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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정운 교수

여성중앙 친구들끼리는 이러쿵저러쿵 해도, 정작 아내 앞에서는 입도 뻥긋 못 하는 얘기가 있다. “나는 당신과의 결혼을 후회해.” 책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지은 저자는 용감한(?) 남편일까. 아내 앞에 서면 ‘작아지는’ 이 땅의 남자들과 달리 그가 당당할 수 있는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빨간 등 켜진 부부들을 위한 처방전

가족을 위해 사회적 성공만을 좇아 달렸으나,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설 자리가 없더라는 불쌍한 남편들, 더불어 우울하다는 아내들이 많다. 책의 내용과 인터뷰를 엮어 이 시대 위기의 부부들을 분석하고 처방전을 내렸다.



책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했다고 하자, 아내가 물었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그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남편 쪽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그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는데, 아내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내 가슴을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찔렀다.



“아주 가끔….”



이렇게 ‘가끔’ 후회하는 남편과 ‘아주 가끔’ 만족하는 아내가 함께 사는 집이 우리만은 아닐 것이다.



남편 퇴근 무렵, 아내의 기분은 다운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카네만 교수는 사람들이 하루 중 언제 기분이 가장 좋고 나쁜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30~40대 기혼 여성들의 ‘기분 그래프’에서 아주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기분이 좋다가도 어느 특정한 순간 기분이 곤두박질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관찰된 것이다. 그 시간이 얼추 비슷했다. 대부분 남편이 막 퇴근했을 때였다. 대한민국의 아내들도 그런가? ‘Yes’라면 그건 왜일까?



“아내들의 삶은 남자들보다 재미있다. 어느 정도 삶이 재미있기 때문에 말(수다)이 많은 것이다. 그런데 남편들을 봐라. 자기 얘기가 없고, 과묵하고, 입꼬리가 처진다. 식탁에서는 대화가 없다. 고작 한다는 얘기가 정치 얘기, 자식들 성적 얘기다. 지금 자기의 삶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자기의 얘기가 없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을 보라. 그들도 말이 없다. 대한민국 남편들은 일종의 상실증에 걸렸다. 쓸데없이 권위적이고, 필요 없이 엄숙해진(?) 남편들 때문에 아내의 기분이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사형 선고 받은 대한민국의 가장들



대한민국 가장들의 고질적인 거짓말이 있다. 바로 이것이다.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언제 이 땅의 가장들이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는가. 힘든 지금 이 순간만 넘기면, 은퇴하고 나면, 자식들이 좀 크고 나면, ‘내일’부터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



이 마음에 없는 거짓말 때문에 가장들은 불쌍하다. 대기업 사장으로 명예롭게 은퇴한 한 분이 어느 날 그에게 말했다. “김 교수, 내가 요즘 사는 게 우울해.”



들어보니, 이런 얘기였다. 그분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은퇴하는 날, 고생한 아내가 생각이 나더란다. 지금부터라도 아내를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하고서 3개월여 늘 아내와 동행했다.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고, 쇼핑하고, 아내 손을 잡고 교회에 나가고, 해외여행도 다녔다. 그 3개월 뒤 그분의 아내가 심각하게 얘기를 꺼냈다.



“당신, 이제 혼자 놀 수 없어?”



“이 얘기는 ‘뿔난 혹은 미친’ 여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평생 자신의 존재를 사회적 지위나 성공의 척도로만 확인해 온 남자들의 문제다. 이 땅의 가장들이 불쌍한 것 은 잘못된 존재 확인 방식 때문이다.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존재를 확인해 본 적이 없는 그들에게 은퇴 등 사회적 지위의 상실은 사형 선고와 같다.”



존재감을 상실한 부부들의 이상 현상



김 교수는 존재감을 상실하고, 삶의 재미가 없는 이 땅의 가장들에게 네 가지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먼저 큰 가슴으로의 퇴행. 소통이나 정서 공유가 안 되기 때문에 큰 가슴을 그리워하고, 그 큰 가슴에 머리를 깊이 처박고 울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상 현상은 마라톤. 마라톤 대회에 가 보면 40~50대 중년들이 ‘죽어라고’ 달린다. 마라톤은 불안한 중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존재 확인 방식, 즉 ‘자학’이다. 세 번째 현상은 폭탄주. 맨 정신으로 얘기하는 게 어색해 폭탄주를 돌린다는 해석. 네 번째는 향락. 스포츠 마사지, 퇴폐 안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부를 자극받으려는 현상이다. 대화 장애로 일어나는 ‘피부 결핍 증후군’에서 비롯된 해석이다.



