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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궁중 조회, 창덕궁 왕세자 교육 보러오세요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영어해설을 듣고 있다. 지난달 28일 모습이다.1 오른쪽 위는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2 그 아래는 2007년 복원된 경복궁 건청궁3과 올 8월 물이 흐르기 시작한 창경궁 금천(禁川)4이다. 최정동 기자·문화재청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궁궐인 경복궁 가장 안쪽에는 고종이 세웠던 건청궁이 있다. 고종·명성황후의 처소인 장안당·곤녕합, 서재인 관문각 등으로 이뤄진 ‘궁궐 속 궁궐’이다. 명성황후가 숨진 곳도 여기로 알려져 있다. 건청궁은 한일병합 직전 일제가 허물어 사라졌다가 2007년 지금처럼 복원됐다. 이후 제한적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다 올 초 전면 개방됐다. 건청궁 장안당에서는 7~10월 한시적으로 매달 한 차례 전통 다례 행사도 열린다. 궁궐을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기회다. 경복궁 관리소 박종갑 소장은 “특히 서양 관광객들에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눈으로 보는 데서 몸으로 느끼는 곳으로 ‘宮의 변신’

창덕궁도 최근 복원공사를 마친 ‘약방’ 건물의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시대 왕실의 의료기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창덕궁 관리소 안정열 소장은 “한의사협회와 함께 관람객들에게 침술을 시연하고 한방음료를 제공하는 것 등을 궁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각 궁궐의 시도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궁궐을 복원하는 것만 아니라 조선왕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 특히 관광자원으로 활용도를 높이려는 정책이다. 이름하여 ‘살아 숨쉬는 궁궐 만들기’다. 청와대 함영준 문화체육관광비서관은 “MB정부의 문화재정책은 종전의 지나친 보존 위주에서 탈피하여 보존과 활용이 조화된 실용주의가 핵심”이라며 “더 이상 문화재가 박제화된 역사나 유물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전통과 문화로서 국민에 다가오고, 세계가 감탄하는 인류 유산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궁궐의 볼거리를 늘리는 것도 그 방법의 하나다. 창덕궁에서는 조선시대 왕세자의 교육과정인 회강을 재현해 연말부터 관람객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교육내용을 점검하기 위해 담당교사인 서연관은 물론 대신들 앞에서 왕과 직접 문답을 나누는 내용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선왕조실록과 관련 의궤를 참조해 등장인물 30여 명 규모로 매일 두 차례씩 재현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선왕릉과 연계한 체험코스도
각 궁궐의 의례 상설 재현은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경복궁·덕수궁에서 매일 시간대별로 열리는 수문장 교대의식이 대표적이다. 경복궁은 아침마다 대신들이 왕을 알현해 조회를 치르는 상참의 행사도 하루 한 차례 재현하고 있다. 왕이 직접 나이든 대신들을 위로하던 기로연은 매주 한 차례 재현행사를 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종묘에도 등장할 전망이다. 매년 5월 열리는 종묘대제나 종묘제례악 공연은 워낙 규모가 커서 대신 봉심례의 재현이 추진되고 있다. 봉심례는 각지의 왕릉을 찾아 관리상태를 점검하던 일을 말한다.

조선왕조의 주요 유산이라는 점에서 궁궐과 왕릉을 연계하는 체험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있다. 올여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새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현재 주제별로 다섯 가지 코스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조선 개국(경복궁-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정릉), 한양 재천도(창덕궁-헌릉-정릉-광통교), 왕의 일생(창경궁-선릉-종묘), 조선왕조의 효 사상(창덕궁-정조·사도세자의 융건릉-용주사), 대한제국(덕수궁-고종·순종의 홍유릉) 등이다. 조선왕릉은 대부분 수도권에 자리해 서울 도심의 궁궐에서 하루에 다녀오기 충분하다. 세종(경복궁-영릉)·성종(창경궁-선정릉)·세조(경복궁-광릉) 등 주요 왕에 초점 맞춘 프로그램도 있다. 현재는 다문화가정·어린이·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궁궐에서 관람객들이 조선왕조의 일상을 짐작할 수 있는 전시물도 늘어날 전망이다. 경복궁 문화재 안내해설사 김재신씨는 “관람객들은 왕과 왕비가 실제 어떻게 살았는지를 가장 궁금해한다”고 전한다. 현재 경복궁 근정전·강녕전·교태전 등이 몇 가지 관련 소품을 놓아두고 있지만, 관람객의 기대를 충족하기는 미흡하다. 일제시대 이후 궁궐마다 건물 상당수가 아예 헐리는 등 크게 훼손되면서 궁궐에 갖춰져 있던 물품 역시 제자리에 전해진 경우가 드물다. 반면 관람객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은 갈수록 상세해진다. 드라마 ‘대장금’을 본 관람객들은 왕실의 부엌도 궁금해한다. 경복궁은 앞으로 왕실 음식을 만들던 소주방도 복원할 예정이다. 건물의 복원만 아니라 생활용품의 재현 역시 관련 연구와 고증을 거쳐야 하는 과제다. 예컨대 경복궁에는 왕실의 장독대가 복원돼 있는데, 현재는 전국 8도의 장독을 모아두고 있다. 왕실에서는 본래 만들어 쓰던 장독의 형태까지는 아직 복원되지 않은 것이다.

