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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이 앞장 서면 다른 나라들 경계, 한자 문화권부터 다져야

왕후이 교수는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학술행사 참석차 10여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몇몇 대학에서 역사·문학·21세기에 관해 강연했다. 2000년엔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세계적인 석학 10여 명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했다. 한국 학자들과의 교류도 빈번하다.

왕후이가 보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상

그는 “중국도 20년간 격동적으로 변화했지만 한국도 큰 변화를 이룬 시대였다”고 말했다. 그는 TV드라마 ‘대장금’을 일부분 시청했다. 중국사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한국사 지식도 수준급이었다. 그는 한민족의 단결력을 몇 번이나 부러워했다.
왕 교수와 나눈 대화 가운데 한국 관련 부분을 소개한다.

-동아시아공동체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한·중·일 가운데 한국이 지역통합(一體化)에 가장 적극적인 것 같다. 일본은 1990년대 말 지역통합을 주장했지만 9·11 테러 이후 약해졌다. 중국은 나라가 큰 탓인지 지역통합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다. 한국에 가면 지식인이나 정치인이나 동아시아·동북아 통합에 적극적이었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아시아의 대국인 중·일이 너무 나서면 다른 나라들이 심리적인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은 이를 의식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앞장서면 뒤따라가는 형국이다.”

-동아시아 국가끼리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경제교류를 확대하자는 구상이 많다.
“중국에선 일반적으로 공동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많이 쓰는 용어다. 공동체라는 용어는 ‘대동아 공영권’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은 시스템(체계)으로 보지 통합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은 누가 주도하느냐에 민감하다. 동아시아 역사상 가장 긴밀한 조공체제 시대를 봐도 그것은 시스템이었지 단일체가 아니었다. 유럽연합(EU) 같은 공동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본다.”

-한·중·일 문화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있다면.
“한국의 어느 지방에 가서 문학박물관을 방문해 고서적들을 본 적이 있다. 전부 한자로 돼 있었다. 한국이 15세기 훈민정음을 만들어 문자개혁을 했으나 큰 변화는 20세기 들어 생겼다. 그 결과 한국인들은 고전들을 직접 읽지 못한다. 직접 한문을 읽을 수 없으면 한자문화권이 형성될 수 없다. 한국이 학교에서 한글과 한자를 같이 교육할 수 있겠느냐. 대학 시절 나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한반도에 대해 잘 몰랐을 때인데 조선의 어느 사상가가 한자만으로 문장을 쓴다는 데 놀랐다. 이런 책은 중국의 중학생도 읽을 수 있지만 한국에선 전문가만 읽을 있다. 똑같은 일이 일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가장 똑똑한 계층이 서방만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인터넷상에서 한·중·일 젊은이들의 감정 싸움이 심하다.
“3개국 간에는 심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중·일과 한·일 사이에는 문제가 좀 있지만 중·한 간에는 거의 문제가 없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엔 한·중·일 학생과 조선족 학생이 다 있다. 중국현대사상사를 공부하는데, 자유토론 때 한국 학생이 견해를 말하면 중국 학생은 이견이 있더라도 반박하지 않고 존중하는 편이다. 한국 학생이 없으면 조선족 학생이 소수민족 문제를 놓고 한족 학생과 논쟁을 벌인다. 하지만 한국 학생이 끼면 조선족과 한국 학생 사이에 격론이 벌어질 때가 많다. 연구해볼 만한 현상이다. 한국에 갔을 때 한국 유학을 하던 조선족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유학 전에는 한반도를 모국으로 생각했는데 유학 뒤엔 중국에 대한 동질감을 더 느낀다고 하더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나.
“들었다. 앞으로 남북 관계에서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과거 10년 새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정치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1960년대 존슨 대통령은 2차대전 이후 국가 내부 개혁을 잘한 대통령이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본다면 당시 존슨의 개혁정책은 평가받을 만하다.”

-한국 사회의 정치·문화 전반을 보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중국과 비교하면 전통적인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중국은 5·4운동과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많이 변했다. 한국은 많이 서구화되고 서방 주도의 질서, 특히 미국 주도의 질서에 많이 편입된 것 같다. 하지만 기층에서 보면 전통문화와 민족의식이 강한 편이다. 한국 친구들은 호탕하고 술을 좋아한다. 밖에서 보면 한국인은 응집력이 아주 강하다.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홍콩에 가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때 한국 학자분과 동행한 덕에 홍콩 교민들을 접할 수 있었다.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국 식당 주인들은 문을 닫고 귀국했다. 유학생들은 본국으로 돌아갔다. 교민들이 앞다퉈 돈을 송금하고 TV에서 금 모으기 운동 하는 걸 보았다. 중국에서 그런 일이 터졌을 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말 대단했다. 지난해 쓰촨 대지진 때도 그런 수준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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