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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89> 자동차 공인 연비

자동차 연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최근 급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새로 나오는 차들은 신기술을 적용해 연비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연비가 좋으면 에너지 소비를 줄여 개인은 물론 환경에도 좋으니 바람직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라마다 연비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연비를 정확히 어떻게 측정하는지, 실제 체감 연비와 왜 차이가 나는지는 덜 알려졌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내용이 많아서다. 연비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이승녕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연비(燃費·Fuel Economy)는 같은 양의 연료로 자동차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표시하는 수치다. 표시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연료(휘발유·경유 등) 1L당 주행 가능 거리를 ㎞로 표기한다. 미국은 1갤런(3.785L)당 몇 마일(1.61㎞)을 가느냐를 따지는데, 단위만 다를 뿐 같은 개념이다. 유럽은 100㎞를 가려면 연료 몇 L가 들어가느냐를 보는데, 우리나라 연비 수치와는 반대 수치(역수)가 나오게 된다.

연비는 미묘하다. 운전 습관이나 도로 여건, 엔진 종류 등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 이래서는 과학적인 측정이 어렵다. 따라서 어느 나라나 엄격한 표준연비 측정 방법을 정해두고 있다. 바로 공인 연비다.

공인 연비는 출력이나 토크(바퀴를 돌리는 힘) 등 다른 기계적 성능 수치와는 다르다. 같은 차종의 출력·토크·최고속도 등은 나라와 측정 방법이 다르다 해도 작은 오차라면 모를까 큰 변화가 생길 수 없다. 반면 연비는 같은 차종이라도 나라마다 달라질 수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나라마다 연비 측정 시나리오 달라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공해연구소·자동차부품연구소·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너지기술연구소 등 4곳에서 측정한다. 전체적인 관리는 에너지관리공단이 한다. 개별 업체가 측정해도 되지만, 공인 시험기관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승용차의 경우 차를 실제 도로에서 운전해 연비를 재는 게 아니다. 각 공인 연비 측정기관에는 ‘섀시 다이나모’로 불리는 전용장비가 있다. 미리 정한 ‘연비 측정 시나리오’에 따라 차량을 자동 운행하고, 이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의 주행거리당 배출량을 분석한다. ‘카본 밸런스법’으로 불리는 이 측정법은 한국을 비롯한 모든 선진국이 공통으로 쓰는 방법으로 아주 정밀하다.

그런데 왜 나라마다 공인 연비에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건 나라마다 ‘연비 측정 시나리오’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픽 참조> 한국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가지의 전형적인 교통 흐름을 감안해 만든 ‘CVS-75’ 모드를 쓴다. 시험 이전에 주행거리가 160㎞ 이내인 차량을 섭씨 25도의 항온·항습실에 12~36시간 보관해 엔진을 완전히 식힌다. 측정 장비 위에 차를 올려놓은 뒤 31분15초 동안 가속과 감속을 반복한다.

일본은 최근까지 10·15 모드를 써왔다. 10모드는 정체가 심한 지역, 15모드는 고속주행 상황을 가정해 운행한다. 660초 동안 평균시속 22.7km, 최고시속 70km로 4.165km를 달려 측정한다. 측정 시간이 짧고 운행 형태도 간단하며, 연비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게 특징이다.

미국의 연방 환경보호청(EPA)이 정한 ‘EPA테스트’는 도심·고속도로의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도심은 엔진이 차가운 상태에서 시동을 걸어 42분간 최고시속 90km, 평균시속 32km로 달린다. 중간에 23차례 멈춰선다. 고속도로는 엔진이 데워진 상태에서 최고시속 97km, 평균시속 77km로 16km 이상 쉼 없이 달린다. 이렇게 얻은 각각의 수치는 체감 연비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도심은 10%, 고속도로는 22%를 다시 낮춘다.

유럽은 예전에는 파리 도심 지역을 기준으로 한 ‘ECE’ 모드를 써왔다. 현재는 고속 주행 성능을 측정하는 EUDC모드를 함께 쓰고 있다.

