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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e마켓 카테고리 매니저

온라인 상거래의 성장은 눈부시다. 시장 규모는 18조1000억원(2008년 기준). 판매 물품도 30만 가지가 넘는다. 온라인 상거래 업체는 크게 인터넷 쇼핑몰과 이마켓플레이스(e-market place)로 나뉜다. 인터넷 쇼핑몰의 판매자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반면 이마켓플레이스는 다수의 온라인 판매자 개개인이 직접 자신의 상품을 판매한다. 이마켓플레이스에서 개별 상인들이 취급하는 상품을 유사한 카테고리로 묶어 관리하고 운영하는 이가 바로 카테고리 매니저(CM)다. 카테고리 매니저는 인터넷 쇼핑몰의 머천다이저(MD·상품기획자)와 비슷한 일을 하지만 직접 구매활동을 하지 않는다. 카테고리 매니저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이수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서울 서초동 옥션 사무실. 전주 대비 현재의 매출 상황을 알려주는 모니터 아래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달 26일 오전 9시 서울 강남역 부근 온라인마켓플레이스 옥션의 한 사무실. 너른 사무실 가운데 10여 개의 책상이 줄지어 있다. 금융기업의 딜링룸처럼 책상마다 모니터가 두 대씩 놓여 있다. 이 회사 식품ㆍ영유아팀 고현실(35) 팀장도 모니터 두 개를 번갈아 보고 있다. 모니터 중 하나에는 전날의 판매실적을 담은 다양한 수치와 통계자료가, 또 다른 모니터에는 최근 검색어가 나와있다. 다른 직원들은 신문 스크랩 자료와 모니터 속 인터넷 기사들을 보며 대화를 나눈다. 전날 실적을 확인한 고 팀장은 즉석에서 회의를 열었다. 15분짜리 회의에선 “신종 플루가 맹위를 떨치고 있으니 항균 제품들로 기획상품전을 하자”는 제안이 채택됐다. 고 팀장은 “트렌드에 민감한 네티즌이 주요 고객인 만큼 최신 뉴스나 시사 문제를 꿰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빠른 의사결정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매출 실시간 집계 … 피말리는 전쟁 지휘관

카테고리 매니저의 하루는 보통 오전 8시쯤 시작한다. 출근 직후 전날의 매출과 최신 뉴스를 확인한다. 매출은 일·주·월 단위로 실시간 집계된다. 검토 결과 판매량이 늘고 있는 제품을 홈페이지 전면에 배치한다. 이후 상품 구색 전반에 대한 회의가 이어진다. 이 자리에서 신종 플루처럼 트렌드나 사회현상과 관련된 제품을 패키지로 묶어 내놓는다. 그 다음에는 고 팀장이 담당하는 식품·영유아 관련 물품은 물론 전자·의류 등 다양한 분야의 카테고리 매니저들이 모여 당일 중점적으로 판촉할 상품군을 점검한다. 때문에 타 부서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필수다. 판매자들이 전면에 배치해달라고 제안한 상품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오후에는 판매자들과 미팅이 있다. 오전의 상품군 구성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경쟁 사이트나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가격도 수시로 살펴본다. 시장조사와 새로운 판매자를 발굴하기도 한다.

카테고리 매니저가 어떤 판매자를 발굴하느냐에 따라 해당 상품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고 팀장은 2007년 인터넷에서는 최초로 정읍 한우를 판매해 옥션의 한우 거래액을 1년 만에 2배 넘게 늘렸다. 판매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하거나,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다양한 상품 구색이라는 경쟁 무기를 내놓는 것도 카테고리 매니저의 몫이다. 단순히 수박 한 통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복숭아와 참외 등을 묶어 ‘여름과일 모음’으로 파는 등의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다. 고 팀장은 “어떤 패키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판매량은 2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상품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신 시사나 유행도 끊임없이 파악해야 한다. 신문기사나 포털 사이트,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꼼꼼히 챙겨 본다. 반면 스트레스도 많은 편이다. 실시간으로 판매실적이 집계되는 만큼 성과와 관련한 부분은 가장 큰 부담이다. 추석이나 바캉스 시즌 같은 성수기가 되면 퇴근은 항상 오후 10시를 넘긴다. 자신의 상품이 노출이 덜한 쪽에 배치된 판매자들의 욕설 섞인 항의도 넘어야 할 숙제다.

