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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시간이 잠긴 DMZ, 이 땅의 미래 열 열쇠가 있는 곳

경기도 연천군 자연습지에서 노니는 백로가 한가롭다. 그 백로들이 디디고 선 시멘트 덩어리가 바로 대전차 방해물. 그러나 이 군사시설마저 그림 같은 풍경 속에 묻혔다. [사진작가 이상엽씨 제공]
DMZ,유럽행 열차를 기다리며

김호기·강석훈·이윤찬·김환기 지음

교수·기자·사진작가의 눈으로 본 DMZ의 현실과 미래

플래닛미디어, 352쪽, 1만4800원




1910년 7월30일자 대한매일신보 1면에는 ‘구라파로 즉행열차’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구라파로 통행하는 열차가 이르쿠츠크에서 바꿔 타는 것을 폐지하고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에서 바로 블라디보스톡으로 연결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그 뒤 불과 한 달도 안 돼 일제에 국권을 강탈 당했지만, 100년 전 철도로 여는 대륙의 꿈은 여전히 흥분되는 감이 있다. 지금이야 그 시절 기차로 부산에서 서울 올 시간(1905년 경부선 직행이 13시간)에 이미 비행기로 훌쩍 ‘구라파’에 갈 수 있지만, ‘대륙의 꿈’은 역시 땅을 밟고 지나야 성취의 질감이 달라질 것 같다. 하지만 반세기 넘게 허리 잘린 한반도에서 그 꿈은 한 맺힌 ‘비원(悲願)’이다.



◆한반도 중심은 DMZ=“DMZ(비무장지대)에 유럽행 열차가 다닐 날을 꿈꾸며” 쓰여진 이 책은 사회학자·경제학자와 기자, 사진작가의 독특한 ‘팀 플레이’로 만들어졌다. 대륙 횡단의 꿈이 분단의 현실에 가로막힌 현장을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생태학적 시각에서 훑었다. 그래서 분단의 아픔을 그러안고 통곡하는, 한의 메아리만 웅웅 울리는 ‘격정 토로’가 아니다.



대표저자 격인 김호기(49)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DMZ의 아픈 과거와 냉엄한 현재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며 “이 책에서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이 지역을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동북아 중심국이 한반도가 돼야 한다면, 그 한반도의 중심은 바로 DMZ다. 정전 협정 이후 반 세기 넘게 시간이 멈춘 공간이지만, 그 멈춘 시간이 해빙될 때 이 곳에서 폭발적으로 한반도 미래의 시간이 열릴 수 있으리란 기대다.



책은 서부전선에서 시작해 동부전선의 끝자락 고성으로 이동하는 형식을 취했다. 김호기 교수가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글을 이끌고, 강석훈(45)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군사보호지역의 경제학’을 펼쳤다. 또 필진들은 안보 확보, 생태 보존과 함께 지역의 경제 성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여정을 함께 한 사진작가 이상엽·조우혜씨의 카메라는 이 금지된 공간을 독자의 시선 앞으로 ‘줌 인’ 했다.



◆한국전쟁 60년의 상흔=여정의 출발지인 김포·강화 편을 보자. 역사적으로 병인양요(1866)·신미양요(1871)는 다 강화도가 배경이다. 일제 침략의 첫 단계인 병자년(1876)의 불평등 조약이 ‘강화도 조약’이란 이름으로 불리니 한반도의 험난한 근대의 문턱은 모두 강화도에서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21세기가 돼서도 강화만(江華灣)은 북한과의 대치로 닫혀 있다. 저자들은 이 섬에서 고려시대 국제 무역도시 개성을 이끈 물길을 다시 여는 꿈을 꿔본다.



DMZ 곳곳 국토의 잘린 허리가 한반도의 미래를 짊어질 든든한 허리로 바뀌는 역전의 드라마. 쉬운 일은 아니다. 담담하게 눈길만으로 이 곳을 옮긴 사진작가들의 마무리 글이 애틋하다. “가지 못해, 억지로 움켜쥐기라도 하듯 망원렌즈로 당겨보지만, 피사체만 커질 뿐 우리는 그곳으로 한 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한다.” 한국전쟁 60년을 맞는 내년, 아직도 그것이 현실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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