운전 습관, 도로 상황 탓에 실제 연비와 차이

지난달 초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은 국내에서 팔리는 국산·수입차의 공인 연비와 실제 운행 때의 체감 연비를 비교한 자료를 냈다. 총 66명의 운전자가 직접 작성한 운행일지를 이용해 연비를 계산한 결과 66대 중 51대(77.3%)의 체감 연비가 공인 연비보다 10% 이상 낮았다.

물론 이런 조사로 특정 차종의 체감 연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 결과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는데, 그만큼 국내에서 자동차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의 격차가 작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람마다 운전 습관과 주행 여건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공인 연비의 정해진 운행 시나리오로는 수많은 상황에 다 맞출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공인 연비와 체감 연비가 다른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경우 체감 연비가 공인 연비에 못미친다. 그래서 일본과 미국의 경우 연비 측정방법을 바꿔 실제 주행여건에 맞춰 개선하는 추세다.

일본은 기존 10·15 모드가 체감 연비와 워낙 차이가 크다는 여론에 따라 올 10월 1일부터 JC-08 모드를 도입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새 기준을 도입하면 기존보다 연비 수치가 15~20%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공인 연비를 실연비에 가깝게 하기 위해 기존 모드에 몇 가지 테스트를 더해 2008년부터 적용 중이다. 신 연비 측정에는 기존 도심·고속도로 모드 외에 고속 급가속 모드와 에어컨 작동 모드, 혹한기 작동 모드 등 세 가지 테스트를 더했다. 최고시속 130㎞까지 급가속 주행하는 모드를 더한 것은 특이하다. 일부 대도시 지역 외에는 정체가 거의 없는 만큼, 미국 운전자들의 과속·급가속 운전 습관을 테스트에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이처럼 공인 연비 측정은 나라마다 운전 문화의 특성을 반영한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편

한국의 공인 연비는 결코 후한 편이 아니다. 일본의 10·15 모드보다는 확연히 낮게 나오고, 미국·유럽의 도심·고속 평균 연비와 비교해도 높지 않다. 그렇다면 왜 한국 운전자들은 실제 체감 연비와 차이가 크다고 느끼는 것일까. 전 인구와 자동차의 절반이 모여 있는 서울·수도권의 심각한 교통 상황이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 측정법을 무조건 더 까다롭게 바꾼다고 능사는 아니다. 수도권에만 맞출 경우 상대적으로 교통 여건이 좋은 지역에 살아 정속 주행이 가능한 입장에서는 다시 공인연비가 현실에 어긋나게 된다. 또 너무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우면 수입차들은 본국보다 훨씬 나쁜 연비 성적표를 받게 되는 것도 문제다. 이를 감안해 미국·유럽과 같이 도심·고속 분리형 측정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연비도 올리고 힘도 세게 … 어떤 기술들 있나


연비는 엔진 배기량과 회전수(rpm)에 가장 많이 좌우된다. 쉽게 말해 배기량이 작고, 같은 속도(또는 힘)를 낼 때 회전수가 적으면 연비가 좋다. 배기량만 보면 경차가 최고이겠지만, 운전 상황에 따라 힘이 필요할 경우에는 다르다. 적은 엔진 회전수로도 큰 힘을 내는 대배기량 엔진이 나을 수도 있다. 또 사람들이 차를 살 때 연비만 보는 게 아니라 힘·최고속도 등 성능을 따지는 것도 변수다. 자동차 업체들은 연비가 좋으면서 출력과 힘(토크)도 좋게 하려고 애를 쓴다. 다양한 기술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이브리드 엔진=도심 등 저속 구간에서는 전기모터를, 고속 구간에서는 일반 엔진을 쓰는 방식이다. 운행 중 차가 멈췄을 때는 엔진을 정지시키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남는 에너지로 충전을 하는 등 여러 가지 기술이 들어간다. 일본이 이 분야에서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 도심 구간에서는 연비 개선이 뚜렷하지만, 고속에서는 일반 차량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청정 디젤 엔진=경유를 고압으로 압축해 폭발시키는 특성상 힘이 좋다. 이 때문에 속도를 높이고 유지할 때 회전수가 적어도 된다. 문제는 특유의 소음·진동·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기술 발달로 거의 잡혔고, 소음과 진동 등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유럽이 이 분야의 강자다.