남편들만 이상해지는 게 아니다. 아내들의 ‘이상 현상’도 있다. 남편이나 아내나, 둘 다에게 고질적인 병이다.



“자식에게 목매는 병이다. 내 삶에 자신이 없으니 자식에게 목을 매는 것이다. 자기 존재감이 확인이 안 돼서 누구의 남편, 누구의 엄마로 살아간다. 이 땅의 아내들은 정작 자신의 이름을 상실하고 있다. 누군가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니 깜짝 놀랐다는 일화도 있다. 지금 아내들의 주 관심사를 보라. 자식 교육과 남편 내조, 아파트 평수 넓히는 이야기는 진짜 삶이 아니다. 요즘 시대에는 ‘일하는 엄마’들의 절망감이란 것도 있다. 엄마들의 모임에 나가면 왕따 취급 받는 현상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 아내는 대학교수면서도 애들 학부모 모임에 나가면 긴장을 한다. ‘우리가 애들 잘 키우고 있는 거야?’ 이건 분명 내 아내의 얘기만이 아닐 것이다. 내 삶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너무나 큰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이제 부모들은 자기 삶의 가치를 분명히 해야 할 숙제가 있다. 지금 우리는 얼마큼 잘 살고 있는가? 내가 지금 행복한가? 내 이름의 주인공으로서 자신감을 갖는 게 어느 시대보다 중요하다.”



김 교수의 자기 이야기 하나. 그의 자식은 부모를 안 닮아(?) 학업 성적이 별로다. 그런데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배려심과 사회성이 좋다.



“아이에게 삶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것을 꾸준히 얘기해 준다. 물론 공부도 중요한 영역이지만, 친구들에게 잘하고, 나로 인해 주변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꾸준히 대화한다. 21세기는 창조적인 사람들이 살아남는 사회다.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이들이 성공할 수 있다. 공부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도 즐겁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부모가 그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고 있느냐? 이 질문에서 불안해서는 안 된다.”



부부 관계가 행복하려면 1, 조작적 정의



부부가 여행을 떠났다. 별 다섯 개짜리 어느 특급 호텔에서 잠을 잤더니 없던 로맨스가 절로 생기고 아내가 달라 보였다. 특급 호텔의 하얀 침대 시트에서는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집과 호텔의 차이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다가 침실을 호텔처럼 바꾸자고 아내를 졸랐다. “착하게 살겠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며 며칠 밤을 졸라 조명과 시트를 바꿨다. 그랬더니 과거의 ‘그녀’가 돌아오더란 얘기. 사실 이 고백은 ‘행복의 조작적 정의’에 관한 것이다. 조명과 침대 시트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좋은 남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부부간에 가장 두려운 게 대화를 나누는 거라고 한다. 왜? 서로의 삶에 신이 나지 않으니 할 얘기가 없는 거지. ‘따로 또 같이’란 말을 좋아한다. 공통의 관심사가 필요하지만, 반드시 함께해야 할 필요는 없다. ‘나의 이야기’를 만들라는 얘기다. 이를테면 나는 슈베르트 음악을 사랑한다. 사회적 역할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지면 방구석에 앉아 슈베르트 음악을 듣는다. 아내의 관심과 애정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도 슈베르트를 듣는다. 내게 슈베르트는 ‘면역 시스템’이다. 아내들도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불안하지 않고 건강할 수 있다. ‘따로 또 같이’ 즐거운 일들이 많아야 소통이 즐거운 것이다.”



부부 관계가 행복하려면 2, 행복의 리추얼



김 교수가 아내와 독일에서 유학할 때의 추억이다. 독일에서의 아침 풍경은 이랬다.



휴일 늦잠을 즐긴 부부는 옆구리에 두꺼운 주말판 신문을 끼고 카페에 들어간다. 브런치와 사발만 한 잔에 듬뿍 담긴 카페라테가 나온다. 천천히 신문을 읽고, 다양한 방식으로 빵을 먹는다. 당시 어린 아내는 남편에게 그 풍요로운 독일식 아침상을 차려줬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머리에 종양이 생겼다.



병명은 뇌종양. 다행히 양성이었지만, 아홉 시간이 넘는 긴 수술을 해야 했다. 수술은 잘 끝났고, 후유증도 없었지만 아내는 꽤 오랫동안 입원했다. 그러면서 일상의 황당함이 생겼다. 아내가 차려주던 그 풍성한 아침 식사가 사라지면서 ‘아내=아침 식사’의 의미를 깨달았다. 아내는 사랑과 아침 식사의 리추얼로 존재했던 것이다.



