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훈범의 시시각각] 악마를 세상에 드러나게 하라

엊그제 신문에 개도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는 도덕적 지능을 가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침입자는 힘껏 물어 내쫓지만 친구들과 놀 때는 아프게 물어선 안 된다는 사회적 규범을 알고 지킨다는 거다. 얼핏 당연한 것 같지만 개만도 못한 존재들과 섞여 살아야 하는 인간 세상을 놓고 보자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외부의 적은커녕 내부에서도 힘센 사람들과는 눈도 못 맞추면서 약자들만 물어뜯어 괴롭히는 인간 말종들에게 개만 한 도덕적 지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부디 나를 골통이라 욕하지 마시길. 나는 귀갓길 여성들을 게임하듯 납치·살해한 강호순 같은 막장은 땅에 묻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기에, 여자아이를 집 앞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와 머리채를 잡고 발로 차서 납치하려던 이명철 같은 쓰레기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일 뿐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기에, 손녀뻘 아이를 성폭행해 세상에, 그것도 등굣길에 평생 불구로 살아가게 만든 조두순 같은 짐승은 아무리 어르고 먹이 줘봐야 결국 손만 물릴 뿐이라는 걸 의심치 않는 사람이기에 그들과 같은 공기를 숨쉬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대단히 불쾌하다. 감옥에 처넣는다 하더라도 내가 낸 세금으로 그들을 먹이고 재운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금세 혈압이 오른다.



많은 너그러운 사람들이 그들의 악마성이 생성된 이면을 돌아봐야 한다고 예수처럼 외친다. 하지만 예수님, 용서하세요 선량한 사람들은 그보다 더 큰 상처를 가슴에 품고도 애써 고통을 삭이며 살아가지, 남 탓으로 돌려 이웃을 해코지하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범죄를 사전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백번 천번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저질러진 범죄에 대해선 한 톨의 관용도 베풀지 말아야 하며 그것이 곧 최선의 예방법이라 나는 믿는다.



물리적이건 화학적이건 거세를 시키는 것도 좋고, 전자발찌를 죽을 때까지 채우는 것도 좋으며, 공소시효를 피해 아동이 성년이 될 때까지 연장하는 것도 다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런 위험한 범죄자를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거세됐다고 못된 짓 안 하리란 보장이 없고, 전자발찌는 대부분 피해자와 피의자가 한동네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효과가 작을 수 있으며, 공소시효 연장으로 재범 의지를 꺾는 데는 한계가 있는 까닭이다. 범죄자가 언제든 범행을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면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 내 아내, 내 딸이 먼저 피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일찍이 훈수한 것이다. 이상적인 감옥 구조를 설명한 『파놉티콘(Panopticon)』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죄수의) 의복은 본보기로서의 목적에 부응하도록 모욕의 표시를 담고 있어야 한다. 가장 단순하고 유용한 방식은 두 소매 길이를 다르게 한 옷을 만드는 것이다. 이 옷은 탈출을 방지하는 훌륭한 방법이자 탈옥수를 구별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기도 하다.” 햇볕에 그을린 양팔의 길이가 달라 금방 알아볼 수 있다는 얘기다.



팔 길이가 다른 옷을 입히든, 이마에 먹을 넣든, 추악한 범죄자의 주홍글씨가 세상에 드러나게 해야 한다. 조두순이 “교도소에서 운동하고 나올 테니 그때 보자”고 했다는 기사를 보고 예전에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떠올라 소름 돋았다. 나치 패망 직전 한 친위대원이 수감자에게 했다는 저주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우리는 이겼다. 너희 중 누군가 살아남아 증언한다 해도 세상은 믿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희와 함께 증거를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용소의 역사를 지배한 사람은 우리가 될 것이다.”



악마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면 악마에게 당할 수밖에 없다. 나는 숨어 있는 악마가 두렵다. 한 주먹거리도 안 될 해충들이지만 그들이 우리 딸들에게 쓸 추접한 반칙이 두렵다. 악마를 세상에 훤히 드러나게 하라.



이훈범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