휘발유 직분사 엔진= 고압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디젤 엔진 방식을 휘발유 엔진에 적용한 기술이다. 출력과 토크가 모두 높아지면서, 연비까지 좋아져 최근 글로벌 업체들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초 YF쏘나타에 2.4L GDI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고출력 201마력, 최대토크 25.0㎏·m의 탁월한 성능을 내면서도 일반 2.0L 엔진보다 연비가 더 좋다.

변속기=흔히 쓰는 자동변속기는 대부분 토크 컨버터라는 장치를 쓴다. 클러치 조작이 필요 없어 운전은 편하지만, 동력 손실이 크다. 이런 단점을 줄인 게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다. 최근에는 다단 변속기어를 두 개의 축으로 나눠 구동축과 번갈아 물리는 방식의 듀얼 클러치 방식이 대세를 이룬다. 토크 컨버터 방식 자동변속기는 다단화로 가고 있다. 단수가 4단, 5단, 6단으로 커질수록 엔진에서 나오는 힘을 효율적으로 바퀴에 전달할 수 있어 연비가 좋아진다.

경량화·저마찰·저항력 기술=알루미늄 등을 써서 차체를 가볍게 만드는 것도 연비에 도움이 된다. 각종 부품에 적용되는 저마찰 기술도 중요하다. 자동차의 공기 저항을 줄이는 것도 연비 개선에 필수적이다.

경제운전 표시 장치=간단하지만 연비 개선 효과가 크다. 연료소모율을 그래프로 표시하거나, 경제운전을 하면 녹색등이 들어오는 식의 장치가 있다.


체감 연비를 높이려면

■ 급가속은 금물=급출발을 하면 천천히 출발할 때보다 연료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추월을 위해 급가속할 때도 엔진 회전수가 치솟아 연비가 나빠진다. 엔진에도 무리가 가기 쉽다.

■ 과속은 안 해야=경제속도를 넘어서면 연비는 급속히 나빠진다. 공기 저항과 지면 마찰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경제속도는 차종·엔진 특성에 따라 모두 다르다. 미국 EPA는 세단형 중형 승용차의 경우 시속 55마일(89㎞) 정도가 가장 효율이 좋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서 있을 때는 변속기 중립(N)=주행(D)모드에 둘 때보다 연료 소모가 줄어든다. 다만 주행 중에는 그렇지 않다. 요즘 변속기는 내리막길 등에서 D모드에 두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연료가 차단된다. N에 두면 연비도 나쁘고, 안전운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 고속 주행 땐 창문 닫아야=시속 60㎞ 이상의 고속에서 효율적 연비 운전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공기 저항이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게 더 효율적이다.

■ 트렁크를 비우자=차가 무거우면 연비가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많은 운전자가 이를 잊고 있다. 트렁크에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짐들이 있다면 우선 이것부터 치우자.

■ 차량관리 제대로 해야=엔진·변속기의 마모나 노후가 진행되면 연비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노화를 늦추려면 엔진오일을 제때 바꾸는 등 기본적인 차량관리는 필수다. 타이어 압력 역시 지나치게 높거나 낮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인연비 측정 모습 승용차의 공인연비는 실제 차를 주행하는 게 아니라 전용 측정 장비를 이용해 잰다. 사람이 아니라 자동 운전 장비를 이용해 미리 정한 측정 시나리오에 따라 바퀴를 돌린다. 이때 배기가스에 섞인 탄화수소 등 특정 성분을 측정해 연비를 계산한다. [에너지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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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