카테고리 매니저가 되려면

고현실 팀장(왼쪽)이 직원들과 함께 온라인에서 판매할 샘플을 보며 회의하고 있다.
별도의 자격증이나 특수한 경력이 필요하진 않다. 대신 자신이 맡은 카테고리의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고, 소비자 트렌드와 시장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대개는 입사 후 3~6개월의 교육과 실습을 거쳐 카테고리 매니저가 된다. 옥션에는 40명 가량의 카테고리 매니저가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의 머천다이저들이 경력직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크루트가 현직 카테고리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46.2%)을 첫 번째 성공요건으로 꼽았다. ‘상품지식 습득과 철저한 시장조사’(30.8%), ‘성실과 끈기’(15.4%) 등이 뒤를 이었다. 업체마다 카테고리 매니저에 대한 처우는 다양하다. 옥션 등 대개의 업체는 일반 직원과 동일한 연봉제를 적용하지만, 일부 업체는 성과에 따라 차등화된 급여를 지급한다.


카테고리 매니저(CM)=옥션이나 G마켓 같은 이마켓플레이스에서 활동하는 개별 상인들을 유사한 카테고리로 묶어 관리하고 운영하는 이들을 말한다. 직접 물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터넷 쇼핑몰의 머천다이저(MD·상품기획자)와 차이가 있다. 상품의 판촉이나 기획·발굴 등을 주도하고 판매 현황 등을 꼼꼼히 챙기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이마켓플레이스 업계에서는 전쟁터의 지휘관으로 불린다.

[선배 한마디] 고현실 팀장
판매자와 다툴 때도 있어 … 밝고 쾌활한 성격이 좋아


온라인마켓플레이스 옥션의 식품영유아팀 고현실 팀장은 이 회사에서 가장 경력이 긴 카테고리매니저 중 한 명이다. 고 팀장은 2000년 교육 담당자로 옥션에 입사, 2003년부터 출산ㆍ유아용품 카테고리매니저로 변신했다. 고 팀장은 사내외에서 온라인마켓 식품 부문을 활성화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처음 식품을 담당했던 2004년에는 옥션 전체 거래액에서 식품의 비중이 2%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6%대로 뛰어올랐다.

-카테고리매니저가 된 계기는.

“처음에는 온라인 판매자들을 교육하는 것이 임무였다. 판매자들을 만나고 이들을 교육하다 보니 생각보다 판매자들과 말이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판매자 교육 담당으로 여러 판매자를 접해 인터넷상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물품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도 도움이 됐다.”

-필요한 자질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판매구매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그들의 생각을 읽어내 이를 조율하는 일이 중요하다. 매출 저조나 판매자와의 불화에도 견뎌낼 수 있는 쾌활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면 좋겠다. 물론 맡고 있는 카테고리에 대한 전문성과 시장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장단점은.

“카테고리매니저 한 사람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판매액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만큼 스스로가 구상한 상품 구색이 시장 흐름에 잘 맞아 떨어졌을 때에는 한 순간에 실적이 뛰어오른다. 이때 느끼는 성취감이 가장 큰 보람이다. 하지만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에게서 불만 섞인 문제 제기도 많고 실적 압박에도 시달린다. 카테고리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노출 빈도가 낮은 쪽으로 밀려난 판매자 중 일부는 상소리로 불만을 표시해 오기도 한다.”

-회사 업무 진행 방식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인 만큼 대부분의 업무는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주요 업무 역시 마찬가지다. 단 판매자 미팅이나 산지방문 등 오프라인 업무도 있다.”

-전망은 어떤가.

“무척 밝다. 지금은 온라인의 시대라고들 하지 않나. 오픈마켓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취급하는 제품 숫자 역시 계속 늘고 있다. 지금까지 취급하지 않았던 서비스 분야로의 확장도 계속되고 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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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