리추얼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정한 행동 패턴이다. 습관과 비슷하지만, 중요한 심리적 차이가 있다. 습관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반복되는 패턴이라면, 리추얼에는 ‘사랑받는다는 느낌’ 같은 정서적 반응과 의미 부여의 과정이 동반된다. 삶이 행복하려면 반복되는 정서적 경험, 즉 리추얼이 풍요로워야 한다. 소소하지만 즐거운 리추얼이 우리를 구원해 준다.



“아침 식사가 맛있으면 여전히 행복하다. 아침에 빵을 먹고 나서 아내가 과일을 깎아 줄 때, 내가 커피를 갈고 아들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릴 때 언제나 난 행복하다. 혼자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일본에서 구입한 대나무 만년필로 수첩에 뭔가를 끼적일 때, 슈베르트 안경을 끼고 슈베르트 음악을 들을 때 난 또 너무 행복하다. 아내는 남편 없는 사이에 집 안의 가구들을 모두 바꿔놓고 혼자 대견해서 감동한다.



나이 들면서 살집이 불었지만 부부 동반 음악회에 나서면서 예쁘게 차려입고 감동한다.



그때 아내를 보며 나도 여전히 감동한다. 모든 남편은 나이 불문, 다른 이에게서 ‘당신 아내 멋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 중년 남성들의 애창곡이 있다. ‘화장을 고치고’ ‘립스틱 짙게 바르고’ 다. 그 노래는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다. 왜 남편을 위해 립스틱을 바르지 않는가? 남편들은 잘 차려입은 아내와 음악회를 가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 일부일처제는 힘든 제도면서 가장 합리적인 제도다.



중요한 것은 서로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힘든 제도라는 점이다. 한 예로, 서로의 에로틱한 매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런 것도 행복한 리추얼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따로 또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리추얼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나는 왜 행복한가? 그건 스스로 감동하며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사는가? 감동하고, 감동받기 위해 살고 있지 않나. 자기가 찾은 작은 즐거움에 가슴 벅차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삶이 진짜다.”



서로 감동받으려고 사는 것 아닌가?



‘따로 또 같이’ 행복의 리추얼을 만들자는 김 교수도 사실 잘 못하는 게 있다. 그는 전작 『노는 만큼 성공한다』 『휴테크 성공학』 등을 통해 가족과 별개로 혼자서도 잘 놀 줄 아는 남편, 아빠가 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래야 행복하다면서. 정작 아내에게 ‘휴테크’를 선물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우물쭈물한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안식년을 가진 엄마를 보는 아내의 뒷모습에 좌불안석이었다. 언젠가 통 크게, 아내에게 긴 휴가를 줬다가 집안일 챙기느라 혼이 났다. 이론적으로는 바른 수다를 떠는 나 역시 현실은 쉽지 않더라. 근본적으로 남편들은 아내에게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이 땅의 남편들은 불쌍하고 연민이 필요하다. 아내들이 꼬치꼬치 캐고 들어오면 숨을 곳이 없어 괴롭고 더 움츠러든다. 그러니 남자보다는 조금 더 건강한 아내들이 남편들을 보살펴주십사, 그런 엄살은 좀 떨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사실 책 제목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말미에는 한 단어가 빠졌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가끔씩.’



행복을 찾지 못한 남편들이 철없이 행동하고, 가끔 엄살을 떠는 것을 지그시 받아주는 것도 아내들이 해줄 수 있는 행복의 리추얼이란 점을 그는 잊지 않았다.



“우리는 왜 부부로 사는가? 서로 감탄하려고 사는 것 아닌가?”



** 김정운 교수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대학 자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 대학 심리학과 전임 강사를 거쳐 현재 명지대학교 교수이자 휴먼경영연구소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의 ‘최고 명강사’로 꼽혔고, 강연 스케줄을 잡으려면 수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는 스타 강사다. 정작 그는 앞서의 거창한 프로필은 잊으라면서, 스스로를 매일 아침 아내가 차려준 밥상에 감사하고, 아내의 관심과 애정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면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위안을 받는 사십 끝줄의 대한민국 남자라고 소개한다. 그는 부부 행복의 키워드를 ‘따로 또 같이’의 행복한 리추얼(정서적 반응이 포함된 일상의 반복적인 패턴)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취재_강승민 기자 사진_이진하(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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