정원서 개울까지 경관도 복원
사실 과거 한때는 경복궁에서 장독대는커녕 왕과 왕비의 침소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원군이 중건한 경복궁에는 330여 채의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고 한다. 일제는 박람회 개최 등을 명분으로 건물의 대부분을 헐어버렸다. 창경궁은 ‘창경원’으로 불리며 1980년대 초까지도 동물원·놀이시설을 겸한 유흥지로 사용됐다. 이후 단계적 복원사업을 진행해 지금은 주요 궁궐의 복원율이 30%쯤에 이른다. 경복궁은 왕과 왕비의 침소인 강녕전·교태전, 역대 왕의 초상을 모아둔 태원전 등이 이렇게 복원됐다. 이를 포함해 현재 경복궁에 자리한 건물은 100여 채가 못 된다. 겹겹이 문으로 쌓인 궁궐의 모습을 가리켜 ‘구중궁궐’이라는 말도 있지만, 지금은 이를 충분히 실감하기 어렵다. 문화재청은 각 궁궐을 2030년까지 본래 궁역의 60%까지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궁궐이 회복해야 할 것은 건물만이 아니다. 경관도 대상이다. 창덕궁이 정자와 자연이 어우러진 후원 지역 등을 제한적으로 개방해온 것은 그래서다. 올여름 창경궁 금천에 물이 흐르기 시작한 것도 이런 경관 회복의 일환이다. 금천은 궁궐 초입에 흐르는 시냇물이다. 궁궐의 안팎을 나누는 경계이자, 신하들이 이를 건너면서 마음을 씻는 의미도 있었다. 물이 흐르게 된 창덕궁 금천 주변은 산책로로 관람객에 새로 개방돼 있다.

창덕궁은 창경궁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붙어있다. 현재는 분리해 운영 중인데, 내년 중에는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게 된다. 관람객 편의만 아니라 궁궐을 본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두 궁궐은 조선시대에 ‘동궐’로 불리며 하나의 궁처럼 쓰였다. 창덕궁·창경궁 사이는 지금도 남아있는 함양문을 열면 쉽게 오갈 수 있다. 이 경우에 인정전 등 창덕궁 초입 지역은 자유관람으로, 뒤편의 후원 지역은 지금처럼 제한관람으로 운영된다. 현재 창덕궁은 5대 궁 가운데 유일하게 제한관람을 하고 있다. 시간대별로 안내인을 따라 관람(관람료 3000원)하는 제도다. 매주 목요일만 자유관람(관람료 1만5000원)이 가능하다. 창덕궁·창경궁의 통합관람과 함께 경복궁·덕수궁·종묘까지 5대 궁을 1만원에 두루 볼 수 있는 통합관람권도 새로 생긴다. 문화재청 활용정책과 조현중 과장은 “폐쇄회로(CC)TV 확충 등 준비가 끝나는 대로 새로운 관람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궁에 얽힌 이야기도 발굴
반면 종묘에는 시간대별 제한관람방식이 새로 도입된다. 주 1회만 지금처럼 자유로이 관람하도록 할 계획이다. 종묘 관리소 이상현 소장은 “조선왕조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곳이라는 종묘의 특성을 살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제가 도로를 설치해 분리한 창경궁과 종묘도 본래처럼 연결된다. 율곡로 해당구간을 지하화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2011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중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궁궐마다 관람을 돕는 시설의 확충도 진행된다. 문화재청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무인안내시스템, 3D 입체영상도 도입할 계획이다. 입체영상이 구비되면, 경복궁 근정전처럼 출입이 제한된 건물도 구석구석 간접 관람이 가능해진다. 궁궐마다 역사·인물·사건 등을 담은 이야기 해설서의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문화재청 창경궁 관리사무소가 펴낸 『창경궁의 건축과 인물』도 이런 예다.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선왕조실록 등을 바탕으로 한 자료다.

조선왕조는 500년 역사를 실록을 비롯한 풍부한 기록물로 남겼다. 궁궐을 무대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창덕궁 관리소 안정열 소장은 “예를 들어 창덕궁 선정전 뒤편에는 영조가 태어난 보경당이 있었다”고 소개한다. 이런 건물이 복원되면,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위업을 이룬 영조에 대한 이야기를 궁궐이 들려주기 쉬워진다는 얘기다. 창경궁의 경우는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의 비극과 그 아들 정조의 효심에 대한 이야기가 풍부하다. 사도세자가 갇혀 죽은 뒤주가 놓였던 곳이 창경궁이다. 정조는 창경궁 가까이에 사도세자의 사당을 두고 수시로 찾았다. 창경궁은 5대 궁 가운데도 훼손이 심했던 곳이지만, 정조가 나고 숨진 경춘전·영춘헌은 현재 남아있다. 창경궁 관리소 이만희 소장은 “전통공연을 여는 것뿐 아니라 이런 콘텐트를 상설적으로 체험하는 무대가 될 수 있는 곳이 궁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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