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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베지밀

1937년부터 소아과 의사로 재직했던 정·식품 창업자 정재원(92) 명예회장은 모유와 우유를 소화하지 못해 고생하는 유아 환자를 많이 접했다. 당시엔 이 병으로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치료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64년 유당불내증(유당소화장애)의 정확한 원리와 병명이 밝혀졌다.

영국·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정 회장은 단백질 성분이지만 유당이 없는 식물성 두유가 우유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이디어는 어머니가 옛날부터 끓여 주던 콩국에서 얻었다. 65년 서울 회현동에 있던 자신의 병원 정소아과에 연구원 두 명을 채용하고 일과 후 저녁에 매일 두 시간씩 콩 영양 분석과 두유 실험에 들어갔다. 콩국은 부인이 콩을 맷돌로 갈아 매일 끓여 공급했다. 처음엔 두유를 먹인 쥐가 우유를 먹인 쥐의 성장에 반도 미치지 못했다. 소아과 지하실에 쥐가 들끓는다는 소문이 돌아 이웃과 시비가 일기도 했다.

연구를 거듭하던 중 쥐의 성장이 느린 이유가 두유에 단백질 속 아미노산의 일종인 메치오닌과 비타민 A와 칼슘(Ca), 비타민 B12 등이 부족한 탓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보강한 콩국을 먹이자 우유를 먹인 쥐보다 훨씬 체중이 늘며 활동성이나 헤모글로빈 수치가 좋아졌다. 2년 만에 발명 특허를 받고 영양식품 허가를 땄다. 확신이 들자 소아과를 찾은 유당불내증 유아들에게 조심스레 먹여봤다. 설사와 구토로 마르던 아이들이 살이 오르자 입소문이 나 병원 앞에 사람들이 진을 치기 시작했다.

68년 병원 옆 빈터에 수공업 공장을 만들어 생산량을 늘렸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73년 경기도 용인시에 신갈공장을 만들고 대량 생산을 했다. 제품 이름은 식물(vegetable)과 우유(milk)의 영문을 합성해 ‘베지밀’로 정했다. 국내 최초의 두유였다.

시간이 흐르며 콩의 영양학적 가치가 더 알려져 애초 유아 환자식에서 모든 연령대를 위한 건강음료로 폭을 넓히게 됐다. 출시 후 줄곧 두유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한 해 베지밀A·B, 녹차, 검은콩 등 베지밀 브랜드로만 12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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