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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흐르는, 휘날리는 … 오늘에 보는 조선 한글 서예의 활력

한글 서예의 가능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서예가 최민렬(59·사진)씨는 항상 그것을 답답하게 생각해왔다. 한자 서예 같은 다양한 필법을 한글에서는 왜 찾을 수 없을까. 디자인·패션 등 문화 각 분야에서 한글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요즘, 유독 우리 서예계에서는 예쁘고 고은 글자만 득세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최씨는 2005, 2007년 두 차례 개인전에서 한글의 다양한 필체를 선보였다. 그가 30여 년간 수집해온 한글 관련 각종 문헌·편지 등을 익히고 또 익혀 내놓은 것이었다. 최씨가 한글창제 563돌을 맞아 8~14일 서울 관훈동 백악미술관(02-734-4205)에서 그간 수집해온 자료를 공개하는 ‘옛 한글 서예 묵보전’을 연다. 한자 서예에 버금가는 활기찬 서법을 구사해온 조선시대 작품 130여 점을 한데 모았다. 1446년 한글 창제부터 19세기 말까지 궁중, 사대부가, 혹은 여염집에서 썼던 한글의 필체를 돌아보는 자리다. 한글 서법의 역사적 변모과정을 알아볼 수 있다.

“요즘 한글 서예는 지나치게 정형화돼 있습니다. 일면 기계적입니다. 글쓴이의 성정(性情)을 느끼기가 어려워요. 학교에서도 예쁜 글씨만 가르치죠. 옛 선현들의 글씨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맑으면 맑은 대로,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개성이 뚜렷했어요. 서예는 바로 마음의 표현이었죠.”

18세기 중반 완성된 한글 궁체. 상궁들이 임금이나 왕후께 올리는 글이라 서체 또한 정갈하고 깔끔하다.
이번 전시에는 한자 서예의 전·예·해·행·초서에 견줄 만한 한글의 다양한 필체가 소개된다. 직선에서 직선으로 이어지는 훈민정음 인쇄본 서체, 한 획 한 획 한문과 똑 같은 기법으로 써내려 간 해서체(정자체), 글자와 글자를 떨어뜨리지 않고 이어서 쓴 행서체(흘림체), 옛 궁중에서 서사 상궁(글씨를 전담하는 상궁)들이 사용했던 정갈·명료한 궁체, 양반집·여염집에서 안부나 소식을 전하며 자유롭게 흘려 썼던 초서체 등 문자예술로서의 한글의 풍성함을 압축해 보여준다.

최씨는 “현재 우리나라 서예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른다고 하지만 정작 옛 문헌과 자료를 공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선현들의 필적을 계속 발굴·연구하면 한글 서예 또한 한문에 필적하는 예술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한글 서예 또한 온고지신(溫故知新)·법고창신(法古創新)이 키워드라는 것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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