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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직 ~ 소리 그때 그 영화 디지털 입고 청춘되다

소실·훼손 위기에 처한 옛 한국영화의 디지털 복원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역사적 사료로서의 영화에 눈을 뜬 결과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연산군’‘열녀문’‘하녀’의 한 장면.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고(故) 이만희(1931~75) 감독의 ‘검은 머리’(1964). 60년대 느와르 양식을 대표하는 이 작품을 실제 본 이들은 얼마 없다. 원본 필름에 녹물이 스며들어 8분간 화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본도 없다. 손상된 8분 때문에 이 영화는 소문으로만 남았다. 하지만 8일 개막하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은 ‘검은 머리’를 수십년 만에 재상영한다. 영상자료원이 영화후반작업업체 ‘AZ웍스’와 손잡고 최근 이 영화의 복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성과다. 훼손된 부분의 전후 장면을 참고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끊어진 8분을 애니메이션처럼 복원하는 방식이었다.

고(古)미술 작품을 복원하듯 영화도 세월의 때를 벗고 다시 태어난다. 영화 자체가 문화재이기도 하다. 2005년 7월 문화재청은 근대 건축물·시설물 외에 산업물·예술품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도록 문화재 보호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07년 9월 현존 최고(最古) 영화 ‘미몽’(36)과 ‘자유부인’(56) 등 총 7편의 한국 고전영화가 근대 문화재로 등록됐다. 영화의 역사적 가치가 인정된 것이다.

훼손된 고전 영화들이 디지털기술을 통해 부활하고 있다. 영화 복원에는 필름을 보수해 새 필름에 그대로 옮기는 광학 복원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디지털 복원이 있다. 심하게 훼손된 필름은 광학 복원으론 한계가 있다. 디지털 복원 기술이 주목 받는 이유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005년부터 고전영화 디지털 복원 작업에 착수해 2007년 최초로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62) 복원에 성공했다. 이후 ‘미몽’ ‘하녀’(60) 등 총 6편의 한국고전영화를 디지털 기술로 복원했다.

◆디지털 복원은 아날로그 작업=영상자료원 장광헌 보존기술센터장은 “디지털 복원은 자동이 아니라 반자동”이라 평한다. 첨단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지만 결국 마무리 과정에서 사람 손이 꼭 필요한 아날로그 작업이라는 뜻이다.

훼손된 필름은 우선 ‘사전보수’ 과정을 거친다. 구겨진 필름을 펴거나 망가진 필름 구멍을 고치는 작업이 진행된다. 물·화학약품으로 세척해 이물질도 제거한다. 모든 과정은 사람의 손으로 이뤄진다.

보수된 필름은 각각의 프레임을 이미지 파일로 변환하는 ‘디지털 스캔’ 과정을 거친다. 100분 분량 영화 한 편에선 총 14만4000개의 파일이 생긴다. 생성된 파일은 필름 복원 프로그램에 입력돼 색·흔들림 보정과 먼지·흠집·얼룩 제거 과정을 거친다. 이후 복원에 참여한 사람들이 각 파일을 원본필름 프레임과 대조한다. 보정 결과가 실제 영상을 제대로 복원한 것인지 보기 위해서다. 제대로 되지 않은 파일에 대해선 사람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일이 수동으로 보정한다. 영상자료원은 이를 영화후반작업업체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엄청난 작업량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최종 검토작업을 거친 이미지 파일은 DSM(디지털 원소스) 이라는 영상파일로 완성된다. DSM은 매체에 따라 TV용 HD영상, 디지털 시네마, 필름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환돼 저장된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체프로그램 개발=우리의 디지털 복원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장 센터장은 “작년 ‘하녀’ 와 올해 ‘연산군’(61) 복원판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해외에서도 우리 복원기술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 영화 필름에는 해외에서 발견되지 않는 훼손 사례가 많아 독자적 복원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장 센터장 설명이다.

최근 보존기술센터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예산 지원을 받아 서울대·중앙대와 영화 후반작업업체 HFR 등과 함께 국산 영상복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막대한 해외 복원 프로그램 구입비용을 절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먼지·자막·얼룩 제거 등 3가지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2010년까지 총 15개 항목에 이르는 복원 기술을 국산화할 예정이다.

◆콘텐트적 가치 주목해야=장광헌 센터장은 “한국 영화사들은 아직 고전영화의 콘텐트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해외에선 복원작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홍콩의 배급사 ‘셀레스티얼픽처스’가 대표적이다. 훼손된 1960~70년대 홍콩 ‘쇼브라더스필름’의 무협영화를 HD영상으로 복원해 TV 콘텐트로 판매하고 있다. 일본도 ‘쇼치쿠(松竹)’ 등 몇몇 영화사들이 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 등과 복원 작업에 나서고 있다. 장 센터장은 “IPTV·케이블 등 매체가 다양해짐에 따라 소프트웨어 수요는 늘어난다” 며 “고전영화는 문화재를 넘어 유용한 콘텐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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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