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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리뷰/호우시절] 산뜻해진 ‘허진호 멜로’

‘호우시절’의 한 장면. 사진은 주연을 맡은 가오위안위안(왼쪽)과 정우성.
데뷔작 ‘팔월의 크리스마스’에서부터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까지 허진호 감독의 주제는 늘 사랑이었다. 사건보다 사랑의 정서와 감정 자체가 주인공인, ‘허진호식 멜로’다.

그의 다섯번째 멜로 ‘호우시절’은 조금은 달라진 허진호를 보여준다. 전작들의 주인공이 모두 죽거나 실연한데 반해 ‘호우시절’은 과거의 사랑을 다시 이룬다. 극적 과장을 배제하고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더해 자기 전공을 잘 살렸다. 더욱 깊어졌다고는 못해도 ‘외출’이나 ‘행복’에서의 과잉된 ‘양념’들을 걷어낸 산뜻한 멜로다. 허감독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덕인지 몰라도 슬프고 가슴 아픈 감정보다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가 좋아졌다”며 “외국이나 낯선 곳에 갔을 때 우연히 옛사랑을 만나면 어떨까란 생각을 다들 하지 않나. ‘호우시절’은 그런 판타지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중국 출장에 오른 회사원 동하(정우성)는 미국 유학시절을 함께 보낸 메이(가오위안위안)와 재회한다. 3박4일의 짧은 일정, 두사람은 과거 서로에게 품었던 호감을 다시 확인한다. 원래는 ‘아이 러브 청두’라는 옴니버스 영화의 하나였으나, 장편 멜로로 방향을 틀었다. 2008년 쓰촨 대지진을 영화속 모티브의 하나로 끌어들인 감독은 유례없이 밝은 멜로를 통해, 이 도시의 희망적인 새 출발을 말하는 듯도 하다.

그간 스타 이미지가 강했던 정우성이 모처럼 일상연기에 도전했다. 허감독은 “ 사석에서 가까이 지켜본 정우성의 일상적인 모습을 끌어내려 했다”고 말했다. 가오위안위안은 국내 팬들에게는 낯설지만 ‘북경자전거’‘난징 난징’ 등에 출연했다. 중국 지사 직원 역을 맡은 김상호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감초연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한중 합작영화로, 전체 대사가 중국어와 영어로 진행된다.

극중 메이가 일하는 두보초당이 주된 배경. 팬더공원과 광장에서의 밤데이트, 돼지내장탕 에피소드 등 이국적 풍물을 배경으로 한 ‘관광로맨스’물 역할도 해낸다. 제목 ‘호우시절’은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란 뜻. 두보의 시에서 따왔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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