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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산가족 초라한 상봉 실적에 절망만 커진다

2000년 8월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첫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서울과 평양에서 열렸다. 당시 국내 반응은 말 그대로 뜨거웠다. 헤어진 지 50년 만에 만나는 부부, 어머니와 아들, 아버지와 딸, 형제, 자매들이 부둥켜 안고 울음을 쏟아내는 장면에 눈시울을 붉히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북쪽 ‘가족’들이 보인 생경한 정치선전이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반세기 만에 이뤄진 재회의 감동이 모든 걸 덮었다.



북한 주민들의 반응도 정도 차이는 있을지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북한 당국은 상봉행사가 미칠 체제 부담을 의식해 상봉에 나서는 사람들을 사전, 사후 교육하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 또 조선중앙TV가 뉴스 시간에 몇 분가량 행사 장면을 내보내는 등 보도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내용도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으로 ‘흩어진 가족’들이 재회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준비와 통제와 선전으로도 상봉의 드라마가 주는 감동까지 막진 못했다고 한다. 짧은 뉴스를 보고도 북한 주민 가운데 눈시울을 붉히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게 그때 평양에 살았던 사람들의 한결 같은 증언이다.



이후 2007년까지 매년 두 번씩 상봉행사가 열렸다. 반복되는 비슷한 장면에 갈수록 사람들은 식상한 듯했다. 국내 언론들도 연례행사로 여기고 형식적인 보도에 그쳤고 사람들의 반응도 처음에 비해 차분해졌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상봉행사가 중단됐지만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북한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상봉행사가 2년 만에 다시 열렸다. 오랜만에 재개된 덕인지 여론의 관심도 모처럼 높았다.



북한은 처음부터 이산가족 상봉을 이득을 위해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남측의 강력한 요구에 못 이겨 상봉에 나선 만큼 그에 상응한 대가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 북한 당국자들의 생각이라는 게 과거 남북접촉에 나섰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런 의도대로 2000년부터 2007년까지의 이산가족 상봉에는 막대한 비료·식량 지원이 뒤따랐다. 이번 상봉을 제안한 북한의 의도도 명백했다. 장재언 조선적십자사 중앙위원장은 ‘이번 상봉은 북이 호의를 베푼 것’이라며 ‘남쪽도 상응하는 호의를 표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전했다. 예전처럼 쌀과 비료의 지원을 기대한 것이었다. 북한의 이런 모습을 놓고 일각에선 분개했다. 인도적 문제를 두고 거래하려는 모습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2년 만에 열린 상봉행사가 언제 다시 재개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남북 간 대립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 안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북한에 지원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갈래 의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상응하는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자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서둘러 부인했다.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한 사회에 던지는 반향이 크고 상봉을 둘러싼 곡절이 많았던 데 비해 지난 9년 동안의 이산가족 상봉 실적은 너무나 초라하다. 한번에 100명씩 지금까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난 사람은 모두 1700명 남짓하다.



필자의 아버지도 이산가족이다. 어려서부터 추석만 되면 우울해지는 집안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다. 모든 이산가족의 사연은 기구하다. 전쟁 와중에 잠시 헤어져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평생 만날 수 없었다. 일평생 삶의 한 켠엔 깊은 회한(悔恨)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번 상봉행사 중 수원에서 70대 실향민이 전철에 투신자살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거듭된 상봉 신청에도 누락되자 절망한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상봉행사는 이산가족들에게 희망보다 오히려 절망을 안겨줬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살 날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버지, 어머니, 형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접는 것이 차라리 나을 테니까.



강영진 통일문화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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