. 그러나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토론토·로테르담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칸·베니스·베를린 등 3대 영화제의 뒤도 바짝 추격 중이다. ‘히트 문화상품’ 부산영화제의 성공학을 들여다봤다.

◆블루오션을 두드렸다=부산영화제는 아시아를 특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세계 주요 영화제들이 유럽 중심, 유럽 지향적으로 흘러가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던 ‘블루오션’으로 간 것. 아시아 유망 신인감독을 발굴하는 경쟁 부문 ‘뉴 커런츠’가 대표적이다. 고정민 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산영화제는 세계 영화계의 ‘틈새시장’ 격이던 아시아를 주목했다. 이것이 아시아의 파워가 점점 세지고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세계적 추세와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4년째를 맞는 아시안필름마켓(AFM). 이러한 ‘아시아 특화’의 결정판 격이다. “아시아 영화를 사고 싶으면 부산에 오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미국·유럽 바이어들에게 “아시아 국가에 영화를 팔고 싶으면 부산으로 오라”고 하는 자신감이 쌓여가고 있다. 올해도 포커스 피처스(미국)·BBC인터내셔널(인도)·BBC스토리빌(영국)·셀룰로이드드림스(프랑스) 등 22개국 72개사가 참가했다.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국제영화제로 키우겠다는 차별화된 컨셉트도 눈에 띄지만, 그 컨셉트를 10년 이상 일관되게 추진해 제대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대규모 문화행사의 모범 사례가 될 만하다”고 평했다.

◆역발상이 이겼다=96년 부산은 제2의 도시였다. 하지만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부산에서 영화제를 연다는 발상은 누가 봐도 ‘미친 짓’에 가까웠다. 지금은 다르다.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이번에 부산 가느냐”가 인사가 됐다. 영화인들을 만나려면 서울 아닌 부산에서 약속을 잡아야 한다. 해마다 부산에 ‘영화 관람 원정’을 떠나는 것도 문화 애호가 사이에서는 관례가 됐다. 이른바 ‘PIFF 폐인’이다.

부산시는 99년부터 부산영상위원회를 중심으로 부산을 한국영화 제작의 전진기지로 육성했다. 이것은 부산영화제와 함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일부 영화제에서 민과 관이 충돌을 빚어 실무진이 사퇴하는 등 불협화음을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헌일 박사는 “부산시는 ‘지자체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거리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지켰고, 부산시민들의 높은 호응이 가세하면서 영화제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기덕·프루트 챈·자장커·왕샤오솨이 등 저명 감독을 배출, 아시아 작가영화의 산실로 불리는 ‘부산프로모션플랜(PPP)’도 ‘역발상’ 사례 중 하나다. PPP는 시나리오를 내면 감독과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상대적으로 예산 확보가 어려운 작가주의 영화를 진작시켰다.

완성된 영화를 사고파는 ‘완제품 시장’은 다른 나라에도 많다. 하지만 PPP는 각국 제작자들이 젊은 감독들의 될성부른 기획안을 보고 미리 투자하는 ‘반제품 입도선매 시장’으로 차별화했다. 올 초까지 11년간 총 107편이 제작됐고, 많은 수의 작품이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해 ‘부산영화제=아시아 영화 전진기지’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